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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톤 9시간만에 한국판 ‘시리’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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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톤 9시간만에 한국판 ‘시리’ 뚝딱

2011.12.06 00:00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는 쉽게 추천받을 수 있다. 그런데 ‘데이트 코스’라면?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마무리해야 하는 걸까? 새로 나온 ‘아이폰4S’에는 ‘시리’라는 음성인식 비서 기능이 있다는데 내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엔 그런 기능이 없다.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간단한 생각들이다. 하지만 실행하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돈을 벌 가능성이 별로 없거나 혼자 힘으로 시작하기엔 너무 힘들 것만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2일과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는 약 50명의 프로그래머가 모였다. 이틀 동안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보는 행사였다. 이름은 ‘해커톤(Hackathon)’. ○ 해커톤을 아시나요?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다. 마라톤을 하듯 정해진 시간 동안 열심히 해킹을 한다는 뜻이다. 해킹은 일반인에게는 불법적인 컴퓨터 공격의 의미가 강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 사이에서는 ‘난도 높은 프로그래밍’이란 뜻으로 흔히 쓰인다. 이들은 불법적인 해킹은 ‘크래킹(Cracking)’이라고 표현을 달리해 부른다. 이런 해커톤은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벌이는 일이다. 예를 들어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 페이스북은 신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할 때면 내부 프로그래머를 대상으로 “해커톤 합시다”라고 얘기한 뒤 짧은 시간에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얻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나 다음 같은 기업들이 내부 프로그래머를 대상으로 비슷한 행사를 연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달랐다. 구글코리아 직원들은 그저 행사 진행만을 도왔다. 참여는 외부의 프로그래머들이 했다. 자발적이었고, 아무런 보수도 얻지 못했다. 구글은 사무실을 빌려주고 식사를 제공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2일 저녁 아이디어를 낸 참가자 50명은 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단 9시간 동안 행사를 진행해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에게서 박수를 받을 만큼 어느 정도 완성된 초기 모델을 만들어낸 사람들도 나왔다. ○ 한국의 소프트웨어 누군가는 KAIST 학생이었고, 누군가는 업계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IT 업체 프로그래머였다. 이런 참가자들이 서로의 작품을 평가했다. 그 결과 1등이 정해졌다. ‘고리(Gori)’라는 소프트웨어였는데 아이폰4S의 시리처럼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배우기도 하는 소프트웨어다. 물론 수년 동안 최고의 개발자 수백 명이 달라붙어 개발한 시리보다는 성능이 훨씬 떨어졌지만 “안녕, 고리” “안녕, 친구” “어이, 안녕” 등을 모두 같은 뜻으로 알아듣는 인공지능 성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상품은 별게 없었다. 구글이 제공한 소프트웨어 분야의 책 한 권이 다였다. 순위보다 함께 즐기는 과정에 의미를 두자는 취지에서였다. 행사를 주최한 구글코리아 권순선 팀장은 “최근 구글저팬의 해커톤 행사에 다녀왔는데 일본 프로그래머들이 대가 없이 스스로 즐겁기 위해 멋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걸 보고 부러워 시도해 본 것”이라며 “참가 희망자가 수용 인원의 3배인 146명에 이르러 어쩔 수 없이 3분의 1만 선정해 아쉽다”고 말했다. 대가도 없는 일에 휴일을 반납하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날 1등을 한 고리의 개발자 김종민 씨는 “한국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대개 회사에서 자기 일만 하며 살아가는데 이런 행사를 통해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며 “해외에선 이런 교류가 활성화돼 있어 서로의 성과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산업이 발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무료 공개 소프트웨어인 리눅스 운영체제(OS)나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가 이런 식으로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고리의 경우에도 김 씨가 기본적인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여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 훌륭한 음성인식 비서로 발전할 수 있다. 김 씨는 “이런 행사가 계속되면 프로그래머 개인적으론 지식을 쌓을 수 있고, 공유되는 성과가 쌓이면 자연스레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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