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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N의 한국 과학자들, “여기 힉스 입자가 있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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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N의 한국 과학자들, “여기 힉스 입자가 있을지도 모르죠”

2011.06.26 00:00
“올해 안으로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날 것 같습니다. 다들 긴장한 빛이 역력하지요.” 스위스와 제네바의 국경에 있는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LHC(거대강입자가속기)에 있는 입자 검출기 시스템의 하나인 CMS그룹에 속해있는 고려대 물리학과 김태정 박사는 이런 중요한 시기에 LHC에게 일하게 된 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LHC가 지난해부터 양성자의 충돌 에너지를 7TeV(테라일렉트론볼트)로 올리면서 엄청난 입자들이 생성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가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힉스 입자는 다른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로 입자물리학자들이 찾는 ‘성배‘다. ●설익은 발표 자제해 달라고 부탁 “조금 과장하면 일주일에 한 번꼴로 힉스 입자를 찾았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다들 조급함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죠. 아직까지는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입니다.” 김 박사는 힉스 입자가 ‘짠’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알고 있는 입자로는 해석할 수 없는 패턴이 나오더라도 이게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때까지 충분히 반복해서 관측돼야 진짜 힉스 입자라고 ‘증명’할 수 있다는 것. “현재 몇몇 흥미로운 결과들이 있고 이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CERN에서는 확실하게 결론이 날 때까지는 외부에 알리는 걸 자제해달라고 연구원들에게 요청하고 있지요.” 김 박사는 힉스 입자가 붕괴될 때 생길 것으로 추정되는 뮤온 입자를 검출해 힉스 입자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CMS 그룹은 37개국 155개 기관 2000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려대를 비롯해 6개 기관 46명의 인력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0여명이 CERN에 상주하고 있다. CMS가 힉스 입자를 찾는 일만 하는 건 아니다. 경북대 이상은 박사는 초대칭 입자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초대칭 입자란 표준모형에서 말하는 12가지 입자(경입자 6종, 쿼크 6종)에 각각 대응하는 입자다. 현재 실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도 초대칭 입자가 발견되면 상당부분 설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박사는 “남극에서 풍선을 띄워 초대칭 입자를 찾는 연구를 해왔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며 “지난 3월 CERN으로 왔는데 이곳의 연구 열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과학동아 읽으며 꿈꾼 일이 현실로 LHC에는 CMS뿐 아니라 여러 그룹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ALICE(앨리스)에도 한국 과학자들이 10여명 상주하고 있다. 앨리스는 중이온(납 원자핵)을 가속시켜 충돌시켰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관측하고 해석하는 프로젝트다. 2001년부터 CERN에서 연구하고 있는 강릉대 백용욱 박사는 “이런 초대형 실험은 연구자들 사이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가속기가 가동할 때는 하루 24시간 3교대를 하면서 모니터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백 박사는 MTR이라는 검출기의 데이터 처리를 책임지고 있는데 비상상황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1시간 이내에 통제실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가속기가 가동될 때는 꼼짝달싹할 수 없는 셈이다. 건국대 박사과정 안상언 씨는 “이곳에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백 박사 같은 경험이 많은 연구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자신도 처음 왔을 때(2008년)는 뭐가 뭔지 몰랐지만 지금은 외국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정도로 일이 손에 잡혔다고. CERN에 온지 7개월째라는 연세대 박사과정 김범규 씨는 “고등학교 때 과학동아를 통해 CERN을 알게 됐고 CERN에서 연구하는 꿈을 키웠다”며 “이렇게 진짜 CERN에서 연구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TOF라는 검출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강릉대 김진숙 박사는 “이곳에서 일하다보니 기초과학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선진국의 연구원들이 무척 부럽다”며 “예를 들어 앨리스는 이탈리아가 비용과 인력에서 40%나 기여하기 때문에 연구방향도 주도적으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교수가 개별적으로 CERN에 접촉해 참여하기 때문에 그 과정도 힘들고 연구방향에 대한 발언권이 미미한 실정이다. 김 박사는 “CERN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과학자들을 국가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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