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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현미경, 새로운 세계를 여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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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현미경, 새로운 세계를 여는 창

2008.08.29 17:10
눈으로 보기 힘든 물체나 현상을 관찰하려는 욕구는 과학의 진보와 함께 한다. 16세기 네덜란드 과학자가 고안한 광학현미경은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가시광선을 물체에 집중시켜 관찰하는 광학현미경은 가시광선의 파장으로 식별되는 크기까지만 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더 작은 것을 보려는 욕구는 20세기 들어 전자현미경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원자 크기의 물체까지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이 나왔지만 여전히 물체의 표면만 볼 뿐 속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속을 보려면 일일이 자르거나 분해해야 했다. 물체를 투과하는 X선이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895년 독일의 과학자 뢴트겐이 X선의 능력을 발견한 이후 X선은 환자의 몸속을 관찰하는데 널리 쓰인다. 현재 병원의 X선장치는 수mm 크기의 물체 속을 볼 수 있다. 좀 더 작은 물체의 내부를 보기 원하는 과학자들은 미시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열고 있다.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제정호 교수가 이끄는 X선영상연구단은 1000분의 1mm 크기까지 볼 수 있는 X선현미경을 개발하고 있다. 물체 속을 살펴 기능까지 속속 X선을 이용해 작은 물체의 속을 보려는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은 단일 파장의 X선을 사용해 미세물체의 내부를 보는 현미경을 개발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움직이는 물체를 관찰하긴 어려웠다. 제 교수는 단일 파장이 아닌 일정 대역에 속한 여러 파장의 X선을 함께 사용하는 현미경을 개발해 1999년 발표했다. 당시 외국 과학자들은 단일 파장을 써야 선명하게 볼 수 있다며 제 교수의 발표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뒤이어 이 현미경을 사용해 제 교수가 내놓은 연구성과가 하나둘 알려지면서 이제 제 교수의 연구에는 항상 세계 최고, 세계 최초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의 X선현미경에는 어떠한 놀라운 원리가 숨어 있는 것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병원의 X선장치부터 살펴보자. 병원의 X선장치는 물체가 지나가는 X선을 많이 흡수하느냐 적게 흡수하느냐에 따라 흔적이 달라지는 흡수차를 이용한다. 흡수차로는 고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X선의 음영이 뚜렷이 나타나게 하는 조영제라는 물질을 혈관 속에 집어넣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 환자가 실려오면 의사는 심장의 어디가 막혔는지 확인하기 위해 X선 촬영을 한다. 심장혈관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 조영제를 넣어준다. 위급한 순간에 번거로울 뿐 아니라 해상도의 문제로 미세혈관까지 보기는 힘들다. 제 교수는 처음부터 X선의 위상차에 주목했다. 위상이란 파도의 높낮이와 같다. 두 개의 파도가 함께 진행할 때 합쳐져 높은 파도가 생길 수도 있지만 서로 상쇄돼 잔잔해 지기도 한다. X선은 물체 속을 지나갈 때 구성물질에 따라 굴절이 일어난다. 왼쪽으로 꺾이면 왼쪽의 파장이 높아져 밝게 보이고 오른쪽은 어둡게 보인다. 이러한 위상차에 따른 밝기차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2004년 제 교수는 세계 최초로 쥐의 미세혈관을 조영제없이 촬영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금까지 숨겨졌던 새로운 현상들을 밝혀내기도 했다. 구리에 아연을 전기 도금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량의 원인이 수소 방울 위에 아연이 달라붙기 때문이라는 점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연구는 2002년 네이처에 발표돼 크게 주목받았다. 세계최초로 ‘물막’ 만들다 올해 연구단이 발표한 X선으로 물막을 만들어 내는 기술은 반향이 대단했다.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과제였다. 물분자는 서로를 끌어당겨 최소의 면적을 유지하려는 표면장력이 매우 크다. 이 힘 때문에 식물의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높은 나무 끝까지 전달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식물 세포내 대부분의 막은 물막으로 되어 있다. 물의 표면장력을 이기며 넓게 펼쳐친 물막은 신비한 자연현상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물막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비누방울도 물막의 한 형태지만 물에다 비누 물질을 코팅한 것이서 순수한 물막이 아니다. 지금까지 3분의 1초 정도의 짧은 순간 유지되는 물막을 만드는 데 그쳤을 뿐이다. 연구단은 X선현미경으로 물방울을 관찰하다가 X선이 물막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발견했다. 작은 유리관에 물 한 방울을 넣고 1시간 정도 X선을 쪼였더니 얇은 물막이 생겼다. X선을 쪼이지 않아도 물막은 1시간 정도 유지됐다. X선이 물의 표면장력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순간이다. 연구단은 이 연구결과를 지난해 5월 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보냈지만 거절당했다. 연말에 다시 제출했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또 거절당했다. 제 교수는 “오랫동안 관련 연구를 해왔던 논문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이 놓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올 3월에 반박논문을 보냈다. 지금까지 PRL 측에 반박해 성공한 예가 없었다. 하지만 반박이 받아들여져 PRL 5월 29일자에 게재됐다. 게재된 뒤 곳곳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타났다. 순수한 물이었는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고 표면장력이 감소한 현상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연구단은 7월에 PRL에 답신을 보내 모든 오해를 잠재웠다. 물막의 활용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광컴퓨터의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있다. 빛의 흐름을 이용하는 광컴퓨터는 빛을 조절하기 위해 스위치를 달거나 굴절률을 변경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크리스탈 소재의 물질보다 훨씬 싸고 쉽게 다룰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제 연구단은 물체의 내부를 보는 것뿐 아니라 기능적 특성까지도 함께 분석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X선기능영상’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제 교수는 “이 프로젝트로 살아있는 암세포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촬영할 수 있다”며 “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단은 암세포뿐 아니라 여러 생체 물질에 대한 기초 연구를 마치고 X선 영상기술을 융합해 나노소재 및 생의학 영상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 제정호 교수 약력 1975~1979 연세대 금속공학과 학사 1979~1981 KAIST 재료공학과 석사 1981~1983 KAIST 재료공학과 박사 1983~1985 독일 율리히연구센터 연구원 1986~현재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1999~현재 LG 디스플레이 장비연구소 고문 2003~현재 국제컨소시엄 X선현미경 빔라인(7B2) 총괄책임자 2006~현재 창의연구단장(X선영상연구단) X선영상연구단은? X선영상연구단은 X선의 강한 투과력을 이용해 물체 내부를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자 한다. 신소재, 물리, 화학, 생명과학, 생의학 등 최첨단 과학분야에서 X선을 이용한 영상으로 물리 및 화학적 특성을 규명하고 응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단은 현재 박사과정 6명, 석사과정 4명, 학부 연구참여생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유일한 박사후연구원으로서 물막 연구를 주도했던 원병묵 박사는 올 2월에 학위를 받고 최근 미국 하버드대로 떠났다. 연구단에 전임연구원이 없는 이유는 X선현미경 경험자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이 분야의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 연구단 출신 선배들은 세계 주요 가속기에서 일하고 있다. 원 박사도 하버드에 파견 형태로 보내져 미국과 한국의 공동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연구단은 해외공동연구가 필수적이다. 대학원생 때부터 세계 곳곳의 가속기에 파견해 최신 연구 동향을 경험하게 한다. 연구단장인 제 교수는 대학원생을 연구원이 아닌 학생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교육자의 신분에서 학생들 간의 실력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곰곰이 지켜봤다. 그 원인은 집중력에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작은 것부터 천천히 깊게 생각하는 훈련을 강조한다. 느리더라도 기초를 잘 쌓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연구단은 현재 X선영상으로 물체의 구조뿐 아니라 기능도 파악하고자 한다. 뇌 신경세포의 3차원 영상화, 세포간의 네트워크 확인 등 지금까지 다른 방법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의 기능을 속속 밝혀내는데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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