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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Life]입맛 까다로운 바퀴벌레… 중식당 사는 놈은 기름진 음식만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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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Life]입맛 까다로운 바퀴벌레… 중식당 사는 놈은 기름진 음식만 찾아

2012.08.11 00:00
[동아일보]

파리는 시야가 넓고 눈치가 빠르다. 조금만 낌새가 이상해도 줄행랑을 친다. 이것은 파리가 4000여 개의 낱눈(렌즈)이 합쳐진 겹눈 한 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낱눈은 조금씩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파리는 머리를 돌리지 않고도 넓은 지역을 볼 수 있다. 특히 수천 개의 렌즈가 동시에 작동하는 덕에, 주변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따라서 윙윙거리며 신경을 거스르는 파리를 잡으려다 힘만 빠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시야를 역이용하면 의외로 쉽게 파리를 잡을 수 있다. 먼저 파리가 앉을 때까지 기다려 보자. 그러고 바닥보다 한 뼘 정도 높은 위치에서 손(위생상 장갑을 끼는 것이 좋을 듯)이나 파리채를 옆으로 휘둘러 보라. 일찌감치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륙한 파리가 손이나 파리채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나동그라질 것이다. 이 방법은 납작하게 눌린 파리의 ‘잔해’를 치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파리채를 수직으로 휘두르는 것보다 훨씬 위생적이다.

파리는 신선한 음식에는 잘 앉지 않는다. 썩거나 상한 음식을 더 좋아한다. 이것은 파리의 소화기관이 발달하지 않아 신선한 음식을 바로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리는 미생물이 분해한 것을 빨판으로 빨아 먹는다. 그러므로 더운 여름철엔 썩은 국물이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바로바로 치우는 게 좋다. 최소한의 청소 주기는 하루 한 번. 여름엔 파리의 알이 8∼12시간 만에 부화해 유충이 된다. 이 구더기들은 부화 직후부터 기어서 실내에 퍼질 수 있다. 게다가 파리 성충 한 마리는 한 번에 알을 100∼150개나 낳는다. 만약 청소를 자주 하기 어렵다면 음식물 쓰레기를 비닐에 넣어 밀봉하거나 밀폐용기 속에 보관하자(B6면 ‘리빙 올림픽’ 기사에 음식물 쓰레기를 밀봉해 냉동 보관하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모기는 어찌 보면 참 신기한 곤충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정확하게 사람을 찾아내 피를 빤다. 모기는 체취(땀냄새 등)와 체온, 호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먹잇감의 위치를 탐지한다. 그래서 모기는 우선 사람의 머리 쪽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머리나 얼굴을 먼저 물지는 않는다. 민감한 감각 기관이 몰려 있는 머리나 얼굴을 물면 자신의 존재를 들킬 위험이 있어서다. 그 대신 천천히 몸통이나 다리 쪽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혈관을 찾아 단 한 번에 주삿바늘 같은 주둥이를 꽂아 넣는다. 이것 역시 따지고 보면 신기한 점이다. 혈관을 못 찾아 여러 번 살갗을 찌르는 모기는 ‘날 잡아 달라’고 애원하는 꼴일 테니까 말이다. 모기를 피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기 전에 목욕을 해 체취를 없애는 것이다. 좀 뭣하긴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옆에서 자면 상대적으로 모기에 물릴 확률이 낮아진다. 성가신 모기를 쉽게 잡으려면 불빛을 이용하는 게 좋다. 모기는 전등이 켜지면 가장 가까운 벽에 달라붙는다. 여기에 앞서 이야기한 모기의 습성(머리 쪽으로 먼저 접근)을 접목하면 잡기가 더 쉬워진다. 머리를 벽 쪽으로 두고 자다가 앵앵거리는 소리가 나는 즉시 불을 켜자. 머리맡의 벽에 붙어 있는 모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파리나 바퀴벌레와 달리, 모기를 인공 미끼로 유인하는 방법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이것은 해충 방제 업계의 가장 어려운 숙제로 꼽힌다. 즉, 아직까지 사람이나 동물의 몸처럼 효과적인 모기 유인체는 없다. 흥미로운 것은 나무숲에 사는 숲모기는 사람의 피를, 집 주변에 사는 일반모기는 동물의 피를 더 좋아한다는 점이다. 숲모기는 사람을 매우 적극적으로 공격하는데, 모기향을 피워도 흡혈을 멈추지 않는다. 숲모기에게 물리면 집모기에게 물렸을 때보다 훨씬 더 아프고 환부가 더 많이 부어오른다. 세스코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숲모기의 타액에 적응이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몸에서 항원항체 반응이 더 격렬하게 일어난다. 작은 모기이지만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대학 등 연구기관에서는 모기를 키울 때 쥐의 피를 빨도록 한다. 그런데 간혹 너무 많은 모기가 달라붙는 바람에 쥐가 쇼크사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단다.

개미는 ‘화학적인 곤충’이다. 동료의 페로몬(곤충의 의사소통에 쓰이는 화학물질)이 그려놓은 길을 따라 이동하며, 강산성 물질인 개미산으로 적을 공격하기도 한다. 개미를 종이에 올려놓고 그 주변에 볼펜으로 줄을 그으면 재미있는 구경을 할 수 있다. 개미가 볼펜 자국을 따라 움직인다. 이는 볼펜의 잉크에 페로몬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휘발성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스코 등의 전문 업체에 방제 신청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것은 유령개미다. 작은 몸집에 다리와 몸통이 반투명에 가까워 빛이 많은 곳에서는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 ‘유령’으로 불린다. 유령개미는 먹이의 색깔에 따라 몸 색깔이 변한다. 정확히는 위장 속의 먹이가 투명한 몸을 통해 비쳐 보이는 것이다. 인도의 한 과학자는 빨강, 노랑, 파랑 등 색소를 넣은 설탕물로 ‘개미 물들이기’ 실험을 하기도 했다. 유령개미는 약을 뿌려도 박멸이 힘들다. 사라진 것 같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타난다. 이것은 유령개미의 습 성과 관련이 깊다. 이들은 건물의 깊은 곳에 난 틈과 배관을 ‘본부’로 삼아 움직인다. 따라서 본부를 없애지 않는 한 완전 퇴치가 어렵다. 실리콘 등으로 벽과 바닥의 모든 틈새를 막으면 출몰 빈도를 줄일 수 있다. 해충 방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령개미는 부촌에 많이 산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유난히 단것을 좋아하는 습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본다.

바퀴벌레 역시 아파트의 배전실 등 ‘본부’를 근거지로 이용한다. 최근 지어진 건물보다 위아래 연결 통로가 많은 옛날 건물에 더 많이 산다. 우리나라에선 외국에서 들어온 바퀴벌레들로 인한 ‘글로벌화’가 꽤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미국 바퀴는 6·25전쟁 때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집안에 사는 바퀴벌레 중 크기가 제일 크며, 먹이를 많이 먹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다. 종종 과격하게 비칠 정도다. 중앙아프리카 원산이지만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 분포한다. 일본 바퀴는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살기 때문에 서식지 파악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최근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서부터 맹렬한 속도로 북상 중이다. 산바퀴 등 한국 토종 바퀴벌레는 주로 집 밖에 산다. ‘자연을 벗해 은둔 생활을 한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  사람처럼 바퀴벌레도 고정된 식습관이 있다. 한국 사람이 외국에 가도 한식을 찾는 것처럼, 바퀴들도 특정 식단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중식당에 서식하는 바퀴는 기름기가 많은 미끼를 쓰지 않으면 잘 잡히지 않는다. 해충 방제 연구의 기본은 미끼의 개발. 관련 업체들은 미끼 개발에 동물의 내장과 피는 물론이고 호텔급 요리까지 이용하는데, 평소의 식성을 벗어나는 바퀴벌레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다양해지는 인간들의 식생활에 따라 바퀴의 입맛이 변하는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예전에 10년 정도였던 주기가 최근엔 2∼3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바퀴가 오이에 약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틀린 얘기다. 바퀴벌레 ‘특효약’은 의외로 치약이다. 치약에 들어있는 불소 성분이 바퀴벌레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바퀴벌레가 잘 다니는 길목에 치약을 길게 짜놓거나, 치약을 녹인 물을 바퀴벌레에게 뿌리면 된다. 문권모 동아일보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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