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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연구는 맞춤의학에서 꽃피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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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5월 10일 00:00 프린트하기

“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십시오. 인텔이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든다는 홍보 비디오인데 파트너인 저희 회사를 방문해 영상을 담아갔지요.” 지난 4월 하순 방한한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바이오벤처 다이애그노믹스(Diagnomics) 이민섭 대표(45세)를 26일 만났다. 회사명인 다이애그노믹스는 진단(diagnosis)과 유전체학(genomics)를 합친 조어로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진단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이 회사의 사업목표가 함축돼 있다. “직원수 8명에 불과하지만 인텔이나 일루미나 같은 큰 회사들이 파트너로 택했을 정도로 저희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인텔은 너무나 유명한 IT회사이고 일루미나는 세계 게놈분석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21세기 바이오업계의 총아다. 이 회사들이 한 개 부서도 안 되는 다이애그노믹스 같은 회사를 파트너로 삼았다는 게 말이 되는 얘긴가. ●넘치는 구슬 꿰는 게 문제 “수년 전부터 1000달러 게놈(100만원에 한 사람의 게놈을 해독한다는 뜻) 얘기가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야 실현이 됐습니다. 이제 게놈 데이터는 넘쳐납니다. 문제는 산더미 같은 데이터에서 쓸모 있는 정보를 끄집어내는 방법을 찾는 일이죠.” 최근 다이애그노믹스 같은 생명정보학(bioinformatics) 전문 회사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물론 게놈 데이터를 정보화 하는 분야 역시 방대하다. 이 가운데 이 대표가 주목한 건 진단으로 의료분야라는 거대 시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 가운데 하나가 ‘맞춤암진단(PCD)’입니다. 혈액 한 방울을 분석해 암의 전이 여부를 알 수 있고 항암제가 제대로 듣고 있는가도 판단할 수 있죠.” 만일 암이 전이되고 있다면 혈액 내 암세포가 포함돼 있을 것이고 혈액의 게놈을 분석하면 암세포의 특이한 게놈 패턴이 드러난다는 것. 이 대표는 이 기술을 ‘디지털게놈지문(DGF)기술’라고 불렀다. DGF기술은 암뿐 아니라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예측하는데도 쓰일 수 있다. 거부반응이 시작되면 이식된 장기의 세포가 파괴되면서 잔해가 혈액에 떠다니는데 혈액의 게놈을 분석하면 이식된 장기(타인)의 게놈 패턴이 나타난다. 그러면 사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사실 DGF(digital genome fingerprint)는 ‘과학동아’ 표지(2010년 6월호 ‘개인게놈’ 특집)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신조어입니다. 손가락 지문의 선을 DNA염기서열로 표현해 개인이 게놈이 지문처럼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냄을 상징하는 멋진 발상이더군요. 제 발표 자료 배경에 표지 이미지를 깔아놨죠. 이거 표절인가요?” ●‘과학동아’ 표지에서 신조어 영감 얻어 경희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99년 시티오브호프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하버드대유전체센터를 거쳐 2000년 제네상스, 2005년 시쿼놈 등 게놈 정보에 기반한 진단 시스템 개발 회사에 근무했다. 제네상스에서 연구부장으로 있던 2003년 미국에서 처음 발생한 광우병소가 캐나다에서 왔다는 걸 게놈을 분석해 규명함으로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처음으로 프리시즌바이오카운트라는 회사를 차렸지만 투자자금을 모으지 못해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당시만 해도 타이밍이 조금 빨랐죠. 아직 1000달러 게놈 시대가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20년 미국생활을 뒤로 하고 귀국해 국내 바이오벤처에 몸을 담았지만 1년 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지난해 다이애그노믹스를 차렸다. 20년 동안 미국에 살다보니 오히려 우리나라가 낯설었던 걸까. “물론 여러 이유가 있었죠. 일일이 말씀드릴 순 없지만.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유전체학에 기반한 사업을 벌일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상당한 규모로 게놈해독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별로 보이지 않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특히 한국 의사들의 유전체학에 대한 무관심에 놀랐다고. 당장 수년 뒤에는 의료혁명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큰데 아무도 준비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다행히 벤처캐피탈인 제노티카에서 100만 달러(약 11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습니다. 또 회사가 미국인터넷서비스데이터센터에 입주해 있어 대용량의 서버를 마음껏 이용하고 있지요.” 올해는 인간게놈프로젝트가 게놈초안을 발표한지 12년이 되는 해다. 이 기간 동안 게놈을 해독하는 비용이 3조원에서 1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이제 개인게놈에 기반한 ‘맞춤의학’ 시대가 바짝 다가왔다.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미국 샌디에이고에 뛰어든 이 대표의 용기도 대단했지만 미국과 한국의 게놈기반 산업의 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강석기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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