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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류를 절멸시킬 뻔 한 항아리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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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22일 00:00 프린트하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구리나 도룡뇽 등 양서류는 생태계의 중간고리이자 어떤 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는 지표생물이다. 양서류가 멸종되면 생태계가 교란돼 결국 인간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2011년 4월 기준으로 지구상의 양서류 6,600여 종 중 약 1/3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200종은 최근 몇십 년 만에 사라져버렸다. 공식적으로도 양서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져가는 동물 분류군이다. 특히 최근 2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의 상황은 심각해서 양서류 자체가 전멸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양서류의 급격한 감소는 지구온난화나 환경변화 등의 원인이 있지만 외래생물에 의한 질병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연계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단 하나의 외래종 때문에 멸종해버린 사례가 많다. 굳이 인간이 멸종시킨 수많은 생물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단 한 마리의 고양이 때문에 50여 종의 새가 모조리 사라진 섬이 있는가 하면, 토종생태계를 말 그대로 초토화할 기세인 큰입배스와 황소개구리의 사례도 있다. 양서류를 급감시킨 외래생물을 꼽자면 대표적으로 ‘항아리곰팡이(Chytrid Fungus)’가 있다. 항아리곰팡이는 1993년 호주에서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양서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생물이다. 이 곰팡이로 인해 호주의 토종 청개구리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으며 곧 남미와 북중미로 전파됐다. 파나마에서는 토착 희귀종인 황금개구리를 10년 만에 멸종시켜버렸다. 남미에서는 한 연구원이 자신의 손 안에서 죽어가는 마지막 개구리를 보며 눈물을 삼켰다는 일화도 있다. 2006년 12월에는 일본에서 애완용 개구리가 감염된 것이 확인돼 그동안 안전했던 아시아 전역을 바짝 긴장시켰다. 항아리곰팡이는 이름 그대로 홀씨를 담은 포자가 항아리모양으로 생긴 곰팡이다. 이 곰팡이는 양서류의 피부에 기생해 케라틴을 먹고 산다. 케라틴은 동물의 피부 가장 바깥쪽을 구성하며 안쪽의 세포들을 보호하는 조직이다. 피부호흡을 하는 양서류에게 케라틴이 없어진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결국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양서류는 90% 이상이 질식사하고 만다. 이런 치사율만으로도 경악스러운데 전염력도 엄청나다. 연구에 따르면 1993년 첫 발생 후 2004년까지 한 해에 28km 정도씩 전염돼 퍼져나갔다고 한다. 곰팡이의 홀씨는 양서류의 생활 터전인 물속을 헤엄쳐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을 뿐 아니라 숙주 없이도 3주 정도는 너끈히 살아남는다. 때문에 감염된 개체와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양서류들이 모조리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러잖아도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황소개구리가 이 곰팡이에 저항성을 지녀서 운반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항아리곰팡이는 다른 질병보다 전파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이쯤 되면 야생 환경에서는 항아리곰팡이 근절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항아리곰팡이의 엄청난 치사율과 전염력 탓에 과학자들은 양서류가 조만간 절멸할지도 모른다며 양서류 종을 보존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동물보호단체들은 2008년부터 ‘양서류 방주’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노아의 방주처럼 양서류 표본개체들을 수집해 병의 유행이 끝날 때까지 보호하겠다는 구상이다. 2010년 12월, 다행스럽게도 양서류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공식 발표됐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호주와 북남미에서 이 곰팡이로 멸종위기에 몰렸던 종들이 항아리곰팡이에 강한 저항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호주의 초록눈청개구리는 피부의 항균단백질이 많아지면서 개체수가 항아리곰팡이 유행 이전 수준으로 증가했을 정도다. 절멸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 기적의 원동력은 바로 양서류 자신이었다. 양서류의 짧은 세대간격 덕분에 20년이라는 단시간에 저항성을 갖춘 개체가 충분히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기적을 실시간으로 보여준 셈이다. 항아리곰팡이에 얽힌 일련의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1930년대 아프리카 재래종인 발톱개구리가 실험동물로 세계 각지로 퍼지면서 이 개구리에 기생하던 아프리카 항아리곰팡이가 변이해 세계적으로 유행했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들여온 외래종이 토착 양서류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것이다. 정작 항아리곰팡이의 고향인 아프리카의 양서류는 별 피해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외래종이 생태계에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단 하나의 외래종이 뒤흔들 수도 있을 만큼 연약해 보이는 생태계지만 한편으로는 어지간한 충격은 버틸 수 있을 만큼 내구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20년간의 시련 끝에 양서류들은 환경 적응력을 통해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냈다. 무기력하게 외래종에 시달리면서 사라진 생물들도 많지만 난관을 극복하고 더 강인하게 환경에 적응한 사례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지구상 생물의 95%가 사라진 ‘페름기 대멸종’과 같은 사건을 다섯 번이나 거치고도 지구는 생명으로 가득한 행성으로 남아있다. 생태계는 생각만큼 나약하지 않다.
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tw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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