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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 “결국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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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 “결국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2012.05.20 00:00
오세정 원장은 부당함을 보면 참지 못하고 고치려 애쓰는 스타일이다. 특히 서울대 교수 시절 국제학계에서 한국과학자가 받는 홀대는 참을 수 없는 불만이었다. 한국과학상을 받은 논문을 미국물리학회에 제출했는데 처음엔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똑같은 연구를 담은 논문이라도 미국 유명대학의 과학자가 냈을 때와 한국 과학자가 냈을 때의 평가가 천양지차라는 것을 실감하는 계기였다. 오 원장은 논문 심사위원이 자기 분야의 최신 흐름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심사위원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심사위원은 바뀌고 논문은 통과됐다. 오 원장은 한국연구재단 제2대 이사장을 거쳐 현재 기초과학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그에게 한국의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 현황과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대우에 대해서 만족보다는 고쳐야 할 불만 사항이 더 많을 것이다. 과학기술인의 복지에 대해 기초과학연구원의 수장으로서, 또 한 사람의 과학자로서 오 원장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먼저 초대 기초과학연구원장에 취임하신 걸 축하드린다. 앞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을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인지? 지금까지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응용기술, 기술사업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모습은 창의적인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엔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연구자들의 견해다. 이에 우리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과학의 뿌리인 기초과학을 튼튼히 해 한국 과학기술의 초석이 되고자 한다. 지금 당장의 성과는 없을지라도 10년 뒤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이는 과학계는 물론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이제 첫발을 떼었다. 첫발이 안정적인 걸음이 되고 더 나아가 뜀박질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환경 구축엔 연구 장비와 시설은 물론 우수한 과학자를 많이 모셔 오는 것도 포함된다.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으로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보는 시선이 남다르실 것 같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인의 연구 환경과 복지 상황이 어떠하다고 생각하는지? 수십 년 과학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보면 만감이 교차하곤 한다. 지금의 경제발전 등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가 과학기술이다. 특히 우리나라 과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과학자들은 과학발전과 이를 통한 사회발전, 국민행복을 위해 청춘을 바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을 위한 연구 환경과 연구자들의 복지 상황은 과학종사자들의 열정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의 연구자들이 해외 연구기관으로, 혹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현상은 우리 과학의 현주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인이 행복하려면 이들을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특히 출연연 연구원이 가지는 상대적 박탈감은 큰 편이다. 이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이전에 나 역시 과학의 한 분야인 물리 연구자이다. 과학 현장에서 연구자들의 역할은 과학발전을 위한 기본이자 최우선시 돼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인의 위상은 그들의 역할에 비례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산업 현장이나 연구소에 있는 연구자들이 해외로 떠나고 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이 같은 현실이 반영돼 많은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이공계를 멀리하고 있음을 우리는 주변과 언론을 통해 쉽게 접하고 있다. 특히 대학원을 다니는 이공계 학생들도 의과대학원과 로스쿨로 편입을 하는 등 과학계를 떠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 과학계의 현주소이고 과학기술인의 위상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출연연 연구원의 큰 문제는 좋은 연금제도가 없다는 것과 정년이 61세 이하라는 점이다. 이것과 관련해 일본의 니켄연구소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올해 초 방문했다. 그곳에서도 특별한 연금은 없었다. 그렇지만 대학 교수보다 연구원의 연봉이 높았다. 그런 부분에서 보충이 되면서 우수한 인재가 계속 모여들게 되고 빠져나가지도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연봉을 올려주는 방식이 연구원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결국은 사람한테 투자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과학기술계의 지원과 육성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먼저 과학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과학을 마치 뭔가 뚝딱하면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 보듯 한다. 과학은 수십, 수백 번의 오류 과정 속에서 접근법ㆍ방법론의 수정, 개선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같은 과정을 기다리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연구자가 흘린 땀과 열정 역시 한줌의 재가 돼 사라져 버린다. 이제는 성실히 연구했으면 실패도 인정하는 ‘성실실패’를 용인해줘야 할 때다. 애정 어린 시선과 우리 연구자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 목적중 하나가 차세대 연구리더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거점 마련, 연구자들의 안정적 연구를 위한 전문기관 설립이다. 이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단장 모집과 연구단 구성작업이 기초과학연구 거점은 물론 기초과학연구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연구단장에게 연구단의 운영은 물론 연구단의 인적구성 및 연구비 집행 등 모든 권한이 부여된다.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 연구원들이 성과 독촉에 시달리지 않고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는 것이다. 특히 연구단에서 필요로 하는 예산을 안정적으로 최대한 지원하고자 한다. 이처럼 연구할 맛 나는 연구 환경을 제공하면 연구자들 스스로 자부심이 생길 것이며 이런 부분에 대해 외국의 연구자들이 보내는 선망은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위상제고에 한몫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 원장이 생각하는 ‘행복한 과학기술인’의 모습은? 이와 함께 ‘과학기술인의 비전’에 대한 말씀도? 과학기술인은 자기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순수한 사람들이다. 샐러리맨들이 자신의 업무에서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하고 힘이 빠지는 것처럼 우리 과학기술자들도 자신의 연구에서 좌절의 쓴맛을 보면 같은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수차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우수한 연구결과를 도출해냈을 때에는 반대로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과학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형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선도형 과학을 해야 할 때다. 이 과정에서 많은 쓴맛을 보겠지만 한국 과학의 도약을 위해 우리는 과정의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이것이 과학기술인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며 거기에 과학기술인의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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