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한국 바이오 기업이 주목해야할 미국 바이오 분야의 특징들

통합검색

한국 바이오 기업이 주목해야할 미국 바이오 분야의 특징들

2011.07.20 00:00
“한국에서 거의 듣지 못했던 ‘디벨로퍼(Developer)’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은 재미한인생명과학자협회(KASBP)와의 좌담회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20년 넘게 생명공학(BT) 정책 전문가로 활약해 온 현 센터장에게도 ‘디벨로퍼’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었다. 좌담회는 이달 1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재미 한인 과학자와 미 바이오업계 종사자들은 평소 한국 좌담회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 중에는 한국 BT 정책 당국자뿐만 아니라 기업 현장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조언도 있었다. 좌담회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내용은 단연 디벨로퍼였다. 디벨로퍼는 바이오 벤처와 빅 파마(대형 제약사)를 연결해주는 바이오 전문기업이다. 벤처의 연구결과를 사들여 임상 2상까지 성공시키는 게 주요 임무다. 참석자들은 한국 바이오가 전자나 조선 분야처럼 산업화되려면 한국에도 디벨로퍼가 생겨 활발하게 활동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국 바이오산업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민현석 변호사는 “당장 한국 기업들이 우수한 해외 디벨로퍼를 물색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면서 “먼저 개별 연락을 취하고 미팅을 잡으려 노력하는 한국 기업도 있다. 그보다는 연구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차피 디벨로퍼들은 전 세계 연구동향을 주시하면서 평소 각 기업의 주요 연구결과를 훑어본다는 것. 학회나 학술지를 통해 기업을 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민 변호사는 기술거래를 할 때 가급적 여러 회사와 협상하라는 의견도 냈다. 한국 바이오기업들은 다른 회사는 쳐다보지 않고 한 회사와 끝을 볼 때까지 협상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대형제약사 머크와 협상한 한 기업 사례를 보면, 처음에는 거래금액이 6250만 달러 선이었지만 다른 기업과 경쟁을 붙였더니 5억 달러로 라이센싱아웃(기술수출)이 결정됐다”며 “사인하기 전 날까지 협상 대상을 오픈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수가 벤처를 차리고 직접 대표이사(CEO)까지 하려는 한국 관행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미국에서는 교수의 연구결과를 대학이 나서 라이센싱아웃 하고, 벤처를 차려도 전문경영인이 따로 있는 게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민 변호사는 “대학에서 혁신이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면서 “벤처가 망해도 복귀할 대학이 있는 교수에게는 그만큼 절박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미국 바이오기업 투자전문가인 김병수 박사도 여기에 동의했다. 김 박사는 “한국과 일하면서 가장 바뀌었으면 하는 게 바로 그 점”이라며 “벤처를 창업하고 2년쯤 지난 시점에서는 전문경영인이 맡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투자와 관련, 한국 기업의 관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 특유의 과시하려는 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투자를 받으려는 한국 기업들은 땅 사고 공장부터 지어서 내세우는 게 아주 중요한 것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정작 외국 투자자는 얼마나 역량과 잠재력이 있는지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 김 박사는 “요즘은 아웃소싱이 잘 돼 있다.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초반부터 그런 곳에 자본 투입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좌장을 맡았던 현 센터장은 좌담회를 통해 미국의 한인 바이오 네트워크가 갖는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 바이오가 대학·연구소, 벤처기업, 제약회사,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이루면서 산업화 단계에 진입했다”며 “미국의 앞선 사례와 정보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한인 네트워크들이 한국의 모든 산학연 기관과 자유롭게 교류하는 수준으로 올리는 게 센터의 목표”라며 “활발한 소통을 위한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 이 좌담회 시리즈는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의 공동기획에 의해 취재, 보도되고 있습니다.

태그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어떠셨어요?

댓글 0

9 + 5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