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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출신 수집가가 과학관장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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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출신 수집가가 과학관장 된 이유는?

2012.07.02 00:00
“여기 있는 현미경 중에는 렌즈가 없는 것들이 많아. 관람하던 애들이 몰래 가져간 거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고? 왜 내가 애들을 도둑으로 만들어? 그런 호기심이 쌓여 나중에 훌륭한 과학자가 될 텐데.” 경기도 여주 한얼테마박물관 이우로 관장(86)은 최근 평생 모은 50만점의 과학기술 유물을 최근 국립중앙과학관에 수탁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엔진을 비롯해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뒤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들여온 레이저현미경, 1927년 제작된 치과수술기계 등 우리나라 근·현대 과학기술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전시품들이다. 또 유물들을 쌓아뒀던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 1호선 차량도 함께 수탁했다. 지난달 27일 박항식 국립중앙과학관장과 수탁할 유물들을 둘러보던 이우로 관장은 “여기 있는 현미경은 1200여 대로 왠만한 대학병원보다 많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전시물을 맘껏 만지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두 개의 카메라로 만든 최초의 3D 카메라, 에디슨이 처음 만든 스타일의 오디오 등 이곳에 있는 모든 전시물은 지나가며 쉽게 만질 수 있었다. 박항식 관장은 “2014년까지 기증받은 유물로 대전 과학관에 과학사물전시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 있든 저기 있든 뭐가 중요해. 죽으면 다 놓고 가야지. 다른 곳도 알아봤는데 중앙과학관이 가장 적극적이고 올초에 전시회를 같이 한 인연도 있어서 기증하게 됐어.” 이 관장은 의사였던 부친의 뒤를 잇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었다. 20대 초반에 6·25 전쟁이 터지면서 신문기자가 됐다. 부당한 일을 보면 장관 집무실에 뛰어들어갈 정도로 정의감이 넘쳤다. 그런 이 관장이 과학관련 기자재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취미삼아 키웠던 분재와 난으로 큰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엔 의료기기를 사 모았단다. “카메라나 오디오를 열어보면 그게 예술이야. 아버지도 뭐든 주워오는 습관이 있었다는데 부전자전이었나 봐. 사업으로 번 돈도, 세 채나 있던 집도 물건 사느라 다 썼어요. 자식들 원망도 많이 받았지.” 인터뷰 동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설명하던 이 관장은 가족 얘기, 특히 아내 얘기를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물관에 미쳐 가족들에게 미안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인은 현재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있다. “서울 집에 창고처럼 유물을 쌓아놓고 여기 와 살았어. 아내는 지키느라 나가지도 못하고, 그러다 쇠약해졌는지 치매에 걸렸어. 빨리 아내 곁에 있어야 할 텐데.” 그는 신문기자를 그만두면서 본격적으로 박물관을 만들기로 했다. 여주에 있는 폐교 20곳에 물리, 화학, 전자 등 20개의 테마과학관을 짓는 게 꿈이었다. 현재 박물관 자리에 있었던 자리도 1999년까지 대신초교 옥촌분교가 있었던 곳. 학교가 문을 닫자마자 바로 이곳을 박물관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컨테이너 한 켠에서 자고 먹으며 박물관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처음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 관장은 “여주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셋째딸과 함께 박물관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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