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천안함으로 인해 관심받는 ‘열역학’

통합검색

천안함으로 인해 관심받는 ‘열역학’

2010.08.04 00:00
소위 ‘얼짱’ 골퍼라고 불리는 최나연 선수. 사실 올해 들어 한국 선수들 여럿이 LPGA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유독 최 선수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런 현상은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과학자들이 많은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림에도 줄기세포나 우주론 같은 몇몇 ‘관심종목’의 연구자들만이 주목받는다. 과학 전반에 걸쳐 아주 중요하면서도 대중매체의 외면을 받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열역학이다. 물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나 엔트로피라는 용어가 19세기 열역학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요즘은 오히려 다른 분야에서 의미가 ‘확장’돼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난 2일 KAIST 기계공학과 송태호 교수가 국방부에서 ‘북한 어뢰 추진부에 쓰인 ‘1번’ 글씨가 타지 않은 이유’를 열역학 이론으로 설명하면서 ‘단열팽창’ 같은 열역학 용어가 사람들 앞에 맨얼굴을 내밀었다. 송 교수는 연구실 홈페이지에 공개한 14쪽 분량의 논문(htl.kaist.ac.kr에서 받아볼 수 있다)에서 이런 결론을 내게 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고 논문 말미에 “본 계산에 대한 전문적 토의를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6일 비극이 발생한 이후 5월 20일 국방부 발표에서 ‘결정적 증거’인 어뢰추진기가 공개되면서 북한어뢰공격이 명백해 보였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추진기 뒷면의 ‘1번’이라는 글씨를 놓고 조작의 ‘결정적 증거’라고 반박해 왔다. 즉 북한은 ‘번’이라는 표기를 쓰지 않을뿐더러 폭발시 발생하는 엄청난 온도에서 잉크가 타버렸을 텐데 이렇게 파란색까지 선명하게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버블 팽창하면 왜 온도가 떨어질까 송 교수는 논문에서 “본 계산은 대학에서 기초적인 열전달을 배운 사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쓰여졌다”고 했지만, 사실 보통 사람들은 우리 글로 쓴 논문임에도 얼마 읽지 않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포기하기 쉬울 것이다. 이공계, 그것도 화학과 출신인 기자 역시 물리화학 시간에 배운 열역학 지식을 떠올려가며 읽었지만 중반부터는 논문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 논의의 핵심은 논문 앞부분에 나오는 ‘단열팽창’을 이해하면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단열팽창이란 한 계(system, 이 경우 버블)가 주변의 다른 계(이 경우 바다)와 열 교환이 없는 상태에서 팽창하는 과정이다. 그 결과 팽창하는 계의 압력 뿐 아니라 온도까지 떨어진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보일의 법칙’을 배운 기억이 나는 사람들은 ‘이상하다. 부피가 늘면 압력이 떨어지는 건 맞지만 온도는 일정하던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보일의 법칙의 경우 온도가 일정한 건 결과가 아니라 조건이다. 그래야만 ‘압력(P)과 부피(V)의 곱(PV)이 일정한 값을 갖는다’는 보일의 법칙이 성립한다. 이를 등온팽창이라고 한다. 단열팽창과 등온팽창의 차이는 두 계 사이의 열교환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등온팽창을 하려면 두 계 사이에 열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팽창이 아주 서서히 일어나야 한다. 폭발처럼 너무나 순간적인 팽창은 이럴 여유가 없기 때문에 단열팽창을 적용한다. 부피가 늘어나면 압력이 떨어지는 건 쉽게 수긍이 가는데(기체분자의 밀도가 떨어지므로) 왜 온도까지 떨어질까. 단열이므로 외부와 열의 교환이 없으면 오히려 온도가 유지돼야 하지 않을까. 사실 바로 이런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열역학이 탄생했다. 물리학에서 배우는 역학은 영어로 ‘mechanics’이지만 열역학은 ‘thermomechanics’가 아니라 ‘thermodynamics’다. 따라서 엄밀히 번역하자면 ‘열동역학’이 맞을 것이다. 열역학의 역사를 보면 이런 이름이 붙은 연유가 이해되는데, 사르디 카르노나 제임스 줄 같은 19세기 과학자들이 열과 일(팽창이나 수축 같은 동역학)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열이나 일이 결국 에너지의 한 형태로 서로 변환 가능하다는 윌리엄 톰슨(캘빈 경)의 이론으로 이어졌고, 독일의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는 마침내 ‘계의 내부에너지 변화는 계가 흡수한 열과 계가 한 일의 차이’라는 열역학 제1법칙을 정립하기에 이른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체가 팽창한다는 건 기체분자가 벽에 부딪치며 벽을 밀어낸 결과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열의 형태로 에너지가 보충되지 않는 한 기체분자의 에너지가 줄어들고 그 결과 온도가 떨어진다. 송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탄두부의 폭약이 터진 직후 버블의 온도는 무려 3003℃이고 압력은 1만9900기압이나 된다. 이때 버블의 부피는 탄두부의 부피인 151리터라고 설정했다. 버블이 ‘1번’ 글자가 써 있는 지점인 반지름 5.8m의 크기로 팽창할 시점에서 부피는 약 5400배 증가한 약 81만 리터이고 이때 압력은 약 7만7000분의 1인 0.26기압이 된다. 그 결과 온도는 영하 44℃로 떨어진다는 것. 게다가 글씨는 두께 5cm인 강판 디스크의 뒷면에 써 있다. 설사 탄두부쪽 디스크에 닿는 버블의 온도가 수백도라도 뒷면의 온도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송 교수는 열전달이론을 통해 설명했다. 이 온도가 건너편까지 전달되기도 전에 바다로 열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잉크가 손상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는 게 송 교수의 결론이다. 이번 송 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한 지지 또는 반론이 나와 논의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비극적인 사건이 계기가 된 건 유감이지만 소수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존재의미를 갖던 열역학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기억에 남을 사건 아닐까. 아래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열역학이야말로 천재 물리학자들조차 경외심 속에서 바라보던 대상이므로. "이론이란 그것이 더욱 간명할수록, 많은 다른 분야에 관여할수록, 넓은 영역에 적용될수록 더 인상적인 것입니다. 제가 고전 열역학에서 받는 깊은 인상은 그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 기본 개념의 적용성을 고려했을 때, 결코 사라지지 않을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유일한 물리 이론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태그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어떠셨어요?

댓글 0

8 + 3 = 새로고침
###
    * 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에는 실명확인 과정을 거쳐야 댓글을 게시하실수 있습니다..
    * 실명 확인 및 실명 등록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 (2020. 4. 2 ~ 2020. 4. 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