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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는 왜 죽도록 일만 할까?…번식권 여왕개미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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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는 왜 죽도록 일만 할까?…번식권 여왕개미에 집중

2003.04.02 09:37
개미, 흰개미, 꿀벌, 말벌, 진딧물처럼 고도로 분업화된 곤충들은 자신의 번식 기회를 포기하고 여왕이 홀로 알을 낳도록 돕는다. 이런 동물을 진(眞)사회성 동물이라고 한다. 진화는 어떻게 해서 이처럼 생식을 포기하고 죽도록 일만 하는 불임 계급을 만들었을까? 찰스 다윈도 이 문제를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로 생각했다. 오늘날 진화생물학자들은 스스로 번식을 포기하고 여왕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릴 수 있다는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그러나 어떤 생태적 사회적 조건으로 새끼를 못 낳는 일꾼들이 생겨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립대 진화심리학과 전중환 박사과정 연구원과 서울대 최재천 교수(행동생태학)가 정교한 수학적인 모델로 그 해답을 제시했다. 이 논문은 진화생물학과 생태학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지인 ‘아메리칸 내추럴리스트’ 최근호에 실려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 교수팀은 진사회성의 신비를 풀고자 10년 전에 등장해 동물집단 내의 협동과 갈등을 설명하는 데 이용되는 비대칭 이론(스큐 이론)이라는 수학이론을 동원했다. 이 이론을 적용해 불임의 일꾼 계급이 생겨나는 과정을 예측하고 이를 실제 자연계에 존재하는 곤충 및 척추동물들의 군락과 비교한 결과 이론적 예측과 실제 관찰 결과가 일치했다. 계급분화 모델로 밝혀낸 새로운 사실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진사회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또한 여왕개미가 딸의 번식권을 빼앗아 딸이 일개미가 된 것이지, 자매들이나 동료들 사이에서 어느 한 개체가 여왕으로 추대되고 나머지가 일꾼이 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군락의 크기가 커지면 오히려 여왕에게 모든 번식을 맡기고 일만 하는 것이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진화 초기에 개미가 작은 군락을 이뤄 살았을 때에는 그다지 높은 진사회성을 띠지 않았으나 군락이 커지면서 진사회성이 진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일개미는 개체의 입장에서 보면 손해이지만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번식을 포기하고 더 많은 누이동생을 얻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진화를 바라보는 ‘이기적 유전자’이론은 생명체의 생존 경쟁을 후세에 더 많은 개체를 남기는 것보다 더 많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것으로 본다. 즉 개체는 유전자의 운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그동안 학자들은 진사회성에 이르는 길이 여럿 있다고 믿었는데 이번 모델에 의해 거의 대부분 부모와 자식들로 이뤄진 가족구조로부터 진화했음이 밝혀졌다. 오랜 논쟁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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