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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개혁, 거버넌스 먼저 바꾼 뒤 순차적으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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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개혁, 거버넌스 먼저 바꾼 뒤 순차적으로 진행”

2010.08.29 00:00
“우선 좋은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이 있어야 여기에 무엇을 담을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그 다음에 고민하면 됩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서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영아 위원 주최로 열린 ‘국가 R&D 거버넌스 및 출연연 발전을 위한 합리적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가한 청와대 임기철 과학기술비서관은 이 같이 말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 정책을 개편하는데 있어 연구자 정년연장, 인력 구조조정 등의 미시적인 정책을 바로 집행하기 보다는 거버넌스 구조를 먼저 바꾸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교과부 김창경 제2차관도 취임 이후 가진 출입기자단과의 대화에서 “과학기술 체제 개편은 (한번에 하지 않고) 천천히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청와대 측은 출연연 민간발전위원회(민간위)안은 대체로 수용하지만, 실질적인 집행 방식은 다른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민간발전위, ‘거버넌스-연구제도-구조조정’ 등 패키지 개편 제안 이번 토론회는 민간위 안현실 위원이 민간위 안을 발표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의견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민간위는 과학기술부 폐지에 따라 국가 연구개발의 통합 지휘 체계가 없다고 보고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연구개발위원회(국연위)를 신설하거나 비상설 조직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간위는 조직이 어떤 형태든 간에 ‘예산 기획, 조정, 배분, 심의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교과부, 지식경제부 등 각 부처 산하의 연구회를 통해서 관리를 받는 출연연을 국연위 또는 국과위의 산하로 배치하는 것을 권고했다. 출연연이 예산을 주는 곳과 집행하는 곳(해당 부처) 두 곳 모두의 ‘눈치’를 보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출연연은 실질적인 관리 기능을 하는 해당부처와 예산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재부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등 낭비 요소가 많다는 것이 민간위의 생각이다. 거버넌스라는 하드웨어 개편과 연구 지원 등 소트프웨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동시에 바뀌어야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정년 연장’, ‘정부출연금 인상’을 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민간위는 좋은 평가를 받은 연구원은 정년을 대학 수준으로 올리고, 연구과제중심제(PBS)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정부 출연금비율을 현재 30~40% 수준에서 7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현재 3년인 기관장의 임기를 5년으로 늘려 연구가 기관장 교체에 따라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의견도 냈다. 민간위는 연구자들이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에 ‘평가는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은 “엄격한 평가를 통해 도태시킬 연구소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는 방안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 청와대, 민간위 안 대체로 수용하나 ‘순차적’ 개편 추진할 듯 민간위 안에 대해 청와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국회, 시민단체 등이 연 토론회에서 청와대 측 인사들은 대체로 민간위 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간위가 6월 청와대 측에 보고서를 보고한 뒤에는 ‘너무 이상적인 방안’,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안’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사실상 폐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강하다. 그러나 민간위 간사였던 김창경 교수(한양대)가 교과부 제2차관이 되었고, 청와대 미래전략기획관도 정보기술(IT)나 환경이 아닌 과학기술 분야에서 발탁되면서 민간위 안이 다시 힘을 받게 됐다. 발표회에서 임기철 비서관도 민간위안에 대해 전반적인 방향과 전략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다만 시행 방법에서는 민간위 안이 그대로 채택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임 비서관은 “정책을 만들어가면서 정무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것도 있어서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간의 관계, 출연연 구조 조정에 따른 연구자들의 반발 등도 고려해서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연위 또는 국과위 등 범부처 연구개발 컨트롤 타워를 신설하고 예산 기획, 조정, 배분, 심의권을 주는 방식 △최근 과학기술 방향에 맞도록 출연연 통폐합하는 것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먼저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큰 틀이 만들어지고 나면 소프트웨어인 연구지원 방안과 평가 방안, 그리고 인력 구조조정 등을 고민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계는 민간위 방안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연발협) 안종석 회장은 “출연연의 관리감독을 범부처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 행정 부처와 의견 조율 문제 남아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해당 부처는 민간위 안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교과부, 지경부, 기재부 등은 연위가 신설되거나 국과위가 상설화될 경우 권한을 넘겨야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이승철 공공정책국 정책총괄 과장은 “민간위에서 좋은 의견이 나왔고 많은 부분 수용하려고 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수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자들이 예산 부분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수요자(연구자) 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편하려고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예산 기획, 조정, 배분, 심의 권을 통째로 타 기관에 넘기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예산 관련권한은 지난 정권의 과학기술혁신본부에 있었으나 이번 정권에서 다시 기재부로 가져간 것이기 때문이다. 지경부 역시 불편해 하고 있다. 지경부 연구조직팀장 최우석 과장은 “선수가 심판 역할까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과위가 기획하고 평가까지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 과장은 또 “지금까지 연구개발이 너무 연구자 중심적이었고 이는 ‘개발할 테니 자금 지원만 해 달라’는 것으로 자칫하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경부 등 개별 부처가 입김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과부도 새로운 위원회가 과학기술의 기획조정 기능만 맡을지 정책 집행까지 맡을지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재 비상설조직인 국과위의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어, 국과위가 상설화 될 경우 이 기능을 넘겨줘야 한다. 여기에 강화된 위원회가 정책 집행 기능을 하게 될 경우 교과부 내의 과학 부분이 할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 청와대-국회, 개편 의지 강해… 정기 국회서 큰 틀 변화 확실 정책을 마련 중인 청와대, 이를 법제화 할 국회는 이번 기회에 향후 10~20년 뒤 먹거리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청와대 측은 11년 전 마련된 현행 체제는 변화한 과학기술 조류를 맞추지 못하고 있어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측 관계자는 “이제는 융합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처럼 개별 기관의 벽에 갇히면 안 된다”며 “연구소, 학교, 기업이 주제에 따라 자유롭게 모여서 연구할 수 있도록 틀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측도 이번에 정부가 개정된 안을 가지고 오면 이를 발전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박영아 의원은 “정부가 98% 정도 완성된 안건을 가지고 오면 2%를 보강해 과학기술계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확한 일정을 정해지지 않았지만 민간위 안을 바탕으로 9월 초순까지 청와대 측에서 안을 작성하고 정부 입법 등의 방식으로 국회로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측은 하반기 국회에서 이를 논의하고 연내에 정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서둘러 처리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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