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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 현장, 극한작업로봇 덕분에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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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4월 16일 00:00 프린트하기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강진에 쓰나미까지 밀어닥쳐 수십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등 일본은 전후 최대의 위기상황에 처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지역은 원전 내에 약 12만 톤에 달하는 고농도 오염수가 고여 있었으며, 지진과 수소 폭발로 파괴된 시설의 잔해 때문에 방사능 수치는 위험할 정도로 높았다. 원전 부지 내에도 고준위의 방사능을 띤 파편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1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근처에는 인간이 접근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방사선이 측정되고 있다. 도쿄전력 직원들은 치명적인 방사선 피폭을 무릅쓰고 원전복구에 나섰지만 수습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늦어도 40년 이내에는 원전 2호기의 해체를 종료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인데, 이 작업은 인간이 할 수 없어 ‘극한작업로봇’이 원전해체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혹독한 환경에서 사람과 같은 고도의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극한작업로봇이라 한다. 극한작업로봇은 현재 우주공간, 심해, 원자로 내부, 무너진 건물 속 인명구조 작업 등 다양한 곳에 투입돼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감지 기능을 갖춰야 한다. 사실 극한작업로봇의 연구개발 역사는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기술이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이 기술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로봇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도 원전사고 사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도쿄전력 직원들이 치명적인 방사선 피폭 가능성 속에서 냉각장치가 마비된 원자로를 물로 식히는 작업과 방사선 누출량을 측정하는 작업을 목숨 걸고 수행하는 모습은 ‘현장에 왜 로봇을 투입하지 않는 것일까?’, ‘공개하기 싫은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로봇을 움직이는 전자회로 등이 방사선에 노출되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가 없다. 더구나 로봇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자율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됐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현재로서의 사람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는 수십 km 떨어진 안전한 곳에서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해 작업하는 것이 최선이다. 더구나 현장에 투입되는 순간부터 로봇은 방사성 폐기물이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는 방법 또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재난 현장에 로봇을 즉각 투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러나 재난구조용 로봇을 만드는 일본국제구출시스템연구기구(IRS: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International Rescue System)는 사고 발생 다음 날 지진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생존자를 찾아내는 뱀형 로봇 ‘능동 스코프 카메라’와 사람이 가기 힘든 재해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쿠인스(Quince)’ 등의 최첨단 로봇을 가지고 센다이로 달려갔다. 하지만 조정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대기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캐나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원전 사고의 빠른 수습을 위해 로봇을 지원해 주겠다고 나섰다. 재난 수습을 위해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돼 활동한 로봇과 그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지름 수 cm, 중량 10kg 크기의 소형 헬리콥터 모형 전투용 로봇 ‘티 호크(T-Hawk)’는 피해지역 외곽을 촬영해 방수에 의한 냉각 질소 투입과정을 알려주었다. 미국의 허니웰(Honywell)사에서 개발한 로봇으로 원격조종 및 자율비행이 가능하다. 3km 상공을 시속 74km로 비행할 수 있으며 공중에서 40분 이상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다. 미국 아이로봇(iRobot)사에서 개발한 전투용 로봇인 ‘팩봇(Packbot)’은 폭발물 탐지 등을 목적으로 개발됐으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된 경험이 있다. 길이 90cm 정도의 작은 탱크처럼 생긴 이 로봇은 기동성이 좋아 바위, 잔해, 계단 등 각종 장애물을 거침없이 드나들 수 있다. 원전 내부를 촬영하고 화학물질, 방사선량 등을 측정할 수 있으며 잠기지 않은 문이나 밸브 등을 개폐할 수 있다. 아이로봇사에서 개발한 또 다른 전투용 로봇인 ‘워리어(Warrior)’도 투입됐다. 중량 68kg으로 6.4cm의 소방호스를 100kg까지 들 수 있어 물이 필요한 곳에 보다 많은 양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군사용 장비가 그렇듯 아이로봇사가 개발한 로봇들은 전자방해(EMI: Electro-Magnetic Interference) 보호 장비를 갖추고 있다. 아이로봇사는 로봇 작동을 위한 라디오 신호와 방사선 등의 간섭으로 로봇의 무선조종이 방해받을까봐 고심했다. 아이로봇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팩봇과 워리어에 220~500m 범위 내에서 원격 조정할 수 있도록 특별한 광섬유를 장착했다. 미국 해병대용으로 개발된 소형 로봇인 ‘드래곤 러너(Dragon Runner)’는 원전 내부에 투입돼 파손 상황을 상세히 확인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드래곤 러너는 실내 정찰이나 차량 아랫부분의 의심물체를 탐지하는 등의 임무에 적합하다. 원격조작 로봇은 군사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으나 이번 원전 사고 직후 일본 방위성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원전 사고 수습 임무는 전쟁터에 버금가는 위험한 임무이므로 원격조작이 가능한 무인 로봇을 투입할 수 있다면 인적(人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일본 미쓰이(Mitsui)사가 만든 ‘모니 로보(Moni-Robo)’는 크기 150cm, 무게 600kg이며 한 팔로 구성돼 있다. 1km 밖에서 원격조종을 할 수 있으며 3D 열 그래픽 영상(Thermography Image)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가 장착됐다. 트랙을 따라 이동하며 방사능 측정, 가연성 가스 탐지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일본의 치바(Chiba) 공대와 도호쿠(Tohoku) 대학에서 개발한 재해 대책용의 범용 로봇인 ‘쿠인스(Quince)’는 건물 내부의 상황을 입체적인 영상 데이터로 재현했다. 화학, 생물, 방사능 오염지역을 갈 수 있으며 초당 1.6m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도쿄(Tokyo) 공대에서 개발한 뱀형 로봇은 65cm 수륙양용(水陸兩用)으로 피해 잔해 속 7m까지 파고 들어가 피해자를 구조했다. 초당 82cm를 이동했으며 길이가 65cm로 길며 광 시야를 가지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하부 온도 지시 상태는 섭씨 70도 이하다. 일본 정부는 각종 계측 값을 바탕으로 원자로 내부의 냉각수 온도를 섭씨 100도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사고 수습 중장기대책에 따르면 1)2013년까지 1~4원전 수조 내의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2)로봇 및 기기개발을 통해 원전건물 내의 제염작업 및 파손부분 수리, 오염수 처리, 격납용기 전체를 물로 채워 냉각, 3) 녹은 핵연료의 추출작업에 착수해 2036년까지 완수, 4) 2051년까지 원전을 해체한다는 계획이다. 사람이 들어가거나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작업하는 극한작업로봇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들을 편하고 실효성 있게 조작하기 위해서는 원격조작 기술과 더불어 위험한 곳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실제로 작업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도록 하는 로보틱 버추얼 시스템의 연구개발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도 인류를 위한 극한작업로봇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심영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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