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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트의 발견에서 암흑에너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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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트의 발견에서 암흑에너지까지

2011.10.05 00:00
공중 높이 공이 던져졌다. 그런데 그 공이 높이 올라갔다가 되돌아오기는커녕 점점 더 빨리 더 멀리 사라져버렸다. 1990년대 후반, 세 명의 젊은 과학자들이 이와 비슷한 반중력 현상을 우주에서 관측했다. 우주가 중력에 의해 팽창속도를 줄이기는커녕 점점 더 빨리 팽창하는 것이었다. 20대 시절부터 우주가 ‘불’로 끝이 날 것인지 ‘얼음’으로 끝이 날 것인지가 궁금해 우주를 관측하던 이 세 명의 젊은이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들의 관측결과를 바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재차 확인을 해도 우주가 ‘가속팽창한다’는 그들의 발견은 틀림없었다. 우주는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해 얼음의 세계로 끝이 날 운명인 것이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솔 펄머터(52), 호주국립대 브라이언 슈밋(44), 미국 존스홉킨스대 아담 리스(42) 교수가 바로 1998년에 발견한 사실이 바로 이 점이다. 가속팽창우주는 당시 우주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뒤집어엎어 놓았다. 우주는 빅뱅이라는 대폭발로 탄생해 점점 팽창하다가 중력에 의해 팽창속도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믿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우주에는 물질을 끌어당기는 중력보다 강한 힘이 존재해야 했다. 조사 결과 그 힘을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우주 전체의 에너지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과학자들은 이를 암흑에너지라고 불렀다. 우주는 과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 걸까.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발견은 우주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았을 뿐 아니라 현대 물리학의 최대난제를 불러왔다. ●고대인의 우주론 별들이 총총 떠있는 밤하늘을 보면 이런 저런 궁금증들이 생겨난다. 암흑의 우주공간에서 반짝거리는 저 작은 점들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들은 얼마나 크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는 어디쯤에나 위치하는 걸까? 우주에 시작이 있다면 언제 우주는 탄생했을까? 우주의 종말은 어떻게 될까? 인간은 고대부터 이런 의문들을 풀어보려고 해왔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우주론이 담겨있는 바빌론의 창조신화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에 따르면, 하늘은 높이를 헤아릴 수 없는 둥근 천장이고, 하늘과 땅은 땅을 둘러싸고 있는 물 위에 지어진 제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흩뿌려져 있는 별들은 ‘천상의 기록’이다. 기원 전 6세기 아낙시만더는 별은 공기가 압축된 부분이고, 이에 반해 태양은 지구의 지름보다 28배나 큰 전차 바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이 바퀴의 가장자리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8세기 말, 아랍의 연금술사 자비르 이븐 하얀(Jabir ibn Hayyan)에 따르면 별은 공기가 아니라 신성한 생명체다. 우주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은 오랜 세월 동안 검증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늘은 평평한 2차원 이미지로만 보일 뿐 깊이를 도통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대한 하늘에서 거리를 재는 방법을 구해내지 않은 한 우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1912년 무명의 여성 천문학자, 하늘에 깊이를 주다 고대의 우주론에 대한 검증이 처음으로 가능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채 안된다. 천문학 교과서에도 거의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한 미국 여성 천문학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녀의 이름은 헨리에타 리비트로 하버드대학 천문대에서 남성 천문학자들을 돕는 조수였다. 청각장애를 앓으면서도 남성들이 하기에 너무나도 지루하고 고단한 일을 맡았던 그녀가 1912년 세페이드라는 특별한 종류의 별이 우주에서 거리를 알아내는 표지 역할을 해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리비티는 세페이드라는 변광성이 밝을수록 별의 밝기의 주기(별의 밝기가 변하는 주기, 즉 변광 주기)가 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라서 세페이드의 변광 주기를 알아내면 그 별의 밝기를 알 수 있고, 관측한 밝기(겉보기)와 비교하면 그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세페이드 변광성은 밤하늘 곳곳에서 발견되어 훌륭한 우주의 표지가 되어주었다. 그제야 하늘에는 반짝거리는 별이 우리 은하에 속한 것인지 바깥에 있는 것인지, 정말 그게 별인지 아니면 우리 은하 바깥에 있는 또다른 은하인지를 판명할 수 있게 되었다.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였다!) 1925년 스웨덴 과학아카데미는 리비트에게 편지를 보냈다.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올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3년 전에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그리고 1929년 에드윈 허블은 우리 은하와 가까이 있는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까지 우주는 영원불멸의 상징이었다. 우주는 팽창하지도 수축하지도 않는다는 정적인 우주를 믿었던 아인슈타인은 허블의 발견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로써 우주는 빅뱅이라는 대폭발로 탄생했고 점점 팽창하다가 중력에 의해 팽창속도가 점점 줄어들 것이었다. ●1a 초신성, 우주의 강력한 자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우주의 팽창속도가 어떻게 점점 줄어드는지를 알아내고 싶어했다. 이들의 방법은 리비트와 허블과 같은 천문학자들이 구해낸 방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멀리 떨어져있는 별들의 위치를 알아내고 그 별들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측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리비트가 발견한 우주의 거리 표지인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알아낼 수 있는 거리보다 훨씬 더 먼 곳을 볼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수십억 광년이나 되는 거리를 잴 수 있는 새로운 우주 표지가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초신성이다. 초신성은 별이 최후를 맞이하면서 엄청난 폭발을 해대며 순간적으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래서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어도 관측이 가능하다. 올해 수상자들이 선택한 새로운 우주의 거리표지는 특별 종류의 초신성이다. 1a형 초신성이라는 것인데, 몇 주간 은하 하나가 내는 빛을 뿜어낼 정도로 밝다. 1a형 초신성이 새로운 우주표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들 초신성의 최대 밝기가 모두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1a형 초신성이 보기에 얼마나 밝은지(겉보기 밝기)만 측정하면 그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1a 초신성은 강력한 우주의 자인 것이다. ●전하결합소자(CCD) 덕분에 가능했던 초신성 탐색 올해 노벨상 수상자인 펄무터 교수는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8년부터 ‘Supernova Cosmology Project’를 이끌었다. 그리고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던 슈미트 교수는 1994년 ‘High-Z Supernova Search Team’이라는 다국적 연구팀을 꾸렸다. 리스 교수는 이 팀에 속해있었다. 이 두 팀은 1a 초신성을 찾기 위해 경쟁했다. 1a 초신성은 매분마다 10개 정도가 나타난다.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방대한 우주에서 초신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보통 은하 하나에서 Ia 초신성은 천년에 한번 꼴로 나타난다. 2009년 노벨물리학상을 안겨준 디지털 이미징 기술인 전하결합소자(CCD: Charge Coupled Device) 없이는 불가능했다. 초신성 탐색자들은 초신성을 찾기 위해 팔을 폈을 때 엄지손가락만한 면적으로 하늘을 조각조각 쪼개어 밤하늘의 이미지를 찍었다. 초신성을 찾는 기술은 같은 하늘 공간을 찍은 사진 두장을 비교하는 것이다. 초승달이 뜬 직후에 찍은 사진과 3주 후에 달빛이 별빛을 삼기기 전에 찍은 사진을 비교함으로써 초신성을 찾아낸다. 이렇게 해서 두 연구팀은 50여개의 1a 초신성을 찾아냈다. 그런데 초신성의 빛이 예상보다 어두웠다. 이는 그들의 예측과는 반대였다.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 초신성은 더 밝아보여야 했다. 관측결과가 이와는 반대라는 것은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점점 늘어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의미했다. ●'암흑에너지'는 언제쯤 풀릴까 그렇다면 무엇이 우주를 가속팽창하게 하는 것일까? 현재 과학자들은 이를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에 대해 몇가지 후보들을 내놓았다. 1917년 정적우주를 만들기 위해 아인슈타인이 도입했던 우주상수가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다. 어쨌건 올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발견이 낳은 난제 중의 난제인 암흑에너지를 풀어낸 과학자는 노벨물리학상을 따 놓은 당상이다. 언제쯤 이 의문이 풀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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