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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강마에가 하품하면 토벤이도 하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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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란 드라마가 있었다. 인간처럼 사회성이 강한 동물은 개별 행동 하나하나조차도 대개는 사회성에 기반을 둔다. 직업에 대한 개인들의 열정이 뭉치면 마치 전염병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것이다. 하나가 전체가 되고 전체가 하나가 되는 경지랄까. 이럴 경우 보통 의식이 관여하지만 무의식중에 이런 일은 더 자주 발생한다. 웃음이라든지 하품이라든지 회의실의 졸음 등은 누가 한번 시작하면 마치 전염병처럼 번져 여러 사람이 동시에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만일 처음 시도하는 이가 카리스마라도 넘치는 이라면 훨씬 더 그 전염력은 강하게 전파될 것이다. 최근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집단지성’이란 낯선 생물학적 용어가 등장했다. 1907년도 영국에서 행한 소 무게 맞추기 실험에서, 다수의 비전문가인 대중과 소수의 소 전문가들을 두고 벌인 몇 차례의 실험은 항상 다수 대중의 평균치가 더 정확하였다고 한다. 이를 경영학자인 ‘제임스 서로위키’는 ‘대중의 지혜’라 했다. 그러나 진정한 생물학적 의미의 집단지성은 벌떼나 멸치떼 혹은 흰 개미떼처럼, 단독으론 지극히 미미한 존재지만 집단으로 뭉쳤을 때 마치 거대 기계인 냥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집단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혹여 이 집단지성이 조금이라도 방향성을 잃는다면 인류는 엄청난 재앙에 직면하게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서도 이런 집단지성적 행동들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사바나에서 아카시아 나무군락은 만일 기린이 한 나무를 먹을 경우, 그 나무에서 화학물질(페로몬)을 분비한다. 이 화학물질은 주변 아카시아 나무로 급속히 전파되어 갑자기 잎에 유독성의 탄닌 맛이 돌게 만들어 버린다. 결국 기린들은 주위의 나무들을 먹지 못하고 페로몬이 미치지 않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군락의 멸종을 막는 자기 방어 수단이다. 얼마 전 ‘해프닝(happening)’이란 영화에서는 바람에 의해 번지는 식물의 페로몬에 중독되어 인간들이 정신착란을 일으켜 자살하는 악몽적인 상상을 그려내기도 했다. 그럼 이런 현상들은 과연 식물대 식물 혹은 같은 종(種)대 종에서만 일어날까? 최근에 그 의문에 도전한 두 가지 실험이 있었다. 하나는 ‘인간이 하품하면 과연 개가 따라할까?’였다. 결과는 ‘확실히 그렇다’였다. 사람들이 하품을 따라할 확률은 44%, 침팬지가 따라할 확률은 33%로, 개의 확률이 50% 이상으로 훨씬 높았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개를 길들여 온 지 1만 5천 년 역사에서 개와 인간의 감정이입이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걸 내포한다. 또 하나의 실험도 역시 개가 대상인데, 과연 개가 인간의 표정을 읽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우린 집에서 기르는 개들이 주인의 기분을 안다고 믿고 있다. 이 실험은 개가 인간을 처음 쳐다볼 때 얼굴의 어느 부분을 보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개들은 사람의 오른쪽 얼굴을 먼저 보았다. 이런 ‘우편향 현상’은 그동안 인간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왔었다. 인간은 우측 얼굴에서 훨씬 감정표현이 풍부하기 때문에 우린 본능적으로 먼저 오른쪽 얼굴에 시선을 맞춘다고 한다. 또한 실험 개들은 원숭이나 다른 개들을 보았을 때는 이런 우편향 현상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이는 개 역시 사람의 표정을 읽는다는 객관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반대의 경우, 즉 개의 행동을 보고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따라 할까? 비록 아직 구체적인 실험은 없었지만 우린 영화나 TV 속에서 개와 고양이와 함께 잠드는 인간들의 모습을 무수히 보곤 한다. 이는 집에서 함께 지내는 개와 고양이는 친구 혹은 가족으로 서로 감정적인 일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원 호랑이나 사자 하마가 아무리 하품을 해도 우린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사람의 행동에 거의 관심이 없다. 하지만 동물원에 있는 동물 중에서도 인공 포육된 새끼는 예외이다. 인공 포육, 즉 사람의 손으로 키워진 동물들은 곧잘 개와 고양이와 같은 행동패턴을 보인다. 즉 사육사가 자면 함께 자고 사육사가 하품하면 하품을 따라하고, 사육사의 표정에 일희일비한다. 또한 어릴 때부터 이렇게 키워진 개체만이 조련용으로 쓰일 수 있다. 즉 조련사와 조련동물 간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동물 대 동물 간에도 한 동물이 울면 타 종의 동물들도 함께 따라 우는 현상들이 자주 나타난다. 동물원 내에서 주로 일몰 경에 늑대의 하울링(howling)이 시작되면 우선 다른 개과 동물부터 조류, 초식동물 순으로 그 메들리가 길게 이어진다. 이런 현상은 같은 처지의 동물들 간에도 동병상련(同病相憐)처럼 어느 정도 유대감이 형성돼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품, 웃음, 울음, 졸음, 폭력 등은 사회성을 가진 동물들이 지닌 감정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들이다. 이것은 이들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사회적인 수단이다. 이것이 소위 ‘문화(文化)현상’이라는 것이다. 이걸 굳이 사람, 동물 나누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사회성을 가진 동물들은 ‘부모따라하기’와 ‘동료따라하기’가 삶의 기본 바탕이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 새로운 행동을 개발하고 그 행동이 꽤 매력적이고 이득이 남는 행동이라면 점점 더 집단 속으로 번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또한 대를 이어 전파될 것이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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