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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용암도 모든 것이 섞이는 ‘융합’의 한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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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용암도 모든 것이 섞이는 ‘융합’의 한탄강

2012.08.07 00:00
전곡 읍내를 벗어나 왼쪽으로 가다 보면 장진교를 만난다. 다리 오른쪽에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데 이 곳이 바로 학창시절 ‘추가령 지구대’라고 배우는 곳이다.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 일대를 포괄하는 추가령 구조곡(지구대)은 지질학적으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양분하는 중요한 경계선이다. 이들 경계선 북쪽은 10억 년 이상 된 선캄브리아대의 편마암류와 고생대 지층이 우세한 반면 남쪽은 중생대 지층이 넓게 분포하여 남쪽으로 갈수록 형성 연대가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 물줄기가 어우러져 ‘아우라지’ 지도를 보면 추가령 고갯마루에서 지구대를 타고 북동쪽으로는 안변 남대천이 흐르고 남서쪽으로는 임진강이 시작된다. 임진강은 삼국시대까지 칠중하(七重河衆)라 불려지다가 고려 때에 와서야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다. 이 강은 큰 고을을 지날 때마다 이름이 바뀐다. 평강에서 휴전선을 넘어 적성에 이르면 술탄(戌灘)으로 불리다가 파주에 이르러 광탄(廣灘)으로 변하며 서해에 이르면서 임진강이라는 이름으로 한강 본류와 합류한다. 이 근처를 지나는 물은 이 뿐만 아니다. 경기도 전곡은 여러 물줄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합수지이다. 철원 쪽에서는 한탄강이 들어오고 동두천에서는 강학천, 연천 쪽에서는 차탄천이 들어온다. 또 남계리 쪽으로는 임진강 본류가 들어온다. 한탄강은 경기도 연천군 남계리 남단에서 임진강을 만나 아우라지를 이루는데 일찍이 물길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아우라지란 큰 강과 작은 강이 ‘어우러지다’는 말이 변형된 것으로 한탄강과 영평천이 합류되는 곳을 아우라지라 부르며 한탄강과 신천이 합류되는 곳 역시 아우라지다. 전곡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구석기 선사인들이 터를 잡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 용암 분출 역사를 한 눈에 대륙이 충돌하면 한쪽 대륙이 다른 대륙 위로 올라탄다. 이 때 밑에 깔린 대륙은 엄청난 압력과 온도를 받아 고압변성암인 각석암이 되고 이것이 지각 변동에 의해 지표로 올라 올 수도 있다. 지하 수십 ㎞에서 잠자고 있어야 할 각섬암이 임진강과 한탄강 주변에서 눈에 띄는 이유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철원과 연천 지역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들 가운데 물이 깊고 벌레 먹은 듯한 검은 돌이 있는데 매우 이상하다.’ 추가령 지구대를 가리켜 ‘들 가운데 물이 깊다’고 표현했으며 현무암을 ‘벌레 먹은 듯한 검은 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용암 분출시 온도는 1000?1200도이며 식어서 600?700도까지 내려오면 굳어져 더 이상 흘러가지 못한다. 용암은 규소 함유량이 65퍼센트를 넘으면 산성, 52퍼센트 이하면 알칼리성, 산성과 알칼리성 사이를 중성용암이라 부른다. 산성용암일수록 온도가 낮으며 점성이 높아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알칼리성 용암일수록 온도가 높고 점성이 낮아 멀리 흘러간다. 즉 한탄강 상류에서 발견되는 용암은 산성이고 임진강까지 멀리 흘러간 용암은 알칼리성이라 볼 수 있다. 과거 한탄강을 따라 흘러온 용암은 전곡에서 병목현상을 일으켜 임진강 상류 쪽으로 역류하기도 했다. 두 강의 합류점에서는 현무암의 두께가 30m에 이르렀고, 여기서 12㎞ 상류인 선곡리까지 6m 두께의 현무암층을 남겨 놓았다. 한탄강이 영평천과 합류하는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궁평리 아우라지도 용암 병목지점으로 이곳에서는 한탄강 화산지형의 백미인 ‘베개용암(Pillow Lava)’을 볼 수 있다. 베개용암은 용암의 선단부가 물과 접촉하면 온도가 낮아져 댐처럼 굳어져 방벽을 형성할 때 만들어 진다. 이 때 흘러내린 산성 용암이 물과 접촉하면서 급격히 냉각되면 탄력이 풍부한 자루 모양의 유리질 피막이 생긴다. 그 위를 또 다른 용암이 연속해서 쌓이게 되면 마치 바위가 부글부글 끓어서 붙어 있는 것처럼 용암이 굳는다. 마치 바위 틈새를 치약처럼 삐져나와 굳어 생긴 것이다. 연천군청의 강상식 학예연구사는 한탄강 아우라지 일대는 베개용암은 일반인의 접근이 비교적 어려운 강 건너편에 있어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보통 베개용암은 큰 하천과 작은 하천이 합류되는 지점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한탄강과 영평천이 합류하는 아우라지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베개용암 지대다. 연천읍 신답리 수력발전소 밑 절벽에도 한탄강 용암분출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비경이 숨어 있다. 절벽 맨 아래엔 강바닥에서 흔히 보이는 굵은 자갈층이 깔려있다. 용암이 흘러오기 전 옛 한탄강의 강바닥이다. 그 위에 베개용암이 나타나고 이어 현무암이 판상절리와 주상절리 형태(8화 참조)로 차곡차곡 쌓여 있다. 40m 절벽 꼭대기엔 식물이 자라는 충적층이 깔려 있는데 강원대 원종관 교수의 설명을 보자. ‘신생대 지층을 밟으면서 절벽 아래로 내려와 수억 년 전 중생대 암석을 만져볼 수 있다. 한탄강은 용암에 의해 한반도에서 가장 젊은 땅이 만들어졌고 그 위로 가장 젊은 강이 형성되고 있는 역동적인 지형·지질학 현장이다.’ 베개용암이 있는 곳보다 조금 상류에 위치한 청산면 백의리에도 지질학적으로 의미있는 ‘백의리층’이 있다. 한탄강 위를 가로지르는 백의교 아래 절벽으로 옛 강 위로 용암이 흘러내려 굳어진 곳이다. 백의리층을 모르고 한탄강을 보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용암누층 아래에 옛 강바닥에 깔렸던 둥근 자갈이 보인다. 화산이 폭발하기 전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위를 용암이 흘렀고 다시 그 용암 위로 물이 흘러 현재는 다시 강이 된 것으로 자연의 신비를 저절로 느낄 수 있다. 차탄천이 한탄강에 합류되기 전인 용암평원 인근에서 강 주변을 따라 거대한 적벽을 이루고 강 안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자리 잡고 있다. 습곡이라고 불리는 이 바위는 양층에서 거대한 횡(橫)압력을 받아 마치 S자 모양으로 휘어진 것이다. 습곡 약간 서쪽으로는 광대한 수직 절벽이 펼쳐져 있고 적벽 사이사이에 용암 산화층인 크랭커(cranker)가 화산이 폭발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하상(河床)을 흐르면서 부글부글 끓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연천군 전곡읍 장탄리에는 자살바위라는 특이한 수직절벽도 보인다. 자살바위는 약 27만 년 전 폭발한 화산분출보다 약 1억 5천만 년이나 앞선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 활동에 의해 화산재가 지속적으로 쌓여 엉겨 붙어 만들어진 응회암이다. 자살바위를 이루고 있는 응회암은 희귀한 녹색을 띠고 있다. 화산재에 들어있는 유황성분이 녹색으로 변한 것이다. 이곳 앞 강변에도 화산재가 쌓여 오랜 세월 굳어져 생긴 아주 특이한 모습의 응회암(Tuff)들이 나름대로 자그마한 섬처럼 쌓여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자살바위 앞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일단 절벽 앞에 서면 길을 찾던 고생은 뒤로 하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 전곡리에서 볼 수 있는 자연과 인류사 이 지역을 답사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전곡읍 은대리 차탄천변 습지 일대다. 평범한 도로가에 철책이 있어 다소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 이유가 있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희귀하다고 알려진 물거미 서식지이다. 천연기념물 412호로 지정돼있는데 국내에서는 1950년 중반에 보고된 뒤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아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5년 군 주둔 지역에서 확인된 후 현재 은대리 안에는 약 4만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물거미는 공기방울을 만들어 물속에서 거의 모든 생애를 보내는 독특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다. 물거미는 물거미과, 물거미속에 속하며 전 세계에 1속 1종만이 존재한다. 보통 거미류는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큰데 물거미는 수컷이 암컷보다 더 크다. 북반구 유럽에 주로 분포하고 아시아권에서는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중국, 일본, 한국 등지에 분포한다. 은대리 물거미 서식지에서 좌측으로 꺾어 군부대에서 강변으로 조금 들어가면 차탄천의 주상절리와 백의리층의 장관이 펼쳐진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무덤덤한 사람들도 이곳의 장관을 보면 한국의 경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임진강변에는 고구려와 백제의 유적이 많이 있으므로 함께 찾아가 볼 만하다. 절벽위에 있는 호로고성, 금파리성, 옥계성, 아미성, 육계성, 차탄리성 등 추가령 지구대의 자연지형을 이용한 고성들이 도처에 산재한다. 이들을 함께 다니면 지질 교과서와 역사 교과서를 한숨에 볼 수 있다. 전곡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은 전곡리 선사유적지이다. 1978년 주한미군 오웬이 주먹도끼를 발견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곳이다. 당시 세계 고고학회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견되는 아슐리아형 주먹도끼와 동아시아의 찍개문화권으로 구분했는데 전곡리에서 아슐리아형 주먹도끼들이 발견되어 그동안의 정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혔다. 이들의 발견이 세계 고고학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이유는 주먹도끼가 기존보다 좀 더 발전된 형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동아시아에는 주먹도끼가 없으므로 구석기 시대조차 서양인들이 동양인보다 뛰어나다는 주장하는 근거가 되었는데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자 쏙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자 전곡리 구석기 연대가 얼마나 거슬러 올라가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처음에는 30만 년 전의 전기구석기 유적이라고 소개되었으나 이들 유구를 측정한 결과 약 45,000년 전에 지나지 않아 한국인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그 뒤 일본의 단원철(檀原撤) 박사가 피션트랙과 칼슘-아르곤 방사선동위원서 연대측정법을 사용하여 전곡리에서 가장 오래된 석기 출토층의 연대가 30만 년 전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35?37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즉 이 곳에는 적어도 35만 년 전의 선조들의 유적을 비롯하여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에는 인류 조상들의 모형들이 한 자리에 전시되어 있다. ●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동막리 풍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질 교과서인 연천지역을 답사하면 한국 산하가 남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낄 것이다. 지질 변화의 산 증인을 뒤로하고 연천읍 동막리의 풍혈로 향한다. 동막리 풍혈은 연천읍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있다. 동막 계곡 중간 즉 성산 남서릉 북사면 하단부의 바위굴이다. 성산(城山·520m)은 연천역에서 동쪽 직선거리로 약 4㎞거리에 있는 동막리 동막 계곡 동쪽에 병풍을 두른 듯 솟아 있는 산이다. GPS로 풍혈이 나오지 않으면 동막계곡을 입력한 후 천천히 달리다 보면 동막계곡 입구 직전에 안내판이 보인다. 풍혈 안내판을 보고 철로 된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면 화장실이 있고 다소 급경사로 보이는 오르막길 소로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명승지 입구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은 산세가 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겁내지 말고 직진하기 바란다. 풍혈은 예상보다도 가까운 곳에 있어 화장실로부터 거리는 무려 50m(?)나 된다. 깊이 16m, 높이 2.2m의 천연동굴인데 7, 8월 여름철에도 얼음이 녹지 않을 정도로 찬 공기가 흘러나온다. 풍혈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풍혈 입구는 상단부에 있고 하단부의 벽면에서도 바람이 불어오며 여름철에도 두 곳 모두 얼음이 얼어있음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 당일치기 피서지로 적합한 거리지만 상단부는 휴식할 장소가 없고 하단부 근처 공터는 장소가 협소해 10명 정도 앉을 수 있다. 연천군의 풍혈 안내판에는 일제강점기 때 냉동시설이 불비하여 이곳에다 잠종(蠶種) 1,000여 매를 저장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풍혈이 숨겨져 있는 성산 자체만 보면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풍혈이 있을 장소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 왜 풍혈이 있는가라는 질문의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풍혈 옆에 크고 작은 너덜층이 여러 개 있다. 지질학 교과서가 틀리지 않음을 다시금 알려준다. (10회에 계속)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부회장/과학저술가 mystery123@korea.com 참고문헌 : 『한국의 발견(강원도)』, 뿌리깊은나무, 1983 『생태기행(1)』, 김재일, 당대, 2000 『한국지형산책』, 이우평, 푸른숲, 2007 「바람 일으키는 신비의 동굴 관리소홀로 훼손」, 양정환, 연합뉴스, 2004.08.03 「용암천, 한탄강」, 조홍섭, 네이버캐스트, 2009.09.02 「경기도 연천군」, 이상호, 경향신문, 2011.09.26
이종호 박사(사진)는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과학저술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과학저술가로 활동중이다. 저서는 ‘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 ‘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 ‘노벨상이 만든 세상’ ‘로봇, 인간을 꿈꾸다’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등 다수다.
※ 편집자 주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더사이언스’(www.thescience.co.kr)가 공룡유산답사기에 이어 국내에서 신비한 현상을 보이는 지형을 찾아가 보는 과학유산답사기 2부를 연재합니다. 얼음골, 풍혈 등은 30℃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찬바람을 내뿜는 장소입니다. 상식과 달리 여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 녹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현상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있기도 합니다. 더사이언스는 과학저술가 이종호 박사의 도움을 받아 우리나라에 있는 얼음골 관련 지역에 대한 기사를 매주 1회 더사이언스를 통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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