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9.11 테러리스트, 이슬람선 영웅

통합검색

9.11 테러리스트, 이슬람선 영웅

2002.09.13 10:57
지난해 9월11일 자살특공대로 보이는 테러집단에 의해 납치된 민간 여객기가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공격하는 장면을 텔레비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반인륜적 테러행위에 전율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은 테러의 배후로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그가 설립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를 섬멸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시켰지만 세계 여론은 미국의 무차별적인 보복공격을 비난하지 않았다. 알 카에다가 지하드(성전)를 부르짖는 여느 이슬람 단체들처럼 광신도의 집단이기 때문에 미국의 응징은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러나 어리석지도 않고 정신병자들도 아닌 아주 정상적인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서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몰살한 테러행위의 동기를 종교적 신념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진화심리학쪽의 견해이다. 진화심리학은 진화생물학, 인지심리학, 인류학, 신경과학의 결합에 근거를 두고 사람의 마음을 설명하려는 학제간 연구이다. 요컨대 마음을 생물진화의 산물로 전제하는 진화심리학에서는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것으로 간주한 행동 특성들, 이를테면 언어, 폭력성, 이타주의, 짝짓기 등이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의 산물임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이기적인 측면이 강함과 동시에 국립묘지에 잠든 무명용사들이나 일본군의 가미카제 특공대원처럼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성향을 타고난 이타적인 존재이다. 또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정의에 민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옳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선호하는 마음이 진화됐다는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성향은 특히 젊은 남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생식전략의 측면에서 용감한 남자들만이 짝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젊은 남자일수록 위험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 좋은 예가 폭력 범죄의 통계이다. 수십년 동안 인류사회의 범죄를 연구한 캐나다의 심리학자 부부인 마고 윌슨과 마틴 데일리에 따르면 살인범의 과반수가 젊은 남자이다. 이러저러한 진화심리학의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젊은 남자들은 옳다고 여겨지는 것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본능을 타고난다. 진화심리학이 타당하다면, 9·11 테러는 광신도들의 예외적 만행이라기보다는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을 드러낸 비극일 따름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이슬람 세계에서 영웅이자 순교자로 불린다. ◇ 참고자료 △<과학과 사회> 2001창간호, 김영사 펴냄 ※ 이 내용은 '한겨레신문'에 '이인식의 과학나라' 코너로 연재된 칼럼입니다.

태그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어떠셨어요?

댓글 0

15 + 6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