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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임상실험, 피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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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5월 01일 00:00 프린트하기

최근 원숭이나 돼지의 장기 또는 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 이식이 성공해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를 바꾸어 생각하면 사람의 장기나 세포를 동물에 이식해 사람의 질병 치료나 연구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새로운 치료법을 기다리는 암환자의 암세포나 조직을 동물에 이식하고,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큰 물질을 이용해 동물실험한 후, 그 결과를 환자에게 적용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환자맞춤형 실험동물을 만들어 치료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동물실험은 새롭게 개발된 의약품이나 의료용 기구, 화학물질, 식품 등을 인간에 적용하기 전에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동물을 통해 확인하는 게 목적이다. 근대사회에는 이러한 동물시험을 통해 수많은 약이 개발됐고 사람들은 그 혜택을 누리며 장수하게 됐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동물실험에서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수많은 동물의 희생을 통해 얻은 실험 결과가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물질로 실험하더라도 동물에게서 나온 결과가 인간에게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정확한 통계를 구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인간과 동물의 반응이 다른 예는 많다. ‘살리도마이드’라는 약제는 소형 설치류에서 독성을 보이지 않아 시판됐지만 이를 복용한 임산부의 태아가 기형이 된 사례가 있다. 이런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사람과 동물의 생리학적 기능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보다 훨씬 큰 차이가 있을 거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초파리는 유전자 중 상당수가 사람의 유전자와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유전자들은 단지 유사한 기능을 할 뿐이다. 실제로는 염기서열이 같지 않고, 결과적으로는 아미노산에서 차이가 나며 단백질구조가 달라진다. 따라서 그 생리적인 기능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어떨까? 어떤 사람은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금방 취한다. 사람끼리도 이렇듯 약물에 대한 반응이 틀리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할 때는 사람과 동물의 생리적인 기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일한 물질에 대해 다양한 종의 동물을 사용해 실험을 해야 한다. 또 같은 종일지라도 한 그룹에 많은 수의 동물로 실험한 후 그 결과를 통계적으로 도출해야 개체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동물실험은 의약품의 개발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실험을 위해서는 수많은 동물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동물 희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동물실험에 사용하는 개체 수를 줄이거나 실험용 동물을 무생물, 세포 또는 하등동물로 대체하기, 그리고 동물이 받는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포괄하는 ‘동물실험의 대안(Alternatives)’ 등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면역력이 결핍된 쥐를 만들어 동물실험에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생쥐는 과립구계나 쿠퍼세포 등 세망내피세포를 제외하고 백혈구가 생성되지 않는다. 때문에 인간의 조혈줄기세포를 도입해도 거부반응 없이 이식돼 각종 인간의 조혈세포가 오랫동안 생존하게 된다. 이러한 동물 모델을 이용해 인간의 질병에 대한 면역학적, 혈액학적 분석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도입된 조혈세포들은 표현형으로 보나 기능적으로나 사람 세포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이에 일본의 이토 마모루(Ito Mamoru)박사는 기존보다 유사한 인간의 조혈세포를 가진 쥐를 만들었다. 이렇게 조혈세포가 이식된 쥐들은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조직이식 등에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간세포를 가진 쥐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런 쥐들은 에이즈 바이러스나 EBV바이러스 등에 대해 인간의 항체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이 활성화되면 환자맞춤형 동물모델이 만들어져 신약의 효력시험이나 신기술을 이용한 치료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실험에 수많은 동물을 사용하는 실험 방법은 동물과 환자의 반응이 얼마나 유사한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환자맞춤형 실험동물을 사용한다면 적은 수의 동물실험으로도 그 결과를 환자에게 적용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 포함되는 안전성 검사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국가 기관에서는 ‘GLP(Good Laboratory Practice, 동물실험규범)’ 같은 규정을 만들어 따르고 있는데, 이런 규정은 신약 안전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쉽게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국가가 도입 중인 OECD 동물실험 가이드라인 중에는 최근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ICCVAM’(http://iccvam.niehs.nih.gov/), EU의 ‘ECVAM’(http://ecvam.jrc.it/), 일본의 ‘JACVAM’(http://jacvam.jp/index.html), 우리나라의 ‘KOCVAM’(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 캐나다의 ‘헬스 캐나다(Health Canada)’에서 동물실험 대체 방법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아직은 소수지만 각국에 식품 또는 의약품의 안전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동물실험 대신 이러한 대체법을 채택해 안전성을 검정하고 있다. 각국에서 개발한 시험법은 OECD에 제출돼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채택된다. 동물실험 대체방법은 규제기관뿐만 아니라 연구기관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생물학적 반응을 보이는 동물은 침팬지일 것이다. 사람의 각종 간염바이러스와 에이즈 바이러스 등에 대한 적절한 동물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원숭이를 포함한 비인간 영장류는 필수불가결한 실험용 동물이다. 이러한 고등동물을 사용할 때는 동물 복지에 대한 목소리가 특히 높아진다. 적절한 사육 기준 마련과 실험처치 시 고통의 경감 등이 실험 결과를 얻는 데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모든 실험에서 영장류를 사용할 수는 없다. 유전자의 기능을 해석하거나 유전자 일련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서는 비인간 영장류 대신 쥐가 많이 이용된다. 열대어종인 제브라피쉬는 쥐만큼 유전자가 잘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쥐 대신 이용되는 경우도 많다. 동물 대신 사람유래의 세포주나 동물유래의 장기, 조직 또는 세포를 실험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방법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독성과 효력을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생체에 나타나는 장기 간의 연관을 보이는 독성을 예측할 수 없고 투여 경로에 따른 독성 차이도 알 수도 없으며 생체에서 일어나는 대사과정으로 생긴 물질에 대한 독성을 예측할 수 없다. 이런 동물대체시험법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완전하게 동물실험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동물대체시험법은 다량의 물질을 빠르게 검사할 때 장점을 발휘하기 때문에 실험동물을 대신해 초기 독성 평가에 쓰일 수 있다. 동물을 쓰지 않는 방법을 우선 고려하고, 동물의 수를 줄이며, 고통을 최소화한다는 실험동물 윤리의 3원칙을 위해서도 대체시험법 연구는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이다.
박재학 한국실험동물학회 이사장(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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