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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장미를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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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장미를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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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파란 장미(blue rose)’는 ‘있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이라는 뜻을 갖는다. 수천 년 전부터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장미는 2만 종이 넘는다. 하지만 그중에 파란 장미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이달부터 파란 장미가 시판될 예정이다. 일본 산토리사는 최근 “유전자 재조합기술로 만든 파란 장미를 한 송이에 2000~3000엔을 받고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0년 처음 시작한 파란 장미 연구가 20여 년이 지나서야 빛을 보게 됐다. 도라지꽃이나 팬지, 나팔꽃에서는 볼 수 있는 파란색을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에선 왜 볼 수 없었던 것일까. 꽃 색은 천연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 계열 색소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안토시아닌 색소는 크게 빨간색을 내는 시아니딘, 주황색을 내는 펠라르고니딘, 파란색을 내는 델피니딘으로 나뉜다. 이들은 ‘디하이드록시캠페롤(DHK)’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다른 효소와 반응해 만든다. 하지만 장미에는 DHK를 델피니딘으로 바꾸는 ‘플라보노이드3·히드록시라제5’ 효소가 없다. 이 효소를 합성하는 ‘블루진’ 유전자가 없기 때문이다. 블루진이 없는 장미는 효소를 만들지 못하고, 결국 효소가 없으니 DHK를 파란색을 띠는 델피니딘으로 바꾸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파란 장미를 갈망하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장미를 파란 물감으로 염색하는 방법을 택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파란 장미는 흰 장미에 파란 염색약을 넣어 만들었다. 장미 줄기에 각각 다른 꽃잎으로 이어지는 물관이 있는데, 여기에 파란 색소를 넣어 꽃잎의 색을 바꾼 것이다. 꽃잎마다 색이 다른 레인보 로즈,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색소로 만든 매직 로즈, 밝을 때 빛을 저장했다가 어두울 때 빛을 내뿜는 축광물질을 이용한 야광장미도 이런 방식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산토리사의 다나카 요시카즈 박사팀은 블루진 유전자를 장미에 심는 방법으로 ‘진짜’ 파란 장미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팬지의 블루진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심어 유전자재조합 박테리아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장미를 이 박테리아에 감염시켰다. 블루진이 들어있는 박테리아의 DNA와 장미 DNA를 섞은 것이다. 블루진과 섞인 장미 세포는 결국 파란 장미로 자랐다. 다나카 박사는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기쁘다”며 “파란 장미 꽃말도 일본어로 ‘유메카나우’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꿈은 이뤄진다’는 뜻이다. 2004년 첫선을 보인 파란 장미는 지난해 1월에서야 일본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다나카 박사는 “유전자재조합 식물이다 보니 인가받는 데 4년이 걸렸다”며 “정부 인가를 받은 만큼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산토리사는 파란 장미의 판매액이 2011년까지 수억 엔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의 간에 있는 효소 중 하나인 시토크롬 P450으로 파란 장미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밴더빌트대 의대 피터 구엔게리치 교수팀은 2004년 미국 화학회 학술지 ‘의약 화학’에 간에 존재하는 효소의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넣으면 박테리아가 파랗게 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효소가 박테리아에 있는 아미노산을 파란 색소인 인디고로 바꾸기 때문이다. 인디고는 델피니딘보다 훨씬 더 진한 파란 색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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