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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에서 소외받는 공학…진정한 공학 교육이 가능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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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에서 소외받는 공학…진정한 공학 교육이 가능하려면?

2011.06.26 00:00
“공학은 태생 자체가 교육계가 아니죠. 그래서 교육 과정에서 소외됐습니다.” 남현욱(39·사진) 청주교대 교수는 자신이 우리나라에서 드문 ‘공학 교육자’라고 자처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과정의 공학 교육자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는 전문가가 없고 체계도 없어 공학 교육이 소외됐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공학 교육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를 소망하는 남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 교육과정에서 소외받는 공학 남 교수는 포항공대에서 2001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곧바로 삼성전자 메카트로닉스 센터의 연구원으로 취직해서 반도체 장비나 휴대전화 설계도 등을 해석하는 일을 맡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직장 2년 차이던 2003년, 청주교대 교수를 지원해 교육자의 길로 들어섰다. “일반 대학교의 공대 교수가 되는 길도 있었죠. 하지만 생각할수록 초등학교 선생님을 길러내는 일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더군요.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 국민 전부를 자그마치 6년 동안이나 가르치는 곳이 초등학교입니다. 게다가 이 시기는 지식, 가치관 등의 흡수력이 가장 빠른 때가 아닙니까.” 정통 교육자의 경로를 밟아 온 것이 아니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남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 됐다. 남 교수가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문제는 ‘실생활의 과학기술과 교육계 안의 과학기술이 다르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우리 실생활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IT기기, 자동차, 전력 시설 등 예를 들자면 너무나 많죠. 굳이 과학과 기술을 분리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굳이 분리한다면 기술 쪽이 실생활과 더 밀접하죠. 그런데 교육계에서는 다릅니다. 과학만 있지 공학(기술)은 관심 밖입니다.” 이 말이 사실일까. 남 교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과 과정을 표로 보여주며 설명했다. 과학은 거의 기초과학만을 다루고, 공학의 범주에 넣을 주제는 찾기 힘들었다. 공학은 ‘실과’ ‘기술·가정’ ‘공업’ 교과서의 일부 단원에서 다루고 있었다. 초·중등 교육에서 다루는 공학은 과학보다는 초등 과정의 실과, 중등 과정의 기술에 가깝다. 그런데 실과는 원래 농업과 가정에서 출발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업과 정보 등이 추가된 과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과를 직업 교육의 기초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 중요한 공학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한다. 현재 공학은 정규 교과과정이 아니라 경시대회, 캠프, 방과후학교 등에서 많이 가르치고 있다. 교과서에 없지만 경시대회 종목인 글라이더, 물로켓, 과학상자, 브레드보드, 로봇 등은 모두 공학이다. 또 캠프나 방과후학교에서 발명, 로봇을 가르친다. 남 교수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으니 교과 과정에 없어도 자생적으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 공학 비중을 높일 정책적 배려가 필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공학은 일종의 응용과학인데, 순수과학으로 기초를 닦은 뒤 배우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하지만 남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공학이라는 것이 기초과학을 배운 뒤에야 할 수 있는 성질도 아니며, 사회가 과학과 기술을 분리하지 않는데 학문이 선후를 나눌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는 공학을 먼저 배우고, 기초과학으로 넘어온 과학자도 많다. “일반인이 수학과 과학의 내용을 모두 알 필요가 없죠. 하지만 ‘논리’와 ‘이성적인 사고’를 기르는데 수학과 과학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공감합니다. 공학은 ‘설계’ ‘창의력’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남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세운 STEAM 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STEAM은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matics)을 융합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정책은 그럴듯하게 세워놨지만 정작 기술과 공학교육자는 소외돼 있다는 얘기다. “초·중·고 교과 과정에 제대로 된 공학 교육이 없다 보니, 학생들은 대학교에 와서야 처음으로 공학을 배우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공학자는 ‘현장을 모르는 이론가(공대 졸업생)’와 ‘이론을 잘 모르는 기술자(공고 졸업생)’의 양 극단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들은 교육과정의 피해자인 셈이죠. 안타깝습니다.” 남 교수는 “실과나 기술 과목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양새를 생각하면 현재 과학 교과에 공학이 포함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교원 배치 등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실과나 기술 과목에서 공학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 실과 단원으로 ‘발명’이나 ‘로봇’ 등을 추가하면 자연스럽게 공학을 배우게 할 수 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소외된 공학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적인 배려가 정말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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