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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수학적으로는 불공평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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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수학적으로는 불공평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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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단체장과 지역의회의원을 뽑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일 투표가 종료됨과 동시에 개표가 시작돼 이르면 다음날 대부분의 결과가 나온다. 개표결과에 따라 당선자-낙선자-지지자 사이에 희비가 교차하겠지만 단순히 개표결과만 놓고 승패를 가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바로 ‘비례대표선거’다. 비례대표선거는 각 정당이 얻은 유권자의 표수와 비례해 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전체 의원수가 100명인 의회가 있는 지역에서 A당이 전체 표의 50%, B당이 30%, C당이 20%를 얻었다면 A당은 50명, B당은 30명, C당은 20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의원은 무조건 정당의 정책만 따라간다’고 가정했을 때 각 정당이 차지한 의원수가 꼭 정책을 통과시키는데 필요한 영향력에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위 의회에서 정책을 통과시킬 때 과반수(51명) 의원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50명인 A당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B나 C당과 연합을 해야만 정책을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다. B와 C당은 더 심하다. A당과 연합하지 않으면 서로 뭉쳐도 50명에 불과해 과반수를 넘을 수 없다. 결국 50명을 확보한 A당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B나 C당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정책을 결정할 수 없는 셈이다. 각 정당의 영향력이 불분명한 이런 상황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학적 방법이 ‘반자프 권력지수’다. 이 지수는 미국 법학자이자 전자공학자인 존 반자프가 만든 것으로 각 정당이 정책결정에 관여하는 횟수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책정한다. 위 의회를 예로 든다면 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당의 연합은 A-B(80명) A-C(70명) A-B-C(100명)가 된다. 이때 세 가지 연합 중 ‘특정 정당이 빠지면 과반수가 안 되는 경우의 수’가 그 정당의 영향력(권력지수)이 된다. 즉 세 가지 경우에서 A당이 빠지면 연합이 붕괴되는 경우는 A-B A-c A-B-C이고, B당은 A-B, C당은 A-C로 A=3, B=1, C=1의 값을 갖게 된다. 이때 각 정당의 영향력은 ‘각 정당이 가진 값’을 ‘각 값을 모두 더한 수’로 나눠 산출한다. 즉 A당은 3/5이므로 60%, B당은 1/5=20%, C당 역시 20%가 된다. 결과적으로 A당은 50%의 의석수만 확보했지만 영향력은 60%로 늘었고, B당은 C당보다 많은 의석수를 얻었지만 영향력은 C당과 같은 셈이다. 반자프 권력지수가 흥미로운 이유는 전체 득표율이 꼭 선거의 승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A당이 49%, B당이 49%, C당이 2%를 득표했다면 C당은 완전히 참패한 듯 보인다. 하지만 영향력을 따지면 A와 B당 못지않다. 이 상황에서 과반수를 넘기 위한 정당의 연합은 A-B A-C B-C A-B-C다. 이중 특정 정당이 빠질 때 과반수가 넘지 않는 경우를 찾아보면 A당은 A-B A-C로 두 번, B당은 A-B B-C로 두 번, C당도 A-C B-C로 두 번이다. 즉 A=B=C=2라는 수를 갖게 돼 모두 2/(2+2+2)인 33.3%라는 동일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만약 반자프 권력지수에 따라 한 정당이 완벽한 승리를 하려면 얼마나 득표해야 할까. 딱 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할 만큼만 하면 된다. 의석이 100개인 의회라면 51개(51%), 200개인 의회라면 101개(50.1%)를 확보하면 완벽한 승리다. 예를 들어 A당이 51석을 확보한다면 혼자서도 과반수가 되고, B와 C당은 연합해도 과반수를 넘지 못하므로 A가 100%의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반자프 권력지수가 실제 상황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모든 의원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당의 정책에 무조건 따라야 하고 의회에서 선거를 할 때 기권조차 허용되지 않는 상황을 가정했기 때문이다. 6월 2일은 선거일이다. 지지하는 후보자나 정당에 표를 던진 뒤 반자프 권력지수에 따라 영향력을 가늠해보는 지적 재미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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