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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법칙, 빛공해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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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법칙, 빛공해에 대한 고찰

2010.11.16 00:00
오래전에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친구를 만나러 ‘신림동 고시촌’에 간 적이 있다. 민법, 상법, 형법 같은 엄청나게 두꺼운 책들과 그 속의 깨알 같은 글씨를 보며 속으로 ‘팔자 고치겠다고 이런 걸 끼고 사니 참 독한 인간들이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얼굴에 나타났는지 친구가 한마디 했다. “법은 정말 천재들이 만든 거야. 모든 문제에 대해서 가장 정의로운 해결책을 찾는 머리싸움이지….” 재벌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상식선에서는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더라도 이들을 탓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것. 사실 전국 각지의 수재들이 수년씩 매달리는 데는 이들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기자처럼 자연과학을 공부한 사람들도 물론 법칙(영어로는 똑 같이 law다)을 배운다. 주로 물리학과 화학에 법칙이 많은데 법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과학도 대다수는 어느 순간(개인에 따라 학부 때 일수도 있고 대학원 때 일수도 있다!)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법칙들을 만나는 ‘슬픈 상황’을 겪기 마련이다. ●빛공해에 시달리는 한반도 기자는 지난주 금요일 국회에서 열린 ‘과도한 인공조명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발의한 ‘빛공해 방지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다는 취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빛공해와 관련된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 빛공해(light pollution)는 말 그대로 과도한 조명이 매연이나 폐수처럼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해로서 작용한다는 뜻이다. ‘밝으면 커튼을 치면 되지 공해라는 말은 좀 심한 거 아닌가?’ 발표를 들어보니 이렇게 넘어가기에는 우리나라 상황이 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희대 건축공학과 김정태 교수가 보여준 서울과 도쿄, 런던, 몬트리올의 밤(지상 400km 높이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사진) 가운데 서울이 제일 밝았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야간조명을 규제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농촌진흥청 김충국 연구관의 발표는 더 놀라웠다. 야간조명이 농작물의 생장을 교란해 수확량을 떨어뜨린다는 내용이었는데,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도 작물에 따라서는 수확량이 90% 이상 줄어들었다. 도로나 골프장, 주유소 주변의 농작물이 특히 피해가 커 이런 환경에서는 “가능하면 고추, 토마토, 강낭콩 같이 피해가 적은 작물을 재배하라”고 추천할 정도다.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 고금숙 팀장은 야간조명이 밝은 곳일수록 여성의 유방암발병률이 높다는 외국의 연구사례를 소개하면서 ‘슬로우(slow), 다크(dark)’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흥분했다! 빛공해의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직업인 천문학자를 대표해 참석한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는 한반도의 밤하늘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런데 바다는 왜 이렇게 밝을까요?”라고 묻고 나선 “오징어잡이 어선에서 나오는 불빛 때문”이라고 알려줬다. 그러나 이날 기자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사람은 조명업체인 에스제이엘 안소현 대표였다. 안 대표는 먼저 빛공해를 유형별로 설명한 뒤 빛공해를 최소화하는 조명설계에 대해 말했다. ‘아, 그렇구나!’ 열심히 듣고 있던 기자는 “그런데 현행 법 때문에 빛공해를 줄이는 조명기구를 만들기 어렵다”는 안 대표의 말에 깜짝 놀랐다. 현행법은 ‘에너지 절감, 탄소배출량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당연한 거 아닌가?) 빛공해를 줄이기 위해 조사각(빛이 나가는 각도)을 줄이고 파장이 긴 빛을 쓴 조명기구는 오히려 ‘반(反)환경’ 제품이 돼버린다는 것. 결국 고에너지효율 인증을 받으려면 빛공해를 유발하는 기구를 설계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물론 관공서가 가로등을 구입할 때는 고효율 제품을 택하기 마련이다. 차세대 광원으로 각광받는 LED도 파장이 짧을수록(파란빛) 광효율이 높은데, 문제는 빛공해도 파장이 짧을 빛일수록 심각하다는 것. 토론회 말미에 환경부 관계자는 발표자들의 고견에 감사하다며 “특히 안 대표의 발표는 저희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멋진 법 제정에 도움되길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궁극의 법칙이라고 생각됐지만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일 때 적용이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대성이론에 자리를 넘겨줬다. 이처럼 과학의 법칙에 자연현상이 어긋나면 그 법칙이 상처를 입는다. 사회의 법은 그러나 적용과정에서 과학의 법칙과 뚜렷한 차이가 난다. 법에 어긋나는 행위는 법이 제대로 된 거냐 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불이익을 받는다(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며 죽었다던가!). 옛날 고시촌의 친구가 말했듯이 법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사람의 의견도 충분히 듣고 온갖 상황과 입장을 고려해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결국 많은 사람들이 편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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