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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의 섹스, 현행 법 그대로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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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의 섹스, 현행 법 그대로 적용해야”

2010.11.02 00:00
로봇애완견 ‘아이봇’과 살아있는 강아지를 함께 키우는 집이 있다. 만약 그 집에 사는 사내아이가 툭하면 아이봇을 넘어뜨리고 걷어차며 함부로 대한다면 어떻게 타일러야 할까. 만약 강아지에게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망설임 없이 나무랄 수 있을 텐데 아이봇은 단지 로봇일 뿐이다. 이에 대해 로봇공학 석학(碩學) 헨릭 크리스텐슨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는 아이봇과 강아지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즉 강아지를 두고는 잘 보살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로봇에게는 함부로 해도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로봇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조지아공대 로봇연구센터장이면서 로봇공학 석좌교수인 그는 현재 미국의 국가로봇정책을 총괄·자문하는 일을 맡고 있다. 또한 로봇윤리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국제전기전자학회(IEEE)의 로봇 오토메이션 소사이어티 분과에서 기술윤리 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지난달 27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먼 훗날 로봇이 감정을 느끼고 자아를 갖게 될 시기를 대비해 로봇에 관한 윤리규범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26~27일 서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IEEE 로봇 콘퍼런스(ARSO)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 주력하는 연구분야가 ‘보조로봇’이라고 들었다. “자신의 무게보다 2배 이상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로봇이라고 볼 수 있다. 공장에서 사람이 하기 힘든 단순반복적인 일을 대신 하거나, 가정에서는 몸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물건을 들어준다든지 식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군사용 보조로봇과 다른 영역인가. 가령 군인이 착용했을 때 100kg 이상의 군장을 매고 뛰어다닐 수 있는 웨어러블(wearable) 로봇 같은. “다르다. 군사용 보조로봇은 UC 버클리대 등 다른 곳에서 연구하고 있다” ● 조지아공대는 2008년 미국 대학 최초로 로봇공학 박사과정이 개설된 곳이다. “지금은 한 곳 더 늘어 카네기멜론대에도 개설됐다. 조지아공대에는 현재 30명 이상의 로봇 관련 교수들이 활동중이다.” ● 로봇윤리 연구에 적극적이다. “2002년부터 로봇윤리에 관한 국제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로봇공학자 뿐만 아니라 철학자, 종교인, 정치인, 인류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로봇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로봇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떤 윤리를 적용해야 하는지 등의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사람처럼 이성과 감정을 갖는 로봇이 등장하려면 아직 멀었다. 벌써부터 로봇윤리를 논할 필요가 있나.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지금부터 윤리를 미리 ‘정의’하는 건 이르겠지만, 그 이전 단계인 토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로봇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부터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로봇연구 초창기 때부터 미리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핵무기가 개발됐을 때 ‘과학자들이 이렇게 아무 것이나 다 만들어도 되는지’에 대한 논란들이 거세게 일었었다. 로봇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무엇이 올바른지 미리 고민하고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 로봇윤리에 관한 논의는 결국 사람과 로봇과의 관계를 따지는 일인 것 같다. “집에 있는 진공청소기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65%나 된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진공청소기는 아주 원시적인 로봇임에도 사람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로서 의미를 맺으려고 하는 것이다. 훗날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한다면 이보다 더 긴밀한 관계들이 형성될 것이다.” ● 2006년 이태리에서 있었던 로봇윤리에 관한 논의에서 수년 내에 인간과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왜 그런 예상을 했는가. “1980년대에 비디오레코더가 대중화됐을 때나 1990년대부터 인터넷이 널리 퍼졌을 때를 생각하면 된다. 현재 인터넷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콘텐츠는 포르노다. 이 같은 대중들의 기본적인 욕구는 로봇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 비디오레코더나 인터넷처럼 로봇이 하나의 오락 매체가 되는 것인가. “로봇도 오락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고, 로봇이 발달할수록 당연히 ‘그쪽’으로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이 쏠리게 돼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로봇 기술을 이용한 성행위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 같은 로봇이 등장했을 때를 대비해 관련 법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어떤 법을 말하는 건지 사례를 든다면. “어린아이의 생김새를 하고 있는 로봇과의 성행위, 폭력을 동반한 로봇과의 성관계 등을 어떻게 볼 것인지의 문제다. 비정상적인 성 욕구의 대상이 로봇이라고 해서 과연 괜찮다고 볼 수 있을까.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관련 법규를 로봇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도록 정비해야 한다.” ● 사람과 마찬가지로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인가. “사람처럼 자아를 갖는 로봇인 경우도 그렇고, 예를 들어 애완견 로봇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개는 발로 차면 안 되지만 로봇 개는 그래도 된다고 규정할 이유가 있는가. 결국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하는 원칙을 로봇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일관성’의 문제라고 요약할 수 있다.” ● 로봇학자로서 앞으로 5년 뒤를 전망한다면. “먼저 선진국들이 더 이상 중국이나 동남아에 현지 공장을 둘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로봇이 생산현장에 본격 투입되면서 임금 문제에 대한 고민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단순노동이나 청소 같은 일, 위험한 작업 등을 로봇이 대신하게 되면서 관련 직업들이 사라진다. 아마 광부라는 직업도 없어질 것이다. 또 하나는 ‘아바타로봇’의 등장이다. 온라인공간이 아니라 실제 공간을 넘나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개인미디어가 출현하는 것이다.“ ● 그러니까 아바타로봇은 다른 공간에서 주인 대신 무언가를 수행하는 로봇을 뜻하나. “그렇다. 지금은 휴대전화로, 인터넷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앞으로는 로봇이 그 같은 매개체 혹은 채널의 역할을 할 것이다. 나 대신 친구 집에 아바타로봇을 보내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로봇의 눈과 귀를 통해 친구를 바라보며 원거리에서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로봇은 하나의 개인 소셜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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