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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환자에게 말하지 못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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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환자에게 말하지 못한 것들…

2012.12.02 00:00
상사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거나 또는 은근히 나를 무시하는 예의 없는 사람을 만나 스트레스를 왕창 받았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필자의 경우에는 핸드폰을 열어 퇴근 후에 만날 수 있는 지인을 찾는 것이다. 오랜만에 저녁(또는 술)이나 먹자는 핑계로 친구를 꼬드겨내지만 실상은 “내가 낮에 겪었던 억울한 일을 너는 오늘 들어줘야겠다”라는 의도가 다분하다. 저녁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낮에 겪었던 일이 안주거리로 올라온다. 사랑스러운 나의 지인은 그것을 덥석 물어 내 일처럼 잘근잘근 씹어주고, 여기에 더 심했던 자신의 사례를 들며 나를 위로해 준다. 연신 “맞아맞아~”라고 맞장구를 치는 사이에 우리들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동지애가 싹트고 수다를 떠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이처럼 수다를 통한 공유와 공감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아픔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들을 치유할 때 쓰는 방법 또한 우리가 일상적으로 수다를 떨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에 별반 다르지 않다. ●말없이 상대방의 말 들어주기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이사도 사람들의 넋두리를 듣고 고민을 함께 짊어지는 일을 업으로 삼은 정신과 의사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약 2년 전에 ‘과학동아’에 있을 때 양 박사가 연재하는 ‘심리학 테라피’라는 코너를 맡아 진행을 하면서 인연을 쌓았다. 그때 양 박사의 심리학 테라피는 주요 독자층인 고등학생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공감을 일으키는 소재를 다뤄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양 박사는 기업의 대표나 리더들을 상담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 박사는 인터뷰에서 한 기자로부터 “리더들을 설득할 때 어떤 방법을 쓰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양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저는 애초에 누구를 설득하려고 그다지 노력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유와 독립을 추구하려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당에 누군가로부터 설득 당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게 됩니다.” 양 박사의 대답은 정신과 의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군더더기 없이 설명하고 있다. 말없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조용히 상대방이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 그것이 정신과 의사들이 하는 일이란 얘기다. ●드디어 털어놓는 정신과 의사의 잔소리 그러나 정신과 의사라고 왜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하지 않겠는가. 허구한 날 다른 사람의 탓만 하는 사람을 보며 “네 잘못은 보이지 않느냐”고 왜 호통을 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양 박사는 “적에게조차 인정받고자 하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설령 내 편에서 먼저 상대방을 실망시켰을지라도 우린 그가 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다. 내가 가끔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상대방이 그 모습을 비난하고 질책하지 않고, 묵묵히 손 내밀어 일으켜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서운함을 느끼고 서로를 원망한다. 정작 다른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칭찬은 해주지 않으면서 거꾸로 칭찬을 바란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병을 얻고 정신과를 찾는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 답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양 박사는 많은 환자들에게 이 같이 말해주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간다고 설명한다. 양 박사의 최근 신작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를 통해 위로와 칭찬, 이해와 수용의 치유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양 박사는 환자들을 상대하면서 차마 하지 못했던 ‘잔소리’를 이 책을 통해 쏟아내고 있다. 양 박사의 논리는 간단하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처럼 내가 가진 것이 많아야 남들한테도 비로소 내어줄 수 있는 게 많아진다는 것. 무엇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스스로에게 위안을 먼저 해야 남을 돌아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사례로 이 책에 등장하는 P씨는 살면서 누군가를 칭찬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팀장으로서 업무를 지시할 때도 곧장 핵심으로 들어가 팀원들과는 개인적인 공감을 나누지 못했다.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P씨는 어릴 적에 자라나는 동안 부모로부터 지나치게 엄격하고 냉철하게 교육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씨 스스로가 ‘냉정하고 재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해 온 이유가 부모의 교육 방식에서 왔던 것이다. 100%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P씨는 차츰 자신감을 회복해가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게 되자 자신의 정체성에도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게 됐다. 이후 P씨에게 내려진 처방은 ‘자신의 장점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격려하게 하자 P씨는 차츰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할 수 있게 되고 상대방의 칭찬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됐다. 칭찬과 인정은 P씨의 삶에 윤활유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 책에는 어려운 심리학 용어나 이론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양 박사가 현업에서 만난 사례를 풀어놓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심정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현대인들의 상당수가 가벼운 우울증을 비롯해 다양한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간다고 한다. 주변에 도통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사람을 엿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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