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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정책을 보통 시민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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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 04일 08:49 프린트하기

일반 시민들이 토론을 거쳐 정리한 의견을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 조류 인플루엔자(AI) 방역 등 과학과 관련한 민감한 국가 정책에 반영하는 유럽식 정치제도가 국내에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소정의 과정을 거쳐 선발된 수십 명의 보통 시민들이 주최 측이 마련한 자료를 읽거나 강의를 들으며 특정 사안의 쟁점을 파악한 뒤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게 이 제도들의 골자다. 학계에서는 전문가나 엘리트를 중시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결점이 보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제도에는 시민들이 애써 내린 결론을 정책에 반영할 분명한 창구가 없어 ‘시민 따로 정책 따로’가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30일부터 과학기술 관련 시민단체인 시민과학센터는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국가재난질환 대응체계에 관한 ‘시민배심원회의’를 진행 중이다. 주제는 AI 방역체계다. 참가자들은 오는 7일까지 총 나흘 간 주말마다 모여 전문가들과 질의·응답을 하거나 자신들끼리 토론을 해 최종 의견을 만든다. 지난달에는 고려대 과학기술학협동과정과 한국과학문화재단이 기후변화와 미래 에너지 정책을 주제로 ‘시민자문회의’를 열었다. 총 50여 명이 모여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관한 토론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와 2006년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시민합의회의를 바탕으로 한 ‘시민공개포럼’을 개최했다. 관련 학계에서는 이 같은 시민참여형 ‘회의’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가톨릭대 사회학과 이영희 교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시민들이 특정 사안에 목소리를 내면 지금처럼 소수 전문가들이 정책 결정과정을 독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국내 현실에 반영되긴 쉽지 않다는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외국에서는 대개 의회나 정부가 먼저 각종 ‘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한다. 일찍이 시민사회가 발달한 유럽식 정치 문화 영향이 크다. 회의에 참가한 시민들이 내린 결론은 정책에 충실히 반영된다.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AI 방역을 주제로 진행되는 시민배심원회의는 정부 측 기관인 KISTEP 의뢰를 받아 진행하지만 도출된 결론을 정책에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2003년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청와대 소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최종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이지만 정책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논의는 하되 정책화 여부는 정부에 전적으로 맡기는 구조다. 지난달 열린 시민자문회의도 다르지 않다. 행사를 준비했던 한 실무 관계자는 “이번 시민자문회의는 일종의 ‘모의’ 성격으로 열렸다”고 밝혔다. 실험이었을 뿐 실제 정책 반영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시민합의회의 성격을 지향한 시민공개포럼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영희 교수는 “‘전문가’를 우선시하는 한국 사회의 풍토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과학이 예전처럼 산업경쟁력의 수단으로만 인식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것도 분명한 만큼 시민 참여 기회를 점차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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