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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풀어놓은 염소… 섬 환경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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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풀어놓은 염소… 섬 환경 초토화

2011.05.18 00:00
[동아일보] 무분별 동물 방사 생태계 교란

“염소가 너무 많아서 섬 전체가 벌거숭이가 될 것 같아요.” 최근 전남 완도를 중심으로 청산도, 보길도 등 일대 섬을 거닐다 보면 사람들이 그물로 염소를 잡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섬마다 염소가 너무 많아져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일대 9개의 섬에는 약 750마리의 염소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 염소는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풀이나 나무 밑동을 모두 먹어 치운다. 섬에 풀이 줄면 우기 시 토양과 땅속 영양분이 유실돼 섬 전체가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이 때문에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섬을 돌며 염소 포획에 나선 것이다. 공단 생태복원부 장정재 주임은 “섬 안에 그물을 친 후 배추 등 먹이로 염소를 유인한다”며 “2007년 이후 2000여 마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 전국 곳곳 방사된 동물 362만 마리 이들 섬에는 왜 염소가 많아졌을까. 10여 년 전부터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무인도에 염소를 방목하기 시작했다. 무인도는 염소가 먹을 풀도 충분한 데다 도망갈 곳이 없어 관리가 수월하다. 하지만 섬 안에 염소를 잡아먹을 천적이 없다 보니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 2000년대 이후 각종 동물이 농가소득 증대, 생물자원화 등의 목적으로 전국에 방출됐지만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002∼2007년 국내에서 이뤄진 99건의 방출사업 현황과 위해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KEI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에 방사된 동물과 곤충, 어류 등은 염소 800마리, 사슴 53마리, 붕어 12만 마리, 잉어 12만 마리, 개구리 24만 마리, 나비 5750마리, 오리 6150마리, 까치 46마리, 꿩 620마리, 산천어 7만5000마리, 반딧불이 1만 마리 등 총 45종 362만 마리다. 방사 시에는 △농가의 소득 증대 △생물·관광자원화 △멸종위기종 복원 △생물다양성 증진 △종교적 방생 등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 무분별 방사 생태계 훼손 심각

문제는 이렇게 방사된 동물들에 의한 생태계 훼손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내륙에만 살던 까치는 1989년 볼거리 제공 등의 목적으로 제주도에 방사됐다. 하지만 제주도에 까치의 천적이 없다 보니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제주도 까치는 귤 등 농작물을 쪼아 먹고 전신주와 변압기에 둥지를 틀어 정전사고를 유발하는 골칫덩어리가 됐다. 2004년 전남 일대의 섬에 방출된 꽃사슴 19마리의 경우 초반에는 관광객들을 모으는 등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꽃사슴 역시 개체수가 늘면서 생태적 가치가 높은 나무들을 뿔로 훼손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2006∼2007년 친환경 농업의 수단으로 강원 강릉 일대에 방출된 오리 6000마리는 하천 수질 오염의 주범이 됐다. 오리에게서 나온 분뇨가 그대로 인근 강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친환경 제초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방사된 왕우렁이는 어린 벼 잎과 습지 식물을 모조리 먹어치우는가 하면 사람들에게 피부병을 옮기는 피해를 주고 있다. 생물다양성 증진용으로 경북 경주에 방사된 고라니와 종교적인 이유로 방생된 자라 등도 농작물이나 수중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생물다양성을 목적으로 2005년 2000마리(서울숲), 2006년 800마리(효창공원), 2007년 1만 마리(청룡산)의 개구리가 방사됐다. 최근 이들 개구리가 양서류의 에이즈로 불리는 ‘항아리 곰팡이병’을 퍼뜨릴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선진국은 변수 계산, 모니터링 철저

전문가들은 동물을 야생에 방사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KEI 방상원 연구위원은 “방출 당시 목적만 생각했지 야생에 방출된 동물들이 나중에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경우 동물 방출 시 부작용을 사전 검토한다. 멸종위기에 놓인 까마귀를 하와이에 방출한 미국은 방출 전 먹이사슬상 까마귀보다 상위 단계의 포식자 존재 여부, 질병 유무 등을 철저히 계산했다. 방출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까마귀 수를 확인해 너무 많아질 경우 포획 등으로 개체수를 조절했다. 영국 역시 방출 후 해당 동물의 기생충 병원균 보유 여부, 적절한 개체수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한다. 반면 한국은 관련 규정조차 없다. 현행 야생 동·식물보호법에는 ‘생태계 교란종’을 자연에 방출하는 것은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동물의 방출에 대한 규제는 없다 보니 목적 만 그럴 듯하면 아무 규제 없이 방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방 연구위원은 “지자체에서 축제한다고 강에 송어를 풀어놓지만 그런 행위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며 “방출 동물에 대한 위해성 관리제도와 기구 등을 만드는 등 국가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동아일보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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