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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자원 전쟁’ 나고야 의정서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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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자원 전쟁’ 나고야 의정서 대비해야

2011.06.30 00:00
[동아일보]

생물자원 주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생물자원의 접근과 이익 공유에 관한 의정서’(일명 나고야 의정서)가 그것이다. 이 의정서는 21세기 국부(國富) 창출의 새로운 동력으로 기대되는 생물산업의 판도를 뒤흔들며 국가 간 생물자원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의 골자는 다른 국가의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고자 할 때 생물자원을 보유한 국가의 사전 승인을 얻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각 국가가 보유한 생물종이 경제적 이익의 원천 소재로서 특허 권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려면 50개국의 비준이 선행되어야 한다. 올해 1월 회원국들에 서명을 개방한 이래 지금까지 37개국이 비준의 예비단계인 서명을 마쳐 나고야 의정서는 역대 국제협약 중 가장 빨리 발효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 생물다양성 10년 선포를 위해 5월 19일 한국을 방문한 아흐메드 조글라프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사무총장은 지금의 추세로 볼 때 나고야 의정서가 내년 상반기에 발효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미 많은 국가가 의정서의 발효를 기정사실화하고 자국 이익을 위해 앞으로 벌어질 생물자원 전쟁에 대비하여 치밀한 계산과 전략을 마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생물자원을 활용하는 생물산업은 연간 700조 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탄소시장의 8배에 해당하는 37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물자원의 국가 간 거래는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매년 약 1조5000억 원의 로열티를 해외 생물자원의 사용 대가로 지불하고 있다. 의정서가 발효될 경우 그 비용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원료의 5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제약과 화장품, 바이오업체들이 입는 타격은 클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의정서 발효에 대비해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생물자원 주권의 기반인 동시에 생물산업의 원천 소재인 자생 생물종의 발굴과 생물 유전자원의 국가적인 관리체계 구축은 서둘러야 할 과제다. 10만 종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자생생물 중 현재까지 3만7000여 종이 밝혀졌다. 이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환경과 면적을 지닌 일본과 영국이 찾아낸 생물종(7만∼8만 종)의 절반 수준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자생생물 조사·발굴사업’ 등을 통해 매년 800여 종의 새로운 자생종이 발굴되고 있지만 지금의 발굴 속도로는 영국과 일본 수준을 따라가는 데 40년 이상 걸린다. 또 국내에는 일본의 DNA정보은행(DDBJ) 같은 생물자원의 활용 기반이 되는 유전자원 정보에 대한 국가 단위의 종합적인 관리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 생물 유전자원의 응용연구 및 산업 활용을 위한 기반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 어떤 생물종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해 목록화하고 그 생물종이 지닌 유전자원의 정보를 손에 쥐고 있어야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그래야 우리의 고유한 생물자원이 다시는 해외로 무단 유출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대비해 법적 제도적 틀을 갖춘다 해도 아직 발굴되지 않은 6만여 종의 생물종에 대한 조사가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는 한 생물자원 주권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자생생물 발굴사업에 특단의 재정 투자가 요구되는 이유다. 자원 부족 국가의 멍에를 지고 살아가는 우리 국민에게 국내 생물자원을 찾아내고 확보하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일이다. 생물자원 주권을 확립해 나고야 의정서에 대응하고자 하는 정부 노력의 첫 시험대인 내년 예산 편성을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 김종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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