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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이 남녀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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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이 남녀 가른다

2007.01.09 22:05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내 대신에 가사를 돌보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 음식 설거지에서부터 아이 기르는 일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일이 없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젊은 남편들의 모습은 더 이상 구경거리가 아니다. 큰박쥐 수컷의 발견 그러나 남자들이 도와줄 수 없는 아내의 일이 한 가지 있다. 아이에게 젖을 주는 일이다. 남자 젖꼭지의 존재는 에라스무스 다윈(1731-1802)을 괴롭혔다. 1794년에 펴낸 '주노미아'(Zoonomia)에서 동물이 일생 동안에 획득한 유용한 형질이 자손에게 전승되어 생물의 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는데, 유일한 예외로 모든 네발 짐승의 수컷이 갖고 있는 젖꼭지를 꼽았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는 수컷의 유두가 진화된 까닭은 한때 일부 수컷이 유즙(젖)을 분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없었다. 그로부터 2백년 뒤인 1994년까지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4천5백종의 포유류 중에서 어느 한 종도 젖을 분비하는 수컷이 있으리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생리적인 구조가 암컷과 다르고, 암컷만이 임신할 수 있기 때문에 수컷이 정상적인 조건에서 유즙을 분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1994년 말레이지아에서 산 채로 붙잡힌 데이악(Dayak) 큰박쥐의 수컷 열 마리가 모두 젖으로 부풀어오른 유선(乳腺)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유선은 포유류 특유의 젖 분비선인데 젖꼭지에 열려 있으며, 젖샘 또는 젖멍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녕 수컷도 암컷처럼 젖을 분비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포유류 수컷이 생리적으로 유즙 분비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테스토스테론의 막강한 영향력 사람의 경우 부모는 자식에게 염색체를 23개씩 물려주는데 그 중 하나가 성염색체이다. 어머니는 X염색체를 두개, 아버지는 X염색체와 Y염색체를 한개씩 갖고 있다. 정자가 X염색체를 갖고 있으면 태아는 여자(XX)가 되고 Y염색체를 갖고 있으면 남자(XY)가 된다. 남녀를 불문하고 임신 후 5주째에 고환 또는 난소가 될 성선 한쌍과, 생식기관이 될 울프관(Wolffian duct)과 뮐러관(Mllerian duct)이 좌우 한쌍씩 나타난다. 아들인 경우 Y염색체의 유전자에 의해 7주 쯤에 성선이 고환으로 분화된다. 고환의 발생은 남성을 만드는데 있어 Y염색체가 하는 역할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여기서부터 남성 분화과정의 나머지 부분은 고환에서 나오는 호르몬에 의해 추진된다. 고환은 8주째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여 울프관이 부고환과 정관으로 자라도록 자극하는 반면에, 뮐러관의 발달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생산한다. 이어서 남성의 외부생식기인 페니스와 음낭이 형성된다. 한편 딸인 경우 Y염색체, 즉 고환을 형성하는 유전자가 없으므로 13주경에 성선이 난소로 분화된다. 테스토스테론이 없으므로 울프관은 저절로 위축돼 흔적기관으로 사라지고 뮐러관은 자궁, 난관, 질로 발달한다. 이어서 여성의 외부생식기인 클리토리스와 음순이 형성된다. 중요한 사실은 테스토스테론의 분비여부에 따라 태아의 같은 조직이 페니스 또는 클리토리스, 고환이 담긴 음낭 또는 질을 둘러싼 음순으로 분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에 반응하는 세포의 기능에 결함이 발생하면 유전적으로는 정상적인 남성이 여자처럼 질은 물론이고 풍만한 유방이나 날씬한 다리를 가질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남자와 여자 사이에 유전적으로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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