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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속의 性이야기]트랜스젠더, 감춰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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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속의 性이야기]트랜스젠더, 감춰진 눈물

2006.08.28 09:28
“김○○ 님!”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료기록에 씌어 있는 이름을 보고 순서가 된 환자를 부른다. “어, 이름이 남자 같네. 주민등록번호는 여자인데.” 간혹 이름이 잘못 적혀 있는 경우가 있어 컴퓨터에 뜬 이름과 등록번호를 대조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김○○ 님, 성함은 남자 같은데, 주민등록번호는 여자네요. 잘못된 거 아니지요?” “예.” 여자의 것도 아니고 남자의 것도 아닌 묘한 목소리다. “혹시 실례될지 모르지만, 성 호르몬 치료나 수술 같은 거 받으셨어요?” 갑자기 그의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10여 년 전에 산부인과에서요. 일부러 자궁하고 난소를 떼어 냈어요. 남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럼, 그 이후에 남성 호르몬 주사를 계속 맞으셨던 거예요?” “아니요.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아서요. 보시다시피 이름은 남자 이름으로 바꿔서 쓰고 있는데, 주민등록상으론 여자이니까요. 병원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호르몬 주사를 맞지 않아 그는 남자로서는 상당히 곱상한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간혹 ‘트랜스젠더’라고 불리는 성전환증 환자들을 만난다. 트랜스젠더는 타고난 성에 혐오감을 느끼고 정신과에서 성전환증 진단을 받아 치료를 한 뒤에도 계속 반대의 성에 맞춰 신체적,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이는 결코 순간적 충동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수술대에서 죽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남성(혹은 여성)’으로 살아 보길 원하는 이들이다. 애당초 그토록 원하는 성이 되는 데 필요한 성 호르몬을 타고나지 않았기에 평생 성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한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성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다량의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체중이 늘고, 여드름이 나고, 간이 나빠지고, 심혈관계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트랜스젠더들은 수년간의 정신과 치료, 사회 적응 기간, 호르몬 주사, 그리고 고통스러운 수술을 통해 그럴듯한 남성(여성)으로 세상에 보여지는 것이다. 그 모든 고통과 치료의 생물학적 대가는 온전히 그들에게 남겨진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나는 그들이 선택한 성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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