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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올라가는 끓는 돌 ‘제올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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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올라가는 끓는 돌 ‘제올라이트’

2007.08.13 13:33
지구를 이루는 물질의 65%는 알루미늄과 실리콘의 혼합산화물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흙이나 암석이 모두 알루미늄과 실리콘의 혼합산화물이라는 뜻이다. 1756년 광물을 연구하던 크롱스테드는 채취한 돌을 깨서 태우기도 하고 얼려도 보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런데 돌에 열을 가하자 수증기나 생기는 신기한 돌을 발견했다. 그는 이 돌에 ‘끓는 돌’의 의미로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이름을 붙였다. 크롱스테드가 발견한 제올라이트는 내년 한국인 최초 우주인과 함께 우주에 간다. 우주인의 실험 과제로 ‘균일한 크기와 모양의 제올라이트 만들기’가 당당히 선정된 것이다. 우주에는 중력이 없어 지상에서 만들 수 없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얼마나 중요한 돌이기에 우주인의 실험 과제로 선정됐을까? 제올라이트란 어떤 돌인지 살펴보자. 제올라이트는 수nm(나노미터, 1nm=10-9m) 지름의 구멍이 수없이 많이 뚫려있는 돌을 말한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1μm2(제곱마이크로미터, 1μm=10-6m) 크기의 면적에 1nm 크기의 구멍이 100만개나 보인다. 그리고 이 미세한 구멍에는 여러 물질이 들어갈 수 있다. 크롱스테드가 발견한 천연 제올라이트의 구멍 속에는 물이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가열했을 때 수증기가 생긴 것이다. 예전에 천연 제올라이트가 풍부한 이탈리아에서는 제올라이트로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살았다. 제올라이트의 미세한 구멍이 여름에는 습기를 빨아들여 방 안을 쾌적하게 하고 겨울에는 공기를 채워 실내온도를 따뜻하게 해준다. 음식 속에 들어 있는 독소를 빼낸다고 가축 사료에 넣는 사람도 있었다. 깨끗한 제올라이트는 투명하지만 전이금속 이온 같은 불순물이 들어가면 다양한 색깔을 내기 때문에 장신구로도 썼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제올라이트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가장 먼저 응용된 분야는 세제다. 빨래할 때 쓰는 합성세제의 30~40%는 제올라이트가 첨가제로 들어있다. 제올라이트가 물속에 있으면 미세한 구멍이 물에 녹아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을 잡아먹는다. 덕분에 경수가 연수로 바뀌어 세제가 잘 녹고 때도 잘 빠진다. 그렇다고 세제에 돌 부스러기가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900년대 중반 이후 합성 제올라이트가 생산됐다. 합성 제올라이트는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더욱 유리하다. 제올라이트는 나노 크기의 작은 구멍에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다양한 유기물질을 붙일 수 있어 촉매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탄소 덩어리인 원유는 제올라이트를 만나면 탄소가 3개나 4개씩 끊어진다. 이때 끊어진 탄소에 수소를 붙이면 각각 에탄과 메탄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정유회사에서 원유를 증류할 때, 병원에서 나노 크기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때 제올라이트를 쓴다. 게다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제올라이트 덩어리를 잘 배열하면 전혀 다른 성질의 합성물질을 만들 수 있다. 구멍의 배치가 달라지면 구멍에 들어갈 수 있는 물질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강대 화학과 윤경병 교수는 제올라이트를 ‘레고 블록’처럼 쌓아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있다. 기존에 제올라이트는 알루미늄과 규소를 알칼리 유기물과 섞어 밀폐된 솥에 담아 가열해 만들었다. 그런데 제올라이트를 만든 뒤 유리판에 붙이면 제올라이트의 배열이 무질서해져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윤 교수는 제올라이트를 만들 때부터 유리판에 폴리우레탄을 깔아 알칼리 유기물의 종류에 따라 제올라이트를 가로 또는 세로로 눕히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배열하는데 성공했다. 이 결과는 2003년 8월 ‘정돈된 제올라이트 합성법’이란 이름으로 ‘사이언스’에 실렸다. 제올라이트를 쌓는 해법을 찾은 것이다. 또 제올라이트는 규칙적인 모양과 구멍을 가진 구조물이기 때문에 구멍에 어떤 물질을 넣느냐에 따라 물질의 특성과 용도가 달라진다. 윤 교수는 정제된 제올라이트 합성법으로 의류회사와 함께 섬유에 은나노 입자를 가진 제올라이트를 붙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은나노 입자는 항균효과가 있어, 제올라이트에 은나노 입자를 담아 섬유에 붙이면 옷에 베인 냄새도 없애고 건강에도 이롭다. 옷에 돌을 붙인다고 입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고작 전체 무게의 1%가량이 더 늘어날 뿐이다. 또 수분이나 양분을 넣으면 토양보습제로 쓸 수 있고, 반도체를 집어넣으면 광컴퓨터나 광통신의 스위치가 되는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윤 교수는 올해 5월 0.5∼3μm 크기의 제올라이트 결정을 유리판에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타일을 벽에 붙여놓은 듯이 단층으로 정렬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세계 최고 권위의 화학전문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5월호에 발표했다. 인간의 손으로 깔 수 있는 벽돌의 크기가 1만분의 1cm까지 줄어든 셈이다. “제올라이트의 구멍이 100만개쯤 돼 연구에 빠져 헤어나기 어렵다”고 농담을 던지는 윤 교수가 다음엔 어떤 기능을 흡착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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