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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英 정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인간 배아 적용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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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英 정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인간 배아 적용 허용

2016.02.02 18:09

flic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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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1일(현지시간) 인간 배아의 유전자 교정 실험을 승인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연구진이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교정 실험을 처음 진행한 뒤 한차례 윤리적 논란이 일었던 만큼 영국 과학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난임 원인 규명 위해 초기 배아 유전자 교정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은 캐시 니아칸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박사팀이 지난달 승인 신청한 인간 초기배아 유전자 교정 실험을 허가했다. 정부 차원에서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교정 실험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에서는 연구를 목적으로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반드시 HFEA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연구팀은 수정란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임신까지 이르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이 같은 실험을 계획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수정 후 7일 정도면 형성되는 초기 단계 배아인 배반포에서 OCT4 유전자 등 배아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특정 유전자를 잘라낸 뒤, 배아 생성 초기 일주일을 관찰할 계획이다.

 

니아칸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수정란 100개 중 배반포 단계에 이르는 것은 50개 미만이고, 그 중 25개만이 자궁에 착상된다”며 “난임의 원인이 유전적인 차이 때문은 아닌지 유전자 교정을 통해 배반포 단계의 배아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 실험은 이르면 3월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체외수정(IVF)을 통해 기증 받은 배아 30개 이상이 사용된다. OCT4 유전자 실험 후 진행될 다른 유전자 3개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까지 합하면 인간 배아는 최대 120개가 사용된다. 자궁에 착상되지 않은 배아는 14일이 경과하면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아기로 자랄 수 없다는 뜻이다.

 

니아칸 박사는 “이번 실험을 통해 불임 치료 수준을 높이고 인간의 초기 발생 단계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유전자 변형(GM) 아기’ 우려 vs. 기초연구 필요

 

일각에서는 이번 실험이 본질적으로는 ‘유전자 변형(GM) 아기’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기술이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교정해 ‘맞춤형 아기’를 탄생시키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인간유전학경계(Human Genetics Alert)’의 데이비드 킹 회장은 “HFEA는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교정 실험이 인류에게 미칠 악영향에 대한 전 세계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했다”며 “이번 실험 허가가 유전자 변형(GM) 아기의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구가 가져올 명과 암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좀 더 균형 있게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은 “난치성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식에게 질병을 고스란히 물려 줘야 하기 때문에 희망을 갖기조차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며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인간 배아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연구는 줄기세포의 경우 이미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수백 건에 이른다”며 “기초 연구가 진일보해야 생명공학 기술의 악용을 막고 난치성 유전 질환 치료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체계적으로 관리만 된다면 사회적인 우려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석중 툴젠 연구소장은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교정 실험이 갖고 있는 위협적인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충분히 허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인 거부감 때문에 무조건 연구를 막는다면 의학적인 진보는 물론 합리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까지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연구 목적으로 유전자를 교정해 인간 배아를 살펴 보는 것과 유전자를 교정한 인간 배아를 착상시켜 진짜 아기를 탄생시키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후자에 대해서는 범국가 차원에서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이번 실험의 경우처럼 전자의 기초 연구까지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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