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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숨은 꽃]음향디자이너 김기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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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숨은 꽃]음향디자이너 김기영 씨

2012.07.12 00:00
[동아일보] “관객 가슴 쿵쿵 때려줄 입체 음향 설계하죠”

최근 흥행몰이 중인 뮤지컬 ‘위키드’에 대해 일부 관객 사이에서 ‘내용은 좋은데 음향이 약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공연장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의 음향시설이 수준 이하라는 것. 국내 1세대 음향디자이너인 김기영 씨(47)의 판단은 어떨까. “요즘 지어진 공연장들의 음향시설은 별 차이가 없어요. ‘위키드’ 공연을 직접 봤는데, 초반부터 쾅쾅 때려주는 음향이 없어 대형 뮤지컬에 어울리지 않게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브로드웨이나 유럽 공연 팀들은 자연스러운 음향을 중시하는데 국내 관객은 분명한 소리를 좋아해 생긴 불만이라고 봅니다.” 김 씨는 1993년 현대극장의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시작으로 ‘렌트’ ‘명성황후’ ‘아이다’ ‘에비타’ ‘맘마미아’ ‘내 마음의 풍금’ ‘대장금’ ‘시카고’의 음향디자인을 맡았다. 요즘 공연하는 ‘라카지’와 ‘형제는 용감했다’도 그의 손을 거쳤다. 9일 열린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개최 기념식에서 발표한 ‘5인의 스타’ 중에서 배우가 아닌 인물로는 유일하게 뽑힐 만큼 그의 실력은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음향디자이너는 공연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책임진다. 마이크와 스피커의 배치 및 설치, 스피커 볼륨 조절과 음의 분배, 새소리, 종소리 등의 특수 음향, ‘에코’나 ‘서라운드’ 등의 음향효과 삽입 등이 다 그의 일이다. “작업을 맡으면 공연장 도면부터 봅니다. 주된 음악이 록이냐, 팝 또는 재즈냐에 따라 스피커나 마이크 종류가 달라집니다. 대본을 꼼꼼히 읽고 연습할 때 배우 동선, 목소리의 특성 등도 기억에 담아두죠. 연출가, 음악감독 등과 회의하면서 이들이 원하는 음향을 함께 찾습니다.” 음향디자이너의 작업은 공연을 시작해 음향이 안정될 때까지다. 공연 중 객석 뒤편에 있는 음향 콘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듯 음향 장비를 쉴 새 없이 만지는 사람은 오퍼레이터다. 이 시간 그는 객석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수정 보완할 점을 찾는다. 대학 시절 뮤지션을 꿈꿨던 김 씨는 1980년대 중반 아르바이트로 뮤지컬 밴드 연주자로 서면서 공연계와 인연을 맺었다. ‘캬바레’ ‘캣츠’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키보드를 연주했다. 1990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음향실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1993년 ‘레미제라블’의 오퍼레이터를 맡으면서 음향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우연히 ‘레미제라블’을 보러 갔어요. 작품은 좋은데 음향 실수가 좀 많아서 음향 콘솔 쪽에 가봤더니 조연출이 있더라고요. ‘저 사람보단 내가 낫지’ 하는 생각에 무작정 2막부터 제가 음향 장비를 잡았죠. 마지막 죽은 자들의 합창 부분에서 ‘에코’를 넣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음향디자인 개념이 거의 없던 시절 김 씨는 ‘드라마를 이해하는 음향 기술자’로 소문이 나면서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졌다. 음향디자이너는 공연장을 계속 지켜야 할 필요가 없어 김 씨의 경우 1년에 많게는 10개 작품도 한다. 그 대신 지방투어 때는 공연장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동행한다. 국내 음향디자이너는 약 10명, 오퍼레이터까지 포함하면 100명 정도다. 10년차 이상 오퍼레이터는 공연 기간에 월 300만∼400만 원을 받는다. 음향디자이너로 성공하려면 청각이 예민해야 할까. “오히려 반대죠.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평균적인 청각 능력만 있으면 됩니다.” 김성규 동아일보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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