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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있는 로봇, 사람보다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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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있는 로봇, 사람보다 낫네

2007.11.20 14:38
1997년 1월12일 미국 일리노이주 출생. 우주선 디스커버리호의 여섯번째 승무원. 우주선의 두뇌기능 수행. 사람과 자연언어로 대화하며 체스 시합에서 사람을 이길 수 있음. 공상과학소설 애호가라면 이쯤에서 할(HAL)9000을 떠올릴 것이다. 아서 클라크의 소설 '2001년:우주여행'에 나오는 컴퓨터다. 이 소설은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1928~99)이 클라크와 함께 만든 동명의 영화로 더욱 유명해졌다. 1997년 미국에서는 할9000의 생일을 기리는 행사가 개최되고, 할처럼 지능을 가진 기계의 개발 가능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생각하는 기계의 개발을 겨냥한 학문으로 인공지능이 깃발을 치켜든 것은 1956년 여름.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났건만 할을 닮은 컴퓨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컴퓨터를 개발하려면 사람의 뇌를 본떠야 함에도 우리가 아직 뇌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 풍부하고 학습능력도 뛰어나 인공지능은 의사나 체스선수 등 특정분야 전문가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본뜬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는 성공했으나 상식추론, 즉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매일 겪는 문제를 처리하는 능력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작업이 의외로 벅찬 일임을 절감하게 된다. 아무나 알 수 없는 것(전문지식)은 소프트웨어로 흉내내기 쉬운 반면에 누구나 알고 있는 것(상식)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왜냐하면 전문지식은 단기간 훈련으로 습득 가능하지만 상식은 살아가면서 경험을 통해 획득한 엄청난 규모의 지식과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으로 상식추론 구현이 난관에 부딪히자 컴퓨터과학자 대부분이 손을 든다. 그러나 미국의 더글러스 레너트(1950~)는 1984년부터 사이크(Cyc)개발에 전력투구한다. 사이크는 백과사전처럼 상식이 저장된 소프트웨어다. 사이크가 '어머니는 자식들보다 늙었다'라든가 '운동하면 땀이 난다'는 따위의 상식을 200만개 가량 보유하면 할9000처럼 영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레너트는 세계 최초로 상식을 가진 컴퓨터를 개발하는 쾌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집념을 불태운다. 레너트에게 맞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강력한 상대는 호주출신의 로드니 브룩스(1954~). 1993년 코그(Cog) 개발에 나섰다. 레너트보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호적수로 평가된다. 접근방법이 레너트와 정반대이기 때문. 코그는 사람처럼 생긴 로봇인데, 사이크와는 달리 머리 속에 아주 단순한 행동의 프로그램이 몇개 들어 있을 따름이다. 브룩스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방바닥을 기어다니다가 나중에는 듣고 말하게 되는 것처럼 코그가 운동 및 감각기관을 사용해 사물과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학습하고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나가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레너트와 브룩스의 경쟁은 남극을 세계 최초로 답파하기 위해 아문젠과 스코트가 벌인 세기의 대결보다 훨씬 더 극적인 한판 승부로 비유될 정도. 전문가들은 2020년경 사이크와 코그가 할9000처럼 지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이크처럼 상식이 풍부하고 코그처럼 학습능력이 탁월한 사이코그가 출현한다면 인류사회는 딜레마에 봉착할 것이다. 사이코그는 사람보다 영리한 기계일테니까. 할9000은 우주선의 승무원을 살해한다. 선장의 명령에도 불복한다. 결국 선장은 할의 목숨을 끊는다. 만일 21세기의 컴퓨터가 사람처럼 살인하는 능력까지 갖게 된다면 생각하는 기계를 개발하는 이유를 재고해봐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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