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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신경세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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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신경세포 미스터리

2008.08.01 09:18
부부싸움을 했다. 세상에, 저 인간이 결혼한 걸 후회한단다. 정말…, 상처 받았다. 확 도장을 찍어버릴까. 그래도 내가 참아야지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도장을 찍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뇌에 있는 특정 신경세포 때문이다. 이 세포가 같은 선택을 반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손실이 일어나도 계속 같은 선택 예일대 의대 이대열 교수팀은 원숭이에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왼쪽 점과 오른쪽 점을 보여주고 한쪽을 선택하도록 훈련시켰다. 원숭이가 선택한 점이 컴퓨터가 고른 점과 일치하면 보상으로 모니터에 빨간 원이 나타나고, 일치하지 않으면 빨간 원이 지워진다. 일정한 수의 빨간 원을 모으면 원숭이는 주스를 마실 수 있다. 이 연구팀은 원숭이가 어떤 점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동안 대뇌에 전극을 꽂아 신경세포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원숭이의 대뇌 꼭대기에 있는 내측 전두엽(MFC) 영역에서 빨간 점을 얻을 때(이익)와 잃을 때(손실) 각각 다른 전기신호가 나왔다. 어떤 신경세포는 빨간 점을 얻을 때만, 다른 신경세포는 잃을 때만 반응했다. 빨간 점을 얻을 땐 전기신호가 증가하고, 잃을 땐 감소하는 세포도 관찰됐다. 신경세포가 이익과 손실에 모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들 신경세포 가운데 연구팀은 흥미롭게도 손실이 일어나도 같은 선택을 반복하게 하는 세포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왼쪽 점을 골랐을 때 빨간 원이 지워졌는데도 이 신경세포가 활동하면 원숭이는 다시 왼쪽 점을 골랐다. 이 연구팀은 사람 뇌에도 이 같은 신경세포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세포가 자신에게 상처를 준 배우자를 다시 선택하게 만들 것”이라며 “뇌에 이런 신경세포가 지나치게 많으면 도박으로 돈을 잃고도 다시 도박에 빠져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달 27∼29일 연세대에서 열린 국제인지과학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눈앞의 이익에 혹하는 이유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간혹 ‘결혼을 너무 일찍 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든다. ‘좀 더 기다렸다면 이상형의 배우자를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기다리는 시간과 선택 행동 간의 문제를 경제학에서는 ‘시점 간 선택(inter-temporal choice)’이라고 부른다. 이 교수팀은 시점 간 선택 역시 뇌의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가 결정한다는 것을 알아내 지난달 초 신경과학 분야의 국제저널 ‘뉴런’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원숭이에게 빨간색 점과 초록색 점을 보여주고 한쪽을 선택하게 했다. 빨간색 점을 고르면 8초 뒤 주스를 세 방울, 초록색 점을 고르면 곧바로 두 방울을 마실 수 있다. 원숭이는 초록색 점을 더 선호했다. 이때 이마 바로 뒤에 있는 대뇌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DLPFC) 영역에서 주스의 양과 주스가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각각 다른 신경세포가 전기신호를 내보냈다. 원숭이는 이익(주스)의 크기와 그 이익을 얻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모두 고려한 다음 이익을 많이 얻는 쪽보다 빨리 얻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이상형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곁에 있는 애인을 배우자로 선택한 셈이다. 신경세포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같은 선택을 반복하게 하거나 눈앞의 이익을 선택하게 하는 신경세포가 없다면 어떨까.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배우자를 바꾸는 변덕쟁이가 될지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이상형을 기다리다 정작 소중한 사람을 놓칠지도 모른다. MFC나 DLPFC 같은 뇌 영역은 기껏해야 손톱만 한 크기. 당신의 평생을 좌우할 순간의 선택이 바로 이 작은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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