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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폐렴구균 예방접종’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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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폐렴구균 예방접종’ 문제 있다

2012.12.17 00:00
[동아일보]

▼ 이래서 문제 ▼

“폐렴은 65세 이상 고령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국가가 적극 권장하고 지원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책 시행에 앞서 준비가 제대로 돼 있는지, 적합한 백신을 선택했는지 고려해야 한다.”(이원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위앤장이원표내과의원 원장)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2011년)에 따르면 폐렴은 국내의 사망원인 중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감염성 질환 중에는 1위다. 빈번히 발생하는 동시에 치사율도 높은 것이다. 이 폐렴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폐렴구균이다. 폐렴구균은 평소에도 사람의 몸에 존재한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는 활동을 별로 하지 못한다. 다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유아와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균의 수가 급증할 수 있다. 이 균들이 각 기관에 침투해 병을 만든다. 이때 걸릴 수 있는 질환이 폐렴 뇌막염 중이염 패혈증 등이다. 바로 이 때문에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정부가 지원한다. 균의 증식과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이르면 내년 5월부터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지원하기로 했다. 접종은 전국 보건소에서 무료로 실시할 예정이다. 폐렴구균 백신은 크게 ‘다당질 백신’과 ‘단백결합 백신’으로 나뉜다. 국내에는 두 종류씩 출시돼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다당질 백신을 일괄적으로 무료 접종할 계획이다. 이원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이 건강신문고를 두드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다당질 백신만을 일괄 접종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든 백신과 마찬가지로 폐렴구균 백신도 예방접종을 하기 전에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 기존에 접종을 받은 이력이 있는지,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환자에게 맞는 백신을 선택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폐렴구균 백신을 일괄적으로 접종하면 개개인의 건강 상황에 맞는 백신을 안전하게 접종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건소의 인력 구성이나 시스템, 전문성을 고려하면 환자에 대한 사전검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다당질 백신을 일괄 접종하면 설령 더 좋은 백신이 있어도 환자는 선택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다당질 백신은 20년 이상 사용해 왔다. 그러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다당질 백신은 접종 1년 후부터 면역을 유지해주는 효과가 떨어지고 5년이 지나면 그 효과가 최대치의 75%까지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런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국가예방접종위원회(JCVI)는 이 백신이 고령자나 면역이 떨어진 환자와 만성질환자에게 효과가 크지 않으며 특히 재접종 효과가 낮다고 밝힌 바 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미국의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위원회(ACIP)도 다당질 백신의 효용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선진국에서는 다당질 백신을 접종하는 걸 장기간 지원해왔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이 백신의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대안으로 단백결합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쪽으로 빠르게 입장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65세 이상 노인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은 77.2%로 높았지만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은 0.8%에 그쳤다. 이 회장은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백신 접종 지원을 늘리는 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이번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제대로 준비했는지, 효과적인 백신을 선택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신중하게 협의를 했는지 반드시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은 연간 100억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을 좌우하는 데다 국민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질병관리본부 답변 ▼ 노인 대상 폐렴구균 예방접종 사업에 다당질 백신을 쓰기로 한 결정은 이와 관련된 전문위원회가 수차례 논의한 뒤 나온 것이다. 현재 영국 등 노인 대상 폐렴구균 예방접종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15개국도 예방접종 사업에 다당질 백신만 사용하고 있다. 보건소를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폐렴구균 예방접종 관련 교육을 추가로 해 노인들이 안전하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샘물 동아일보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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