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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 합성 과정, 원자 수준에서 보는 고체표면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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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 합성 과정, 원자 수준에서 보는 고체표면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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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초 탄광에서는 백금을 조명으로 사용했다. 백금 조각을 그릇에 담아 탄광에 갖고 들어가면 탄광 안의 일산화탄소와 산소가 백금 표면에서 이산화탄소가 되며 열을 방출했는데, 열에 의해 백금 조각이 달궈지며 빛을 냈다. 화학자들은 백금이 촉매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훗날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철을 촉매로 이용해 암모니아를 합성한 업적으로 1918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고체가 기체 반응의 촉매가 되는지는 몰랐다. 그로부터 89년 뒤인 2007년, 독일 막스플랑크협회 산하 프리츠하버연구소의 게르하르트 에르틀(71) 교수는 철이나 백금 같은 고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방법론을 제시한 업적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프리츠 하버가 고안한 암모니아 합성법의 메커니즘을 원자 수준에서 알아낸 것이다. 에르틀 교수는 1970년대 초부터 줄곧 고체표면화학을 연구했다. 고체표면화학은 고체가 기체나 액체처럼 서로 다른 상태의 물질과 접촉했을 때 고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는 전자를 고체표면에 산란시켜 회절된 영상을 얻는 방법(저에너지 전자회절법)을 이용해 고체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정교하게 분석했다. 이 방법은 1cm2의 표면에 있는 원자 수를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철이 녹스는 과정 자세히 본다 그는 초고진공 장치를 이용해 백금 표면에 미량의 수소기체를 반응시켰다. 진공이 아니면 다른 기체가 불순물로 작용해 정확한 실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개발된 10-10mmHg (760mmHg= 1기압)을 유지하는 초고진공 장치는 금속 시료의 표면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원하는 양의 기체만 금속표면에 접촉하게 해 반응하는 기체의 양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백금 표면에 접근한 수소기체는 원자 상태로 해리되며 표면에 흡착됐는데 수소와 백금은 상호작용을 일으켰다. 수소원자가 일정한 패턴으로 정렬돼 존재하기도 했고, 수소에 의해 백금 원자가 다시 정렬되며 표면의 원자구조가 변하기도 했다. 이는 금속 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한 최초의 연구였다. 그는 저에너지 전자회절법과 초고진공 장치 같은 당시의 최신 기술을 이용해 고체표면화학을 고전적 단계에서 현대적 단계로 끌어올렸다. 고전적 단계가 철이 녹스는 현상은 철, 수증기, 산소가 접촉해 산화철이 만들어진다고 이해한 수준이라면 현대적 단계는 산화철이 철 표면에서 형성되는 과정을 원자와 분자 차원에서 분석하는 수준이다. 나노 물질 표면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 파악 에르틀 교수는 철을 촉매로 질소와 수소를 암모니아(NH3)로 합성하는 하버-보시 화학공정의 메커니즘도 현대표면화학의 개념인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1900년대 초 프리츠 하버가 제시한 암모니아 합성법은 1970년대 중반까지도 어떤 단계를 거쳐 이뤄지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단순히 질소가 철에 흡착하는 반응이 반응속도를 제어한다고 생각했고, 이때 질소가 분자로 흡착하는지 원자로 해리돼 흡착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반응단계와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일은 암모니아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였다. 그는 백금-수소 반응을 연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초고진공 장치와 저에너지 전자회절법을 이용해 -150°C 이하에서는 질소가 분자 상태로 철 표면에 존재하고, 실온(약 20°C) 이상의 온도에서는 질소분자의 3중 결합이 깨지면서 원자상태로 흡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특히 철 표면에서 암모니아가 형성될 때 중간에 생성되는 NH나 NH2을 확인해 암모니아 합성 전 과정의 반응속도 모델을 제시했다. 200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에르틀 교수가 선정된 이유는 그의 업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표면화학의 현대적 방법론을 최초로 개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고체표면화학을 현대적 방법으로 연구하기 위해 직접 실험 장비를 만들었다. 백금-수소 반응을 연구할 때 수소가 백금 표면과 반응하며 진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그 의문을 풀기 위해 광자를 방출해 표면을 분석하는 전자현미경(PEEM)을 제작했다. 그는 결국 진동현상이 산화반응속도와 관련이 있음을 밝혔고, 2003년 수소가 진동하는 동영상을 첨부해 이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제 고체표면화학은 원자 수준으로 분석하는 현대적 단계를 넘어 나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나노 크기로 만든 물질표면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며, 이 성과는 연료전지나 초고집적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기능성 표면을 이용해 특정 물질을 인지하는 센서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할 것이다. 물론 에르틀 교수는 이미 나노 기술을 이용해 이전 연구에서 풀리지 않았던 해답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에르틀 연구실의 신나는 전통 1980년 12월 어느 날 저녁, 필자는 뮌헨대 도서관에 생맥주가 가득한 오크통과 맛있는 음식을 차렸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최종 시험 통과를 기념한 축하파티였다. 에르틀 교수의 연구실에는 학위를 받은 사람이 그날 저녁 음식과 맥주를 준비한 뒤 에르틀 교수와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을 초대해 밤늦게까지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즐기는 전통이 있었다. 이 전통은 에르틀 교수가 연구실을 떠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 연구실에는 또 다른 전통도 있다. 매년 5월 1일 뮌헨대 에르틀 교수 연구실의 연구원과 졸업생이 모여 1박2일 일정으로 뮌헨 근교의 산에 올라가는 것이다. 등반하거나 식사를 하는 동안 서로의 근황을 얘기하며 연구 정보도 교환한다. 동료의식은 물론 가족애도 느낄 수 있는 자리다. 에르틀 교수는 베를린에 있는 프리츠하버연구소로 옮긴 뒤에도 매년 산행에 참가한다. 내년 5월 1일에는 에르틀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며 모든 졸업생이 함께 모일 예정이다. 벌써부터 에르틀 교수를 포함해 내년에 만날 연구실 식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P r o f i l e 이순보 교수는 성균관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에서 게르하르트 에르틀 교수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에르틀 교수와 공동으로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은 이번 노벨상 수상에서 중요한 참고문헌으로 등록됐다. 이순보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 ㆍxpslee@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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