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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들이 죽어도 숨기고 싶은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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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들이 죽어도 숨기고 싶은 비밀은?

2012.10.14 00:00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를 사석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저녁을 먹는 두어 시간 동안 맛있는 음식만큼 ‘멋있고 경이로운’ 우주비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전까지 우주나 우주비행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왜 사람들이 그토록 우주인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지, 왜 우주인을 영웅이라 칭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이 박사로부터 ‘진짜 우주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아니 적어도 왜 우주인을 영웅이라 칭하는지 정도는 이해하게 됐다. ●우주인이 영웅인 이유 이 박사에 따르면 아직도 우주비행은 언제 터질지 모를 로켓에 사람을 매달고 우주 밖으로 내던지는 것과 같단다. 그래서 정작 왕복선을 만들고 발사체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우주비행을 안 한단다. 그들 스스로가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주인으로 선정되고 나면 경호원들이 예비우주인을 내내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데, 이는 예비우주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려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 ‘큰 일’을 앞둔 우주인이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나쁜 마음을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이 박사가 어느 날 오렌지 주스가 먹고 싶다고 중얼거렸는데, 바로 그날 저녁 냉장고에 오렌지 주스가 들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웃을 수 조차 없었다. 그 오렌지 주스는 지구에서 다시는 못 먹을 수도 있는 주스였기 때문. 이 박사는 “그 오렌지 주스가 마치 사형수에게 마지막으로 갖다 주는 화려한 만찬처럼 느껴졌다”며 “말하면 다 갖다 주니 고마우면서도 기분이 묘했다”고 전했다. ●우주영웅을 희롱하는 발칙한 이야기들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에 도전해 두려움을 이겨낸 영웅적인 면을 담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과학 전문 작가인 메리 로치가 쓴 책 ‘우주다큐’는 이런 판에 박힌 우주 영웅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우주비행사를 우주장비보다 다루기 어려운 변덕스럽고 배설물 처리까지 신경써줘야 하는 ‘천덕꾸러기’로 묘사한다. 이 책에서 만나는 우주는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봤던 대단한 위업이나 참담한 비극이라기보다는 작은 코미디에 가깝다. 일반인들이라면 우주인들이 선발과정에서 지식과 체력, 용기, 도전정신 등을 뽐낼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 우주항공 연구개발기구(JAXA)에서 우주인들을 선발할 때 하는 테스트는 학 천 마리 접기다. 얼마나 일정한 속도로 끈기 있게 맡은바 임무를 다 하는지 보기 위해서란다. 무중력을 경험하지 못했던 시절,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들은 우주의 무중력이 사람에게 막연히 극단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했다. 인간의 장기들이 중력 상태에서만 기능하는 건 아닌지, 안구의 모양이 변해서 시력을 잃는 것은 아닌지, 피가 응고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주여행에서 무중력보다 더 사람들을 괴롭게 만든 것은 멀미였다. 유압복을 입은 상태에서 멀미를 하게 되면 산소를 불어 넣어주는 밸브를 막을 수도 있고 눈에 들어가 시야를 흐리게 할 수 있다. ●인간 극한을 만난다 이 책에 따르면 무엇보다 우주생활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악취다. 1965년 아폴로 호를 달에 보내기 위한 최종 리허설에 해당하는 제미니 7호 임무에서 당시 우주비행사들은 2주 동안 우주복을 입고 버티는 실험을 해야 했다. 몸에서 나는 악취가 어찌나 메스꺼웠던지 옷을 벗을 때 우주인 프랭크 보먼은 동료 비행사에게 혹시 코를 막을 빨래집게가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우주라는 곳에 놓였을 때 우주인들이 겪는 심리적인 환각 상태, 귀환을 위한 충돌 모의실험, 무중력이 뼈에 미치는 영향을 보호하기 위한 실험, 완벽한 우주 화장실을 꿈꾸는 엔지니어들, 우주인들의 성생활에 대해 다룬다. 비록 이 책 ‘우주다큐’는 일반인들이 우주에 대해 품고 있던 환상들을 과감히 깨뜨리는 발칙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그동안 우주인들이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민과 애환을 알 수 있어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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