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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싫어" - 10대 거식증환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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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싫어" - 10대 거식증환자 급증

2004.05.17 10:17
이슬이(가명·12·여)는 키 152cm에 체중이 40kg이었다. 6학년이 되자 성적이 떨어졌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식욕을 앗아갔다.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 43∼44kg은 돼야 정상인데도 30kg까지 내려갔다. 거식증이었다. 6개월간 서서히 체중이 빠졌기 때문에 엄마도 눈치 채지 못했다. 다행히 뒤늦게 발견돼 병원을 찾아 3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40kg으로 체중이 늘었고 공부에 대한 중압감을 해소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거식증은 17∼18세 이후에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이슬이 사례에서 보듯이 10대 초반까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백상신경정신과 식이장애클리닉의 조사 결과 거식증 환자의 35% 정도가 10대 청소년이었다. 이 중 30%는 초등학생이었다. 10대 환자 수도 크게 늘었다. 3년 전에는 매달 2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요즘에는 30명을 넘는다. 15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병을 먼저 이해하라=성인은 ‘몸짱’ ‘얼짱’ 등 외모를 중시하는 문화, 가족력, 기질적 차이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10대의 경우 성적, 가족문제, 이성문제, 환경변화 등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거식증 환자는 스스로에게 가혹하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50∼70%는 우울증을 동반한다. 성인은 남녀 비율이 1 대 10 정도로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10대 초반으로 가면 1 대 3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사춘기 이전 거식증을 진단하는 명쾌한 기준은 아직 없다. 다만 심한 체중감소, 의도적 감량, 월경중단 등 성인의 사례에서 유추할 따름이다.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족이 함께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식사량을 늘려 정상체중을 회복하는 게 1단계다. 성장기 저체중은 저신장, 발달장애, 뇌기능 저하, 뼈 약화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단계가 끝나면 체중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다. 이어 2단계에서 공부, 가족문제, 이성문제 등 병의 근본 치료를 한다. ▽아이들을 관찰하라=거식증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징후를 포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10대 환자들은 어른과 달리 운동량이 많고 과잉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학교에 갈 때 일부러 먼 거리를 돌아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다시 내려갔다 올라오기도 한다. 아예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실내에서는 괜히 왔다 갔다 하거나 제자리걷기를 한다. 성인 환자는 손을 입 안에 집어넣어 구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0대는 이런 사례가 드물다. 10대 후반이 되면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어른과 비슷한 부분도 있다. 식사를 거부하고 저칼로리 음식만을 고집한다. 어른 못지않게 열량 계산을 잘하며 체형과 체중에 심하게 집착한다. 식사하면서 사소한 것에 짜증을 낸다. 가령 “왜 콩이 10개냐, 5개면 충분하다”라거나 “반찬 수가 왜 두 가지 더 늘었느냐”는 식이다. 음식을 조각내기도 하고 다른 접시로 자주 옮겨놓기도 한다. 아예 음식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 ▽유사 거식증과 구별하라=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다고 모두 거식증일까. 그렇지는 않다. 대표적인 게 음식회피 장애. 잘 먹지 않아 체중이 줄어든다. 특정 음식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선택적 음식 장애도 있다. 특정 장소에서 먹기를 고집한다. 학교 급식은 먹으면서 집에서는 안 먹는 식이다. 이 밖에 소량을 고집하는 식사제한 장애, 지독한 편식도 있다. 유사 거식증은 일단 병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거식증처럼 체중이나 체형에 대한 집착이 없기 때문이다.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며 생활에 별 지장이 없으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6개월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도움말=백상신경정신과 식이장애클리닉 강희찬 원장, 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송동호 교수) ▼어른에 많은 폭식증, 거식증보다 위험▼ 성인 식이장애의 경우 폭식증이 거식증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러나 10대에서는 폭식증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10대의 경우 거식증이 폭식증의 3∼4배가 될 것으로 의학자들은 예상한다. 폭식증에 걸리기 시작하는 나이는 대개 20대 초반이다. 폭식증은 거식증의 또 다른 형태로 볼 수 있다. 대부분 다이어트 과정에서 먹기를 거부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폭식증은 거식증보다 훨씬 부작용이 크다. 폭식과 구토, 식사제한, 이뇨제 남용 등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들은 칼로 손목을 긋거나 담뱃불로 신체 일부를 태우는 등 자해를 하기도 한다. 간혹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도 동반된다. 이런 증세는 폭식증 환자를 사회로부터 단절시킨다. 실제 폭식증 환자의 대부분이 대인관계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다. 아이들이 폭식증에 걸렸는지를 알아내려면 거식증과 마찬가지로 평소 행동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우선 폭식증 환자들은 먹는 양이 많다.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몇 차례 그런 느낌이 들었다면 클리닉을 찾는 게 좋다. 또 1주일에 2회 이상 폭식을 하는 기간이 3개월이 넘었을 때도 병원을 찾도록 한다. 폭식에는 대부분 구토가 뒤따른다. 그러나 몰래 구토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구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구토를 병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폭식증 환자들도 거식증과 마찬가지로 모두 체중과 체형에 집착한다. ▼거식증 때 나타나는 신체변화▼ 1. 체중이 심하게 줄어든다. 2. 초경이 시작되지 않거나 월경이 중단된다. 3. 위통이 있으며 소량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낀다. 4. 추위를 잘 타고 체온이 낮다. 5. 체온조절이 잘 안된다. 6. 혈액순환이 잘 안돼 손발이 차다. 7. 등에 솜털이 많이 난다. 8. 음모나 머리카락이 잘 빠진다. 9. 변비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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