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진짜 과학지식은 ‘비빔밥’

통합검색

진짜 과학지식은 ‘비빔밥’

2010.10.04 00:00
《 과학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 2학년 김서진 양(17)은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천문·천체올림피아드(IOAA)’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23개국 학생 108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는 △이론시험 △데이터 분석시험 △관측시험이 진행됐다. 경기과학고 2학년 최창현 군(17) 역시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IESO)’에서 금메달을 땄다. 19개국 학생 72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는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을 주제로 한 이론평가와 지질조사, 기상관측 등 실기평가를 통해 탐구력과 창의력을 테스트했다. 두 학생이 이론뿐 아니라 탐구 및 실험과정까지 평가하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비결은 뭘까? 두 학생은 “평소 한 가지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과학지식을 체화(體化)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 양과 최 군이 국제올림피아드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을 수 있었던 ‘과학 공부 노하우’에 대해 알아보자. 》 ○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관심분야 실력을 업그레이드하다!

김 양과 최 군은 비단 천문학과 지구과학에만 국한해 공부하지 않는다. 둘은 다양한 과학 분야의 지식을 익힘으로써 자신의 전공분야 실력을 한 단계 더 향상시켰다. 최 군이 이번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서 가장 어려웠다고 꼽은 문제는 ‘지진파가 지질을 통과하는 속도 차이’를 활용해 지질의 단면구조를 분석하는 문항. 지구과학 지식뿐 아니라 ‘파동’이란 물리이론까지 정확히 알아야만 풀 수 있는 심화문제였다. 적잖은 학생이 문제 풀기를 포기했지만 최 군은 시험지에 자신 있게 답을 적었다. “평소 지진파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다양한 과학이론을 접목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어요.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면서 지구과학뿐 아니라 물리학 등도 심도 있게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죠.” 최 군은 내신 공부를 할 때도 과학 과목 간 연관성을 통해 어려운 과학이론을 쉽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학교시험 준비가 한창이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최 군에게 ‘현무암질 마그마에선 화강암이 생성되지만, 화강암질 마그마에서 현무암이 생성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최 군은 “‘어떻게 하면 친구에게 쉽고 정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문득 ‘공융계’(두 가지 이상의 화학조성이 공존하는 상태)란 화학이론을 적용시켜 설명했다”며 “친구들이 질문할 때마다 쉽게 설명하고 싶어 다른 과학분야의 이론을 접목하다 보니 지구과학 실력을 더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양은 독서를 통해 여러 분야의 과학적 지식을 익혔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 교내 도서위원이었던 김 양.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김 양은 도서관의 책을 정리하면서 순수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어떤 책부터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순수과학 분야만 모아놓은 300번대 책을 순서대로 읽기로 결심했어요. 초등생을 위한 과학도서, 인문과학서 등 난도와 내용에 관계없이 200권 정도의 책을 모두 읽어봤죠.” 이때 길러진 김 양의 다독(多讀) 습관은 천문학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천문학의 특징은 여러 가지 현상을 물리, 수학, 지구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활용해 설명한다는 것. 예를 들어 어떤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에 대한 문제를 풀 땐 물리와 수학 이론이 필요하고 화성의 대기 움직임과 지표면의 성질을 묻는 질문에 답할 땐 지구과학과 관련된 지식이 필요하다. 이는 이번 올림피아드 문제를 풀 때도 도움이 됐다. “지구에서 쏘아올린 우주선이 화성이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에 도달하는 지점을 찾아내고 이때 화성에서 바라본 우주선의 운동 속도와 방향을 구하는 문제가 나왔어요. 포물선의 궤도를 구하는 수학공식, 우주선의 속도와 방향을 구하는 물리공식, 화성의 궤도란 천문이론이 모두 요구되는 문제였죠. 평소 천문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독서를 통해 꾸준히 공부한 덕분에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어요.” ○ 실험과 탐구로 과학지식을 체화하다! 김 양이 천문학에 처음 흥미를 느낀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천문대 캠프에서 망원경을 사용해 처음으로 천문 관측을 하고부터다. “거대한 우주와 이를 구성하는 수많은 별들을 눈으로 직접 관찰하며 공부하는 과정이 매력적이었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엔 학교 실험동 옥상에 있는 망원경으로 밤마다 별을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됐죠.” 이후 김 양은 매일 별자리를 관측했다. 지난해 8월엔 페르세우스 위성이 떨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전 2시에 기숙사 옥상에 몰래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거의 모든 별자리의 위치와 이름을 외웠다. 이는 올해 올림피아드 관측시험에서 김 양의 큰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국제천문·천체올림피아드 관측시험은 망원경으로 직접 별을 관찰하고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관측시험의 문제는 특정 위치의 별자리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 김 양은 “이미 거의 모든 별자리의 위치와 모양만으로도 이름을 맞힐 수 있었다”면서 “평소 관측을 꾸준히 한 덕분에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군 역시 주변 환경을 관찰하면서 과학지식을 익힌다. 가족이나 친구와 여행을 갈 때도 그는 꼭 주변에 있는 암석과 지질구조를 눈으로 살펴본다. 행여 특이한 암석이라도 발견되면 집에 가져와 부모님이 사준 현미경으로 암석의 특징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런 최 군의 취미생활은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 기간 동안 참가 학생 7, 8명이 팀을 이뤄 특정지역을 탐사하고 발표하는 협력프로그램인 ‘ITFI(International Team Field Investigation)’에서 ‘최고 협력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이 프로그램은 인도네시아 브리빈 동굴의 △지질구조 △지하수의 산성도(pH) △지하수의 성분 등을 분석해 ‘동굴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를 토론·발표하는 대회. 최 군은 “평소 관찰을 즐긴 덕분에 ‘어떤 요소를 알아봐야 하는지’ ‘관찰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며 “이런 나만의 경쟁력으로 팀 내에서 관찰을 주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승태 동아일보 기자 stlee@donga.com

태그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어떠셨어요?

댓글 0

20 + 7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