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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본 드라마 ‘시그널’] ‘시그널’ 속 타임슬립 도구가 ‘무전기’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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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본 드라마 ‘시그널’] ‘시그널’ 속 타임슬립 도구가 ‘무전기’인 이유는?

2016.02.19 19:30

tvN 드라마 ‘시그널’을 즐겨보는 애청자들이 많습니다. 이야기는 낡은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시작하죠. 1989년의 이재한(조진웅 분)과 2015년의 박해영(이제훈 분), 두 경찰이 무전기로 교신을 통해 단서를 주고 받습니다. 이를 통해 억울한 피해자들을 남기고 미궁에 빠져버린 미제사건을 하나씩 풀어가며 또 다른 사건 속으로 휘말려갑니다.


드라마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바로 ‘무전기’입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전파가 무전기를 타고 시간을 넘나드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그리고 과거가 바뀌어가며 미래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드라마만큼 재미있는 과학적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tvN 제공
tvN 제공

목소리가 전자파를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다


‘시그널’에 엄청난 존재감으로 등장하는 무전기부터 일단 살펴봅니다. 그립감이 전혀 없는 단단한 직사각 형태에 조명이 밝힌 작은 표시창에는 아날로그식 주파수 바늘이 움직이네요. ‘pc-4312’라고 씌여있는 이 모델은 국내에서 제작됐다가 단종된 제품으로 보입니다.


당시만 해도 디지털 방식의 TRS 무전기가 개발되기 이전이므로, 이같은 업무용 무전기는 20km 내외의 거리만 커버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뛰어넘기 이전에 거리가 멀어서 끊길 지경이죠. 또 무전기는 다양한 채널을 갖고 있어 서로 주파수가 맞아야 교신이 가능하며, 이 때문에 혼신이 일어나거나 도청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그널’은 무전기가 통신수단으로 사용하는 ‘전자파’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을 타고 시간을 점프한다는 설정을 큰 거부감없이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고 있습니다. 전자파는 전기와 자기가 주기적으로 변화하며 퍼져나가는 일종의 에너지입니다.


전자파가 기기 간에 교섭할 시에는 때로 예상 밖의 사건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1984년 일본에서 벌어진 지하철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지하철역에서 20m 떨어진 전자오락실에서 발생한 전자파를 지목했습니다.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란이 일고 있죠. 

 

‘시그널’에 주인공만큼 자주 등장하는 무전기. 유니모(구 국제전자)의 제품으로 추정된다. - tvN 제공
‘시그널’에 주인공만큼 자주 등장하는 무전기. 유니모(구 국제전자)의 제품으로 추정된다. - tvN 제공

공간을 연결한 무선 통신, 이제 시간을 뛰어넘을 차례?


무전기의 전자파를 타고 서로 다른 시간이 연결된다는 극중 상상력처럼, 무전기와 무선 통신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허무맹랑한 발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모르스 부호의 창시자인 모르스는 문자나 숫자 부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 구리선을 통해 보내 수신하면 통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상으로 5년 만에 전신기를 만들어냈죠.


또 미국의 벨은 음파를 전기 신호로 바꿔 구리선을 통해 보낸 뒤 다시 음파로 재생하면 통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전화기를 만들었습니다. 이같은 원리를 응용해 영상 또한 전기신호로 바꿔 전송하며 TV와 팩시밀리(팩스), 화상전화 등의 통신미디어가 발달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부유함의 상징인 ‘카폰’이 잠시 등장합니다.

 

카폰은 전화기를 자동차에 설치한 것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도 있었는데요, 모토로라의 ‘마틴 쿠퍼’ 연구원은 자동차처럼 특정 공간이 아니라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겠다는 꿈을 꿉니다. 그는 언제나 사람들이 SF드라마 ‘스타트렉(Star Trek)’에 등장하는 조그마한 휴대용 통신기를 갖고 돌아다니는(mobile) 공상과학적인 상상을 했죠.

 

결국 쿠퍼는 1973년 최초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역사적 인물이 됐고, 다양한 통신 수단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가 이동하는 소프트패스의 시대가 왔습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시간적으로 가까워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통신기기가 서로 다른 시간에 존재하는 사람들마저 연결시켜준다는 상상을 하기에 충분한 상황이 왔죠.

 

상상이 현실로! SF드라마 ‘스타트렉’에 등장했던 휴대용 통신기. - Star Trek 제공
상상이 현실로! SF드라마 ‘스타트렉’에 등장했던 휴대용 통신기. - Star Trek 제공

그 동안의 타임슬립 작품들과 뭐가 다른가


‘시그널’ 이전에도 통신기기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아이디어의 영화들이 있습니다. 2000년 개봉한 영화 ‘동감’은 무선 통신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각각 살아가는 남녀가 사랑을 키워가는 내용입니다. 같은 해에 개봉한 ‘프리퀀시’ 역시 낡은 무선 통신 라디오를 통해 과거의 아버지와 교신을 하고, 그 결과 현재와 미래를 바꿔놓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이전, 90년대에는 아마추어 무선 통신 HAM 동호회가 유행을 했습니다. 거대한 무전기를 앞에 놓고 남들이 떠드는 이야기만 들어도 신기하고 재미났던 시절이었죠. 아직도 HAM 동호인들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는 셀렘, 나만의 전파를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는 재미에 푹 빠져 아날로그 감성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영화 ‘동감’에서는 ‘프리퀀시’와 달리 과거와 현재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데 비해, 프리퀀시는 ‘시그널’의 전개처럼 과거와 현재가 뒤틀려 전혀 새로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주인공이 직접 과거와 미래를 이동하지 않고도, 무전기상 주고받은 음성만으로 시간을 뒤틀어버린 것이죠.


근래 만들어진 타임슬립물 중 뛰어난 완성도로 호평을 받은 tvN 드라마 ‘나인’은 독특하게 9개의 ‘향’을 피워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데요. 그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달라지는 운명의 소용돌이가 시청자들을 압도하는 전개가 ‘시그널’과 닮았습니다. 
  

한맥영화, 시네마서비스, tvN 제공
한맥영화, 시네마서비스, tvN 제공

과거를 바꾸면 미래도 바뀔까?


그렇다면 ‘시그널’에서 무전기로 바꿔놓은 과거는 어떤 미래로 다가오는 걸까요? ‘시간여행으로 과거를 되돌릴 수 있을까’는 과학으로 설명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질문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가설이 있는데요.


먼저 ‘평행우주론’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선택하는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각각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르면 한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설사 자신의 부모를 죽이더라도 자신이 사라지지 않죠. 과거와 미래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별개의 우주입니다. 자신이 살아있는 우주 1과 자신이 사라진 우주 2가 모두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번 떠나온 세계로는 돌아갈 수 없죠. 


반면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그 결과 자신이 사라진다면, 우주의 역사는 하나이며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시그널’은 이러한 ‘닫힌 우주’를 보여줍니다. 영화 ‘백투더퓨처’나 드라마 ‘나인’은 이같은 설정이죠.


또 역사의 변화를 주도한 주인공은 자신이 새롭게 창조한 우주를 과거를 기억하는 특권을 갖습니다. 자신 때문에 미래가 바뀔 때마다 ‘시그널’의 박해영이나 ‘나인’의 이진욱은 과거가 뒤바뀐 사실을 인지하고 있죠.


여기에서 하나의 궁금증이 남습니다. 처음 2000년의 박해영이 무전기에서 들은 이재한의 음성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이 무전은 2000년까지 이재한과 교신한 미래의 박해영이 과거의 박해영에게 보낸 메시지나 다름없는데요.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른다는 상식을 뒤집어놓은 전개라 혼란스럽습니다. 이에 따르면 미래가 현재보다 먼저 일어났어야 하는 것이죠. 과연 어떤 미래가 ‘일어났던’ 것일까요?

 

과거가 바뀌면 속시원히 전개될 줄 알았건만... ‘고구마’와 ‘사이다’를 번갈아 안겨주는 ‘시그널’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 tvN 제공
과거가 바뀌면 속시원히 전개될 줄 알았건만... ‘고구마’와 ‘사이다’를 번갈아 안겨주는 ‘시그널’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 tvN 제공

“과거가 바뀌어도 여전히 불공평한 세상…”


결국 과거와 현재에서 두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모든 것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습니다. 죽을 운명이었던 누군가가 살아남으로써, 다른 희생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차이의 변화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가 떠오르죠.


성공적일 줄 알았던 과거와 현재의 공조가 예상밖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지속됩니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역동적으로 변하는 역사가 단지 한 사람의 의지대로 바뀌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박해영의 입에서 과거가 바뀌어도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다는 절망섞인 탄식이 나오는 이유죠.


시간여행 보다 더 초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미제사건의 미스터리, 시간에 묻혀서 사라져가는 수많은 ‘시그널’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다. 세간의 이슈들과 과학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글쓰고 있다.

 

 

※참고문헌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6547/special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48281/bef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199902N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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