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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적반하장,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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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적반하장,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

2016.02.16 10:36

흔히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되려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냐’거나 ‘네가 원만히 넘어갔으면 괜찮았을 일’이라며 더 화를 내는 경우나, 해당 사건과 전혀 상관이 없는 피해자의 평소 인성을 지적하는 등 적반하장으로 구는 경우를 목격하곤 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심까지 들게 하는 이런 현상들에 대해 한 가지 설명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어서 소개한다(Sullivan at al., 2012).


집단적 피해의식(Competitive victimhood)은 ‘우리 집단도 당한 게 많다!’ 라는 말 그대로 집단 단위의 피해의식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집단의 도덕적 정체성(moral identity)이 위험에 처하면 이런 피해의식이 높아진다고 한다.


예컨대 남성이 여성을 폭행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본인이 잘못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남성으로서 문제의 심각성에 좀 더 주목한다던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의 적응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요즘은 남성이 더 차별받는다! 남성이야말로 피해자다!’같은 인식을 비교적 강하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비슷하게 학부생을 타겟으로 학부생이 잘못한 사건을 얘기 하면 이번엔 ‘학부생들이 대학원생들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 우리도 피해자다!’같은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집단 정체성에 의해 자신도 왠지 가해자가 된 것 같은 알 수 없는 죄책감 같은 게 생기게 될 텐데 그런 ‘불편한 죄책감’을 떨치기 위해서 이런 방어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일 수 있겠다.


또한 집단 정체성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과도 결국 연결된 부분이라 (우리는 자신을 규정할 때 스스로의 고유한 모습-나는 뭘 잘 하고 뭘 좋아한다-뿐 아니라 어디 학생, 어디 직원, 어디 국민 같이 소속된 집단을 통해서도 자신을 규정한다)집단의 정체성 훼손은 결국 내 정체성에 상처가 가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를 막으려 본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기도 할 테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여하튼 잘못에 대해 ‘사과와 반성. 재발 방지’로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고들 여기지만. 현실은 책임 회피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걔네도 나쁘다’가 좀 더 디폴트 모드인 듯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이렇게 적반하장들이 횡행한 것일까.


관련해서 사람들에게 게임을 하게 해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게 한 다음 승자의 행동을 관찰하니까 왠지 미안한 마음에 패자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기는커녕 되려 이 기회에 확실히 밟아버리겠다는 것 마냥 승자가 패자에게 (패자가 승자에게 보이는 것보다) ‘더 높은 공격성’을 보이며 게임이 끝난 후에도 끝가지 패자를 괴롭히더라는 연구가 있었다. 승자의 입지를 굳히게끔 하는 나름 합리적인 행동일지 모르겠으나 역시 그 ‘정도’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 시스템이 원래 생겨 먹은 대로 굴러가다 보면 좋은 결과들을 낼 때도 많지만 얘기치 못한 부조리한 결과들을 낼 때도 많기 때문에 감독의 마음으로 항상 의식하고 때로 너무 많이 나갔다 싶을 경우 STOP!을 외쳐주는 게 많이 필요한 듯 보인다.


대부분의 정신적 프로세스가 의식 바깥에서 일어나고 의식은 일이 다 치뤄진 후 최종 보고를 받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는데, 어쨋든 ‘최종 보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보고를 받고 잘못된 것 같으면 최대한 시정하고자 하는 힘이 최종 결재자에게 있으니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바우마이스터 등의 학자들은 의지, 자아(self)의 역할을 CEO나 조종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 마음은 비행기의 자동항법장치처럼 우리가 일일이 조종하지 않아도(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알아서’ 흘러가지만 비행기도 때로 필요할 때, 중요한 상황에서는 핸들을 잡고 수동으로 조종하는 것처럼 자아가 그런 대장 역할을 하지 않냐는 것이다.


잘못된 행동을 하고서 도덕적 정체성을 지켜보겠다고 적반하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약자에게 불필요하게 잔인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자신을 감독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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