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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요리하는 엄마는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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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요리하는 엄마는 과학자!

2012.03.21 00:00
아침마다 엄마들은 식구들에게 뭘 해줘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공부하는 자녀들을 위해 어떤 요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 출근하는 남편에게는 어떤 음식을 차려 주는 것이 좋을지 모든 것이 고민이다. 무엇보다 필수아미노산,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균형 있게 포함돼야 하며 비타민의 결핍을 막는 게 중요하다. 아침 메뉴가 정해지면 엄마는 잠시 과학자가 된다. 우선 실험재료인 식재료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이를 화학반응 용기인 뚝배기에 넣는다. 압력은 1기압, 온도는 섭씨 100도, 반응물질은 식재료다. 식재료의 영양소가 용매에 충분히 우러나게 하려면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용매인 물이 증발하지 않도록 뚜껑을 닫아 염분 농도도 원하는 대로 조절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맛있는 쌀밥이 만들어진다. 압력조절이 가능한 밥솥으로 고효율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꼬들꼬들한 쌀밥을 만들 수 있다. 모든 요리가 준비된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맛의 향연에 흠뻑 빠진다. 엄마의 정교한 손은 오늘도 재현성 있는 실험을 거쳐 ‘그래 이 맛이야!’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오늘의 음식 역시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섞어 만들었다. 이 영양소들은 엄마의 정성과 함께 몸 속에 흡수돼 가족의 건강을 지킬 것이다. 이렇듯 엄마는 가족을 위한 과학자다. 요리는 실제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실험과 유사하다. 연구실에서 사용되는 기본적인 실험장비들은 주방에서 요리할 때 사용하는 조리 도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요리를 하는 동안에는 흥미로운 물리·화학적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요리에서 배울 수 있는 화학반응은 실로 다양하다. 한국인의 식탁이라면 빠질 수 없는 반찬인 김치는 배추에 양념을 해서 만든다. 하지만 같은 김치라도 맛은 가지각색이다. 맛있는 엄마표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배추를 잘 절여야 한다. 엄마들이 ‘배추 숨 죽이기’라고 표현하는 이 단계에서는 깨끗이 씻은 배추의 반을 갈라 굵은 소금을 뿌려서 한동안 재워둔다. 이 과정에는 삼투압의 비밀이 숨어있다. 삼투압 현상은 농도가 다른 두 용액이 반투막을 사이에 두고 만날 때,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농도가 높은 쪽으로 용액이 이동하는 현상이다. 반투막은 용액에서 특정 성분만 통과시키고 나머지 성분은 통과시키지 않는 막이다. 배추에 고농도의 소금을 뿌려 놓으면 반투막을 통해 농도가 낮은 배추 속 수분이 밖으로 흘러나온다. 이 과정을 통해 배추가 부드러워지는데 이를 배추 숨 죽이기라고 부른 것이다. 우리의 세포막도 반투막인데 이 반투막을 통해 세포는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노폐물을 배출한다. 화학반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도(Temperature)와 압력(Pressure)이다. 화학반응을 효율적으로 일으키기 위해서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한데, 이런 장치를 고온·고압 반응기라 부를 수 있다. 옛날 어머니들이 밥을 지을 때 사용했던 무거운 뚜껑을 가진 솥이 훌륭한 예다. 이런 반응기는 압력을 높게 유지해 물의 끓는점을 높이기 때문에 밥알이 빨리 익는다. 이런 솥으로 밥을 지으면 밥알이 씹히는 맛이 좋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젤리나 도토리묵, 두부에서도 물리적 현상을 볼 수 있다. 말캉말캉한 이 음식들은 액체라고 하기에는 흐르지 않고, 고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말랑말랑하다. 이들은 액체와 고체의 중간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 힘에 의해 변형되거나 복원된다. 그 이유는 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젤리는 젤라틴과 설탕을 냄비에 담고 약한 불로 가열하며 녹인 후, 모양을 만들 주형에 부어 냉장고에 넣고 1시간 정도 굳혀서 만든다. 온도가 상승하다가 다시 하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도토리묵이나 두부를 만드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가열해 액체 상태로 만든 물질을 다시 식히면서 굳히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고온에서는 졸(sol) 상태의 액체로 존재하다가 온도가 낮아지게 되면 교차결합으로 인해 3차원 그물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물리적인 현상인 젤화(gelation)인데, 이 현상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탄성이 높아져 입에 넣고 씹을 때 쫄깃하고 말랑한 즐거운 느낌을 준다. 라면을 끓일 때도 흥미로운 물리현상들을 관찰할 수 있다. 라면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쫄깃한 면발과 물의 양, 불의 세기라고 할 수 있다. 라면을 맛있게 끓이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면을 넣기 전에 스프를 넣어야 한다. 끓는 물에 스프를 넣으면 순수한 물의 끓는점인 섭씨 100도보다 높은 섭씨 107.6도로 상승한다. 용액의 끓는점이 순수한 용매의 끓는점보다 높은 ‘끓는점 오름’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의 끓는점보다 높은 온도에서 가열한 면은 더 빨리 익고 스프의 향도 더 잘 배어들게 된다. 두 번째 비법은 면을 넣은 후 식초를 반 숟가락(15mg) 넣는 것이다. 식초를 넣으면 면의 탄수화물 조직이 치밀해져 보다 쫄깃한 면을 먹을 수 있다. 식초를 넣으면 면발이 탱탱해지는 이유는 식초의 유기산(아세트산) 때문이다. 면의 주성분인 전분과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이 만나 면의 조직이 치밀하게 변하면서 물의 수화작용을 억제시켜 탱탱한 면발이 오래 유지된다. 수화작용은 수용액 속에서 용질 분자나 이온이 용매인 물 분자와 결합하는 현상인데, 라면의 주성분인 전분에 수화작용이 일어나면 면이 퉁퉁 불게 된다. 이렇듯 요리할 때 발견되는 다양한 현상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일어난다. 요리의 맛과 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물리·화학 반응을 이해하면 우리 식탁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요리개발 연구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창수 충남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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