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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참을 수 없는 지방대 연구자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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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참을 수 없는 지방대 연구자의 외로움

2011.12.21 00:00
취재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눈빛은 여러 가지다. 과학자를 만날 기회가 많다보니 대부분은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만나게 되지만 가끔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눈빛을 만날 때도 있다. 지난해 겨울 만났던 충남대 김동표 교수의 눈빛이 그랬다. 공무원에서 학문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과학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그의 눈빛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자신의 연구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 ‘보란 듯이 해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하지만 어딘지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자리 잡은 지역과 ‘지방대’가 가지는 연구 환경의 한계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런 선입견을 가진 기자만의 느낌이었을 수도 있다. 사실 KAIST나 포항공대처럼 소위 명문 대학이 아니라면 지역에서 기초과학 연구나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많지 않다보니 함께 머리 맞대고 생각할 사람들도 찾기 어렵다. 더군다나 대학 자체도 이들을 위해 어떻게 재원이나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할지 모르는 경우까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함께 연구할 학생을 찾는 일이다. 지금 지역 대학 연구실에 있는 학생들도 계속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을 가진 이들이라면 더 나은 환경이 갖춰진 수도권 대학을 찾거나 유학을 간다. 또 취업을 하기에도 소위 ‘in 서울’ 대학을 졸업하는 게 유리하다. 한마디로 지역에 있는 대학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교수 연구실에는 중국이나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채우고 있다. 조금 어렵겠지만 ‘긍정의 힘’으로 꿋꿋하게 연구를 진행하겠다며 김 교수가 찾은 탈출구다. 덕분에 올해 연구실이 진행하는 과제의 중간 평가도 무사히 통과했고, 논문실적도 좋아졌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그의 연구실에 지원한 한국인 대학원생은 없다. 정부에서는 해마다 지역 대학을 육성시키겠다고 대책을 발표한다. 물론 개인 연구자나 지역 대학 연구자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도만 마련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지역 대학의 연구토양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학생들은 여전히 서울로, 명문대로 가려하고 지역 대학에 남은 연구자는 외로워진다. 최근 김 교수는 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인 교수에게 “참 외로우셨겠다”는 말을 들었단다.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듣고 기자의 마음도 울컥했으니 그의 마음이야 오죽했으랴. 이런 외로움은 비단 김 교수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에서도 꿋꿋이 연구하고자 하는 수많은 연구자는 오늘도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그들에게 희망을 줄 때, ‘지방대’의 모습도 한국 전체의 연구환경도 달라질 것이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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