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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시장, 잘 디자인된 규제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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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04일 18:00 프린트하기

※ 택시 앱이 많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O2O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많이 거론됩니다. 그런데요…. 스마트폰에서 앱 한번만 터치하면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원하는 것을 눈 앞에 가져다 준다는 O2O 서비스의 시대입니다만,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금요일 밤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송년회 마친 후 추운 길거리에서 발을 동동 거리며 잡히지 않는 택시에 내상을 입으신 모든 분들을 생각하며, 우리의 귀가길을 둘러싼 기술과 정책 문제를 생각해 보려 합니다.

 

 

규제를 잘 디자인하는 것도 혁신의 핵심 요소다. 기득권 사업자와 규제 권한을 가진 정부의 밀착이 신규 사업자의 도전을 가로막고 소비자의 후생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선 3줄 요약

  1.우버뿐 아니라 사용자에게 편리를 가져 올 다른 많은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규제에 막혀 싹도 피우기 어렵다.


  2.정부 규제는 많은 경우 소비자보다는 기존 사업자와 자신들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


  3.자유롭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도록 멍석을 제대로 까는 정부의 정책 역량도 중요하다. 

 


승용차만 우버처럼 ‘온 디맨드’ 방식으로 부르란 법은 없습니다. 일반적인 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따라서만 움직이는데요, 우버처럼 배차 알고리즘을 만들어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 최적 노선을 조정해가며 운행하면 어떨까요?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지정해 모바일 앱으로 버스를 호출하고, 버스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승객들을 효율적으로 태우기 위해 노선을 계속 조정하는 것이죠. 당연히 택시 요금보다는 훨씬 가격이 싸고요.

 

 

콜버스, 편리와 불법 사이

 

그런 모바일 서비스가 있습니다. ‘버스판 우버’라 할 ‘콜버스’입니다. 편리해 보이지 않나요? 얼마전 강남 지역에서 대중교통이 끊기는 심야 시간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벌써 택시 업계에서 민원을 넣어 정부가 적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 규제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커지자 국토교통부가 급히 “행정이 혁신의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고 수습에 나섰습니다만, 기존 사업자와 규제 당국이 중심이 되어 쳐 놓은 진입장벽의 튼튼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택시나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스템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잘 돼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비자의 모든 불편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 소비자 불편이 많이 남아 있고, 이걸 해결함으로써 소비자의 생활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사업적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죠.

 

물론 누군가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는 기존 사업자에게는 위협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누구의 입장이 먼저 고려돼야 할까요? 기존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일까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사람들일까요? 물론 정답은 ‘소비자’겠습니다만, 무엇이 진정 소비자를 위한 길인지는 누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지난해 우버 퇴출 사태는 이런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 대표적 사례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우버는 미국에서만큼 폭발적 반응을 얻지는 못 했습니다만, 얼리어답터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기사를 관리하지 않고, 택시 표시가 없는 일반 승용차를 이용하는 방식이라 소비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 ‘택시를 못 잡을 수 있다’는 걱정 없이 차를 부를 수 있고, 목적지를 설명할 필요도, 계산을 위해 지갑을 꺼낼 필요도 없는 편리함은 확실히 참신했습니다.

 

 

우버 퇴출, 누구를 위해?

 

하지만 정부는 ‘우버는 불법’이라며 결국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퇴출시켰습니다. 우버가 제시한 대중교통의 혁신(=소비자 후생)을 받아들이려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는 규제를 휘두를 수 있는 대상이자 오랜 기간 관계를 이어 온 택시 업계를 보호했습니다. 택시 업계는 밥그릇을 지켰습니다. 물론 우버를 놔 뒀다면 택시 업계 종사자의 고통이 있었겠죠. 그들은 우리 이웃이며 서민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와해성 혁신을 가로막을 권리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새 혁신 상품을 선택함으로써 많은 산업을 와해시켰고, 그 종사자들을 다른 분야로 이동시켜 왔습니다. 택시 기사가 그들과 다른 점은 숫자가 많고 잘 조직화돼 있다는 점, 그리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우버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은 아닙니다. 프랑스에서도 우버에 반대하는 택시 기사들의 시위가 과격하게 불타 올랐고, 우버 프랑스 법인 경영진들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 수십년 간 택시 기사 증원이 없었고, 파리 시민이건 관광객이건 파리의 택시에 치를 떨었다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교통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우버 같은 신규 플레이어를 단지 ‘기존 법제도에 안 맞는다’ 기존 업계가 극렬 반대하고 정부는 법적 제재에 나서는 것이 적절한 일일까요? 프랑스 택시의 공적인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이 우버 아이디어를 구상한 것도 파리에 갔다가 그곳의 끔찍한 택시 실태를 겪고 나서라고 합니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얼마 전 이른바 ‘고급 택시’ 영업을 허용하는 택시 정책을 내놨습니다. 그래서 앱으로 예약하면 기사가 고급 리무진을 몰고 와 목적지로 모셔다 드리는 ‘카카오 블랙’ 같은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고급 리무진을 활용한 택시 영업을 허용한 것이지요. 차량에 택시 표시도 없어 예약 위주로 운영됩니다. 우버와 같습니다. 우버에서 확인된 고급 리무진 서비스 수요를 공략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간 수면 아래 몸을 낮추고 있던 우버코리아도 지난주 ‘우버 블랙’ 서비스를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카카오 블랙이 먼저 바람몰이를 하고 지나간 후입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건 외지 사람이 우리 동네 시장에 가져온 아이템이 잘 팔리니까, 동네 조폭이 윽박질러 쫓아내고 자기 동생들한테 사업하라고 던져 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핵심은 대중교통 소비자의 후생 증가를 위해서는 때로는 기존 시스템과 그 시스템 안에 자리잡은 기존 플레이어들을 흔들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논의를 무조건 차단해 버리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낫지 않을까요?

 

 

기득권 보호 > 스타트업 도전

 

그런데 이런 식의 ‘무조건 차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콜버스나 최근 논란이 된 모바일 중고차 거래 서비스 ‘헤이 딜러’ 폐업 사태가 대표적이었습니다. 

 

‘헤이 딜러’ 폐업 사태를 볼까요? 최근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온라인 경매 사업자도 3300m2 이상의 실제 경매장을 갖춰야만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고, 경매장 없이 모바일 경매 서비스를 운영하던 헤이 딜러는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이 법을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에 중고 자동차 시장이 밀집해 있다는 점 때문에 유착 의혹도 일었습니다.

 

기존 자동차관리법에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에 관한 규정이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중고차 거래를 하려는 수요가 생기고,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 이런 분야에 뛰어들 것이라곤 생각 못 했기 때문이겠죠. (기술은 항상 제도를 앞서갑니다.) 중고차 경매 사업을 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경매장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있었는데, 이게 온라인 경매라는 사업에도 적용되는지는 모호했습니다. 헤이 딜러는 이 모호한 선 위에서 모험적으로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 '온라인 사업자도' 실제 경매장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문화되면서 헤이 딜러의 사업이 불법이 된 것이죠.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규 사업자이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 여부나 안정성 등에서 불확실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 새로운 기술, 새로운 환경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있겠지요. 이 위험과 가치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시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죠. 만일 시장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현저한 소비자 불편이 있다면 정부가 개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의 판단 자체를 정부가 대신하려 나서는 것이 타당할까요? 규정이 모호할 때, 이 규정을 적극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서 모바일 앱으로 택시나 버스를 부르는 것도 안 되고 경매장 없이 차를 거래해서도 안 된다고 금지만 일삼는게 지금 현실입니다. 명분은 ‘소비자 보호’입니다. 하지만 만약 콜버스가 차단되면 늦은 밤 버스와 지하철은 끊기고, 택시는 비싼데다 잘 잡히지도 않아 쩔쩔 매는 대부분 서민의 어려움은 해결될 가능성 없이 계속 이어지겠죠.

 

여론이 악화되자 국토부는 콜버스, 헤이 딜러 등 혁신 비즈니스를 저해하지 않도록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자동차관리법을 발의한 의원도 재검토 계획을 밝혔죠.

 

그러자 기존 중고차 거래 업계가 반발했습니다. 헤이 딜러 사태 이후 업계 의견을 듣기 위한 토론회는 중고차 거래 종사자들의 거센 항의와 방해로 무산됐습니다. 규제에 맞춰 많은 투자를 한 기존 사업자도 할 말은 많습니다. 반면 세상의 변화를 제도가 따라가야 하는 것도 맞고요. 이걸 조정하는 것이 정치고 행정입니다. 하지만 정책은 오락가락하고, 기존 사업자와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사회적 역량은 미비해 보입니다.

 

도리어 기왕의 논리와 기득권에 안주하며 시장 신규 진입자를 백안시하다, 여론이 악화되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움직이는 모습이 반복된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규제와 금지보다 도전의 자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 틀 자체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촘촘하게 금지의 규제망이 쳐질 때, 소비자가 누릴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와 가치는 시장에 나와보지도 못 하고 사라집니다. 과거 관점에서 규정된 ‘소비자 권익’들이 보호될 때,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과 규제 공무원의 권한은 더 큰 보호를 받습니다. 온라인뱅킹에 액티브X가 덕지덕지 붙을 때도, 국내에 팔리는 휴대폰에는 WIPI를 꼭 탑재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을 때도 이미 겪은 일들입니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스마트폰과 O2O의 시대에 왜 아직도 금요일 밤 택시 잡기는 힘든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대중교통의 문제와 개선점, 이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시도들, 이런 시도를 가로막는 법과 규제 환경의 문제까지 다뤄봤습니다. 결론은 자유로운 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던 영역 (ex. 대중교통)도 이제 기술 발전으로 개선의 여지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기술만이 답은 아닙니다. 기술을 가치로 바꾸는 비즈니스의 역량 (ex. 스타트업의 도전), 이런 도전을 활발하게 하고 문제는 걸러낼 수 있는 정부의 규제 및 법적 역량, 사회적 소통 역량 등이 모두 얽힌 다항 방정식입니다. 더구나 모바일과 O2O 사업의 발달로 그간 IT 사업의 영역과 겹치지 않았던 분야도 기술의 영향력 안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이런 문제는 더 자주 더 복잡한 형태로 계속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복잡한 문제 해결의 길의 어디쯤에 서 있을까요?

 


후 3줄 요약

  1.우버뿐 아니라 사용자에게 편리를 가져 올 다른 많은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규제에 막혀 싹도 피우기 어렵다.


  2.정부 규제는 많은 경우 소비자보다는 기존 사업자와 자신들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


  3.자유롭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도록 멍석을 제대로 까는 정부의 정책 역량도 중요하다. 

 

∴ 결론. 새롭게 뭐 해 보려는 사람들, 방해는 말아 주세요.

 

 

※ 필자소개
한세희. 연세대를 졸업하고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의 분야를 열심히 취재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를 따라다니며 쉽게 풀어쓰고 싶어한다. 요즘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잉여 인간 체험 중이다.


한세희 디지털칼럼니스트

sehee.h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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