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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독사과 자살
…비극적 삶을 산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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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독사과 자살
…비극적 삶을 산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

2012.05.25 00:00
“앨런 튜링은 훗날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과학자로 평가받을 것이다.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처럼.” 이달 11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에서 열린 ‘튜링의 세기’란 심포지엄에서 다비드 하렐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앨런 튜링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 올해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재 수학자 튜링 탄생 100주년이다. 영국 과학자들이 주축이 돼 만든 ‘튜링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올해를 ‘앨런 튜링의 해’로 정하고 세계 18개국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튜링의 고향인 영국에서는 그가 몸담았던 케임브리지대, 맨체스터대를 중심으로 기념 열기가 특히 뜨겁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튜링이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만든 장치인 ‘봄(Bombe)’이 있는 블레칠리 파크는 매일 수백 명의 관람객으로 붐비고 있다. ● 현대 컴퓨터의 기원 ‘튜링 기계’ 튜링은 현대 컴퓨터의 개념을 만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컴퓨터의 효시인 튜링 기계는 수많은 작은 칸으로 나뉜 테이프와 정보를 읽고 쓰는 부분, 알고리듬을 나타내는 작동규칙 표로 이뤄져 있다. 정보는 테이프의 칸마다 하나씩 들어 있는 ‘0’ 또는 ‘1’의 이진수로 표시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역할을 하는 튜링 기계는 테이프에 있는 정보를 읽은 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작동하며 테이프에 정보를 기록하거나 삭제한다. 튜링은 소프트웨어와 같은 다양한 튜링 기계를 작동시키는 장치를 ‘보편 튜링 기계’라고 불렀다. 바로 컴퓨터의 ‘하드웨어’에 해당한다. 즉 컴퓨터에서 정해진 알고리듬에 따라 작동하는 ‘문서’ ‘게임’ 같은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는 ‘튜링 기계’,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컴퓨터를 ‘보편 튜링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최한솔 KAIST 정보전자연구소 연구원은 “튜링 기계와 그것을 실행하는 보편 튜링 기계는 현대 컴퓨터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라고 설명했다. ● 기계 지성 판단하는 튜링 시험 개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 튜링은 1950년 ‘계산하는 기계와 지성’이라는 논문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기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튜링 기계가 어떤 계산도 할 수 있는 기계라면 사람의 뇌도 튜링 기계로 나타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인공지능’이란 화두를 던진 것이다. 튜링은 기계가 지성을 갖췄는지 판단하기 위해 ‘튜링 시험’을 고안했다. 튜링 시험은 평가자가 상대방이 기계인지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를 나눠서, 누구와 대화를 나눴는지 구분해 내지 못할 경우 기계가 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튜링 시험 통과를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1997년에는 체스 세계챔피언을 이긴 컴퓨터가, 2011년에는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을 이긴 컴퓨터가 나와 화제가 됐는데, 이들 컴퓨터도 튜링 시험은 통과하지 못한다. 벽에 부닥친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최근 사람의 뇌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기계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인공 뇌’다. 뇌에서 지성이 생기는 알고리즘을 알아낸 뒤, 그것을 바탕으로 학습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컴퓨터는 얼굴이나 사과 그림을 알아보는 등 뇌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아직도 하지 못한다”며 “뇌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도 그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동성애, 독사과 자살 등 비극적인 최후 튜링은 특이한 행동으로도 유명했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자전거 출퇴근길에 방독면을 쓰고 다녔고, 다른 사람이 자기 컵을 쓰지 못하도록 컵을 사무실 난방기에 쇠사슬로 묶어두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튜링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준 것은 ‘동성애자’란 주홍글씨였다.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는 범죄였기 때문에 감옥행 아니면 화학적 거세를 받아야 했는데, 그는 감옥 대신 화학적 거세를 택했다. 결국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그는 독을 묻힌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후대의 많은 과학자들은 튜링의 명예회복을 위해 영국 정부에 청원했고, 2009년 영국 정부는 동성애를 이유로 튜링을 부당하게 대우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튜링이 죽기 전 1년 동안 석사과정 학생이었던 버나드 리처즈 영국 맨체스터대 의료정보학과 교수는 “튜링은 굉장히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으로 제자들에게도 영감을 준 분”이라고 회고했다. 튜링 100주년 기념사업회 회장인 배리 쿠퍼 영국 리즈대 수리논리학과 교수도 “튜링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법과 행하는 방법을 바꿔 놓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과학동아 6월호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앨런 튜링의 삶과 업적,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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