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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는 표면장력, 고양이는 중력으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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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는 표면장력, 고양이는 중력으로 마신다

2011.06.10 00:00
‘벌새는 표면장력 전공, 개와 고양이는 중력 전문가.’ 한낮의 온도가 섭씨 30도까지 오르고 부산의 유명 해수욕장에는 벌써부터 더위를 식히려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여름이 되면 사람만 더운 것이 아니다. 동물들도 더위를 탄다. 개, 고양이, 새 등 동물들은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힌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가운데는 ‘물리 법칙’이 숨어있다. 보통 새들은 부리를 물에 담가 국자처럼 물을 떠올린 뒤 고개를 뒤로 젖혀 물을 마신다. 그런데 조류 중에 벌처럼 작고 ‘붕∼’ 하는 날갯소리를 내는 ‘벌새’는 다른 방법을 이용한다. 알레한드로 리코게바라 미국 코네티컷대 진화생태학과 교수팀은 벌새의 ‘혀’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벌새 120마리를 분석한 결과 벌새의 혀는 끝부분이 6mm 정도 갈라져 있었다. 벌새는 갈라진 혀를 이용해 3단계에 걸쳐 물을 마셨다. 먼저 갈라진 혀끝을 꽃의 꿀물에 넣어 혀에 물방울을 묻힌다. 그러면 갈라진 부분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혀 중간 부분에 수분을 머금는다. 메마른 붓 끝을 물에 적시면 매끄럽게 한 덩어리로 합쳐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벌새는 수분을 흡수한 혀를 그대로 입 안에 넣는다. 서울대 마이크로유체역학연구실 김호영 교수는 “액체는 그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힘, 즉 표면장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물의 표면장력에 의해 혀끝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벌새가 부리를 빨대처럼 사용해 액체를 마신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이 연구는 7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개와 고양이는 중력과 관성력을 활용해 물을 마신다. 미국 하버드대 앨프리드 크럼프턴 교수팀은 초당 300프레임을 촬영하는 고속카메라를 이용해 개가 물을 마시는 과정을 촬영한 후 개가 물 마시는 장면에 중력과 관성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개가 혓바닥으로 물을 끌어당기면 물분자들이 위로 올라가는 관성력을 받아 작은 물기둥을 형성한다. 이때 물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이 관성력보다 커지면 물은 아래로 떨어진다. 개는 그전에 입을 다물어 물기둥 위쪽 끝부분을 마셨다. 이 연구는 지난달 생물학 학술지인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실렸다.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정승환 교수팀은 고양이가 물 먹는 과정에서 중력과 관성력이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11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정 교수는 “고양이나 사자 같은 대형 맹수류도 혀를 이용해 물을 핥아먹는 방식은 마찬가지”라며 “개나 고양잇과 동물은 턱이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나 소, 말은 턱이 완전하게 발달해 입을 물속에 담근 채 물을 빨아들일 수 있지만 이들의 경우 턱 옆으로 물이 새기 때문이다. 한편 크럼프턴 교수팀은 개가 어떻게 액체를 삼키는지에 대한 연구도 했다. 연구팀은 조영제인 바륨이 들어간 우유를 마시는 개의 옆모습을 X선으로 고속 촬영했다. 그 결과 우유를 3단계에 걸쳐 ‘꿀꺽’ 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혀의 중간과 입천장의 앞부분(경구개)으로 우유를 보내고 그 뒤에 혀의 뒷부분과 입천장의 뒷부분(연구개)을 통해 목 뒤로 보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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