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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발농게의 사랑’ - 수컷 집게발 춤추며 암컷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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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발농게의 사랑’ - 수컷 집게발 춤추며 암컷 유혹

2002.09.15 23:23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농게다. 암컷은 수수한 외모로 이렇다할 특징이 없지만, 수컷은 한쪽이 매우 큰 ‘집게 발’을 갖고 있다. 수컷은 왜 이렇게 큰 집게발을 갖게 되었을까? 강화도 초지리의 갯벌에서 2년 동안 흰발농게만 뚫어지게 관찰해온 서울대 행동생태학 연구실의 김태원 연구원이 ‘농게의 사랑’에 얽힌 비밀을 파헤쳤다. 갯벌의 먹이가 수컷의 구애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먹이가 많을수록 “이리와”하는 수컷의 ‘집게발 춤’은 더욱 격렬해지고 사랑은 짙어진다. 김 연구원은 스승인 최재천 교수와 함께 이에 대한 논문을 국제 저널인 ‘행동생태학과 사회생물학’에 제출했다. 지구상의 농게는 100여종. 우리나라 갯벌에는 붉은 집게발을 가진 농게와 흰 집게발을 가진 흰발농게가 산다. 흰발농게는 6월경 짝짓기 철이 시작되면 수컷이 파는 굴의 깊이가 더욱 깊어진다. 사랑의 밀실을 파는 것. 이어 진흙으로 마치 돔형 야구장 반을 잘라낸 형태의 지붕을 만든다. 집치장이 끝나면 수컷들은 일제히 자기 집 앞에서 주위의 암컷을 향해 ‘집게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흰발농게는 큰 팔을 바깥으로 폈다가 안으로 끌어당기는 행동을 연신 반복한다. 마치 “이리와 이리와”하고 손짓하는 사람의 행동과 똑같다. 그러면 암컷도 식사를 중단하고 뽐내기를 하는 수컷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언뜻 보기엔 암컷이 수컷을 대충 고를 것 같지만 생각보다 까다롭고 눈이 높다. 그럴수록 수컷의 구애행동은 빨라져 1분에 20번을 흔들기도 한다. 수컷은 이런 구애 행동을 밀물이 들어올 때까지 온종일 반복한다. 따라서 엄청난 ‘정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김 연구원은 먹이와 구애 행동이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을지 모른다는 ‘먹이 가설’을 세웠다. 김 연구원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갯벌의 흙을 긁어내고 실험을 해보니 흙에 묻어있던 플랑크톤이나 동물의 분해된 시체가 줄어들자 수컷의 집게발 춤도 시원치 않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컷의 집게발이 이렇게 기형적으로 커진 이유는 암컷이 집게발이 큰 수컷을 좋아하기 때문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점차적으로 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컷은 유혹하는 수컷을 따라 집안을 들여다보고 나와 다른 수컷의 집을 찾아간다. 마치 몇평 짜리 아파트인지 확인하려는 듯 이런 과정은 수십 번이나 반복된다. 그런데 한 번 딱지를 놓은 수컷은 두 번 다시 찾지 않으니 이들의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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