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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제품 없이 살아본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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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제품 없이 살아본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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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제품 없이 얼마나 살아갈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그의 영화 ‘슈퍼 사이즈 미’에서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고발했다. 이달 24일 제7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앤드류 니스케 감독의 작품 ‘화학제품은 필요 없어’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화장품, 방향제, 세정제 등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화학제품의 위해성을 고발하는 대신 3개월에 걸친 한 가족의 실험을 통해 화학제품 없는 생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영화 시작하기 몇 시간 전 불소가 함유된 치약으로 이를 닦고 온 터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화학제품 없이 살아간다는 게 가능할까. 비위생적이진 않을까. 영화는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됐던 제품이 이제는 또 다른 적을 없애는데 사용됩니다. 곤충, 곰팡이, 세균들이죠” 그리고는 되묻는다. “이 제품이 과연 사람에게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에 인체위해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나프탈렌, 염소, 트리클로산 등이다. 카펫 청결제에 포함된 나프탈렌을 미국과 유럽에선 발암물질로 분리한다. 표백제에 사용되는 염소는 최고 독소다. 향균비누 등에 쓰이는 트리클로산 역시 위험하다. 올해 4월 미국식약청(FDA)은 트리클로산이 인체의 내분비기능 장애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인정했다. 이어지는 한 마디. “우리가 제대로 산다고 믿었죠. 그런데 집 안에 독소공장을 만든 꼴이에요.”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지현 처장은 “화학물질 허용기준이 언제나 안전을 보장하는 것 역시 아니다”라고 말한다. 가까운 사례가 ‘프탈레이트’란 성분이다. 발암물질인 이 성분은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요구 끝에 2006년부터 국내 화장품 제조에 쓰이지 않게 됐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 이전까지 정부는 발암물질의 사용을 허가해줬다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는 ‘청결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탈취제 같은 휘발성화학약품(VOC)을 사용하는 대신 ‘OTW’로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식이다. 탈취제는 감추고 싶은 냄새를 더 강한 냄새로 덮씌우는데 그쳐 한계라는 것. OTW는 ‘창문을 여세요(Open The Window)’란 말의 약어다. 영화는 자연유기농제품을 사용하며 점점 변해가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이들은 붕사 가루와 소다, 물 등을 이용해 세정제를 만든다. 소다, 레몬즙, 물을 섞은 세척제로 식탁을 닦고 집안을 청소한다. 양동이 한 통 분량을 제조하는데 재료비가 2달러도 들지 않았다. 끊는 물에 젤라틴과 향유 20~25방울을 넣어 헤어젤도 만든다. 1통 만드는데 드는 재료비는 50센트. 치약, 샴푸, 분홍 립스틱 역시 ‘핸드메이드’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말했다. “깨끗하게 살려면 화학제품이 필요해요.” 그러나 이젠 이렇게 말한다. “먹을 수 없는 것을 피부에 바를 수 없죠. 앞으로도 화학제품을 쓰지 않을 겁니다.” 3개월 만의 변화다. 이 처장은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가정에서 사용되는 일반 화학제품에 포함된 저위험군 화학물질이라고 위험한 게 아니다”라며 “평소에 얼마나 노출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량 청산가리는 사람들이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위험군 물질이라고 해도 위험성이 낮다. 반면 저위험군 물질이라고 자주 노출되면 청산가리보다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평소 사용하는 화학제품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당장 ‘화학제품은 필요 없다(chemical free)’고 말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학제품이 주는 편리함을 떨치기 어렵고 자연유기농제품을 쓰기 위한 번거로움을 감내하기가 힘들기 때문일 터다. 그럼에도 질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던졌던 질문과는 다소 달랐다. 화학제품은 깨끗이 사는데 반드시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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