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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여행] 소양호, 청평사에서 그리움과 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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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여행] 소양호, 청평사에서 그리움과 눈 맞다

2016.02.19 18:00

편집자주: 스마트폰으로 많은 일을 합니다. 뉴스를 보고, 이메일을 확인하고, SNS로 소통을 합니다. 그러다 ‘여행’ 정보를 보면 빼놓지 않고 ‘터치’를 합니다. 언제 떠날수 있을지, 정말로 그곳에 가게 될지 모르지만, 손바닥보다 작은 화면을 보면서, 여행삼매경에 빠지곤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지금 어디에 있든, 자리를 박차고 떠날 수 있는 좋은 곳들을 전해드립니다. 저희와 함께 떠나보시죠!

 


쉬는 것조차 눈치 보이는 세상을 살고 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하는 세상에서 멈춘다는 건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짊어진 역할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 누군가의 남편, 아내. 누군가의 언니, 오빠, 형, 누나다. 또 누군가의 동료, 상사, 부하일 테니까. 내려놓기도 어려운 역할들이다. 그런데 그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당신에게 ‘뷰레이크 타임(View Lake Time)’을 걸고자 한다.‘누군가의 나’가 아닌 그냥 ‘나’를 위한 시간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여행이다.

 

 

<고! 하기 전> 춘천 소양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소양호 -> 점심식사(추천 : 송학가든 산채비빔밥) -> 청평사 -> 카페 (추천 : 카페 나스)       

소양강 처녀는 제목만 들어도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노랫말의 의미를 몰랐을 때부터 따라 불렀다. 그 의미를 아는 나이가 돼서 불러보니 그리움이 절절하다. 그 애틋한 정서가 흐르는 춘천으로 향했다. 뷰레이크 타임의 첫 번째 질문 ‘그리워하면 미련한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고자 떠난 여행이다.

 

애틋한 사랑의 주인공, 소양강 처녀를 만나다 - 고기은 제공
애틋한 사랑의 주인공, 소양강 처녀를 만나다 - 고기은 제공

 

☜고!☞ 소양호에서 청평사로 향하는 뱃길 

 

“곧 출발합니다. 어서 타세요!”


소양호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배에 올랐다. 운이 좋았다. 청평사로 향하는 다음 배는 30분 뒤다. 그곳에서 하룻밤 머무는 게 아니면 막배를 타고 나와야 한다. 돌아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30분을 더 머물 수 있는 건 고마운 일이다. 겨울이라 바깥 쪽 좌석은 썰렁했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가 앉기는 싫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풍경을 생생하게 보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 10분이면 도착할 거리니 추위와 겨룰만 하다.

 

청평사로 향하는 뱃길 - 고기은 제공
청평사로 향하는 뱃길 - 고기은 제공

겨울 호수에 반해 10분이 짧게만 느껴졌다. 호수의 진짜 아름다움은 겨울에 숨어 있었다. 어떠한 멋을 내지 않아도 아름다웠다. 다른 계절엔 호수와 어우러진 산을 보는데 집중했었다. 겨울은 달랐다. 맨 얼굴을 드러낸 호수에서 시선이 고정되는 곳은 물결이었다. 배가 지나가고 있는 자리에 물결이 그려졌다.

 

자기만의 물결을 그려나가는 배 - 고기은 제공
자기만의 물결을 그려나가는 배 - 고기은 제공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부럽게 느껴졌다. 자기만의 물결을 그려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다. 언젠가부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데 공허하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 지조차 잊어버린 지 오래다. 한때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시절이 있었다. 그때가 그리웠다. 그땐 내 이름만이 나를 표현할 뿐이었다. 내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하나 둘 늘어감에 따라 나에게 소홀해지게 되었다.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바로 답하지 못한다면 다시 나를 챙겨야 할 때다. 하루 10분이라도 좋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청평사 선착장으로 향하는 시간만큼만 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달라질 것이다. 

 

청평사 선착장에서 바라본 소양호의 겨울 - 고기은 제공
청평사 선착장에서 바라본 소양호의 겨울 - 고기은 제공

☞스톱!☜ 꿀팁 3큰술
<①큰술> 소양관광 소양호 선착장 주소 :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1128  
<②큰술> 소양호에서 청평사로 향하는 배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30분 단위로 운항한다. 청평사에서 소양호로 돌아오는 배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30분 단위다.  
<③큰술> 왕복 요금은 대인, 중고생 6000원, 초등학생 4000원이다. 

 

  

☜고!☞ 눈 맞은 청평사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과 동시에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눈이 오기 시작했다. 점점 눈이 펑펑 오면서 돌아가는 배편이 조금 걱정되었다. 매표소 직원에게 물으니 눈이 와도 배는 운항한다고 답한다. 그제야 마음 놓고 풍경을 본다. 청평사로 가는 길. 평소엔 걸음이 빠른 나지만 속도를 한껏 줄였다. 평소처럼 앞만 보고 걸어간다면 손해다. 옆도 보고 뒤도 돌아봐야 한다.

 

눈이 살포시 내려앉은 강아지풀 - 고기은 제공
눈이 살포시 내려앉은 강아지풀 - 고기은 제공

 

소원을 담은 돌들에도 살포시 쌓이는 눈 - 고기은 제공
소원을 담은 돌들에도 살포시 쌓이는 눈 - 고기은 제공

그렇게 찬찬히 걷다가 발길이 멈춰선 곳은 한 여인과 뱀이 서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의 동상이다. 예나 지금이나 신분 차이가 나는 사랑은 힘들다. 당나라 태종의 딸 평양공주를 사랑한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공주를 사랑한 죄로 죽게 된다. 죽은 청년은 상사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몸을 칭칭 감아 버린다. 태종은 공주의 몸에서 상사뱀을 떼어 내려고 갖은 방법을 써보지만 효험이 없었다. 신라의 영험한 사찰에서 기도를 드려보라는 노승의 권유에 따라 공주는 사찰을 순례한다.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는 듯한 공주와 상사뱀 동상 - 고기은 제공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는 듯한 공주와 상사뱀 동상 - 고기은 제공

그러다 이곳 청평사까지 오게 되었다. 이곳에서 비로소 상사뱀은 공주 몸에서 떨어진다. 공주가 법당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이 상사뱀은 죽게 된다. 공주는 그의 극락왕생을 빌며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동상을 보았다. 죽어서도 그녀 곁을 떠나지 못하는 그, 죽은 그를 잊지 못하는 그녀가 마음을 시큰하게 했다. 그리운 사람을 다시 한 번 떠올리는 시간이다. 그러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리운 사람으로 남아있을까 생각해본다.

 

춘천의 3대 폭포로 손꼽히는 구송폭포 - 고기은 제공
춘천의 3대 폭포로 손꼽히는 구송폭포 - 고기은 제공

청평사에 도착했다. 눈 오는 사찰을 직접 경험해본 건 처음이다. 귀한 경험이다. 감사했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에 창건되었다. 1000년 이상을 이어 온 선원이다. 이곳에 많은 학자와 문인이 머물렀다. 특히 청평사를 세 번째로 중창한 고려시대 학자 이자현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조성한 영지를 비롯해 곳곳에서 그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높은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와서 소박하게 살았다고 한다. 스스로의 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함을 일깨워준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이어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한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대웅전과 나한전 - 고기은 제공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대웅전과 나한전 - 고기은 제공

 

창 너머 눈 오는 청평사 풍경 - 고기은 제공
창 너머 눈 오는 청평사 풍경 - 고기은 제공

지금도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가 된다. 모든 걸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용기를 낸 것만으로 대단한 사람으로 여긴다. 사실 대단할 건 없다. 자기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좀 더 일찍 발견한 사람들일 뿐이다. 큰 용기를 내서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그 시간을 통해 나를 알게 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찾게 된 것이다. 꼭 모든 걸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 하루에 조금이라도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스톱!☜ 꿀팁 2큰술 
<①큰술> 청평사 주소 :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오봉산길 810 청평사   
<②큰술> 요금은 성인 2,000원, 중고생 및 사병 1,200원, 어린이 800원이다. 

 

추천 먹거리
▷ 송학가든
주소 :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오봉산길 638
청평사 관광지 향토음식점단지에 있다. 리필을 한 번 더 외치게 되는 나물 무침과 김치 맛에 우선 반하는 곳이다. 나물이 맛있으니 산채비빔밥은 말할 것도 없다. 밥도 한 공기 더 주문하게 된다. 해물파전에 봄봄 막걸리도 빼놓을 수 없다. 산채비빔밥 8000원, 해물파전 10000원이다. 

 

밥 두공기 뚝딱! 산채비빔밥(왼쪽), 리필을 부르는 나물 무침(가운데), 노릇노릇 해물파전(오른쪽) - 고기은 제공
밥 두공기 뚝딱! 산채비빔밥(왼쪽), 리필을 부르는 나물 무침(가운데), 노릇노릇 해물파전(오른쪽) - 고기은 제공

▷ 카페 나스 (CAFE NA’S)
주소 :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706-8 
소양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낭만 카페다. 혼자 가면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장소이고, 함께 가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장소다. 그네 벤치가 운치를 더한다. 커피, 과일주스, 스무디 등의 음료, 와플, 허니 브레드 등의 디저트를 판매한다. 아메리카노 4000원이다. 

 

그림 같은 풍경을 선물하는 카페 나스 - 고기은 제공
그림 같은 풍경을 선물하는 카페 나스 - 고기은 제공

 

춘천 소양호 뷰레이크 타임, 못다한 이야기

 

 

내 안의 그리움을 들여다보는 여행이었다. 그리워 할 장소가 또 늘었다. 그리워하는 게 많다는 건 돌이켜볼 추억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 역시 그만큼 그 사람이 내게 소중했다는 의미다. 그러니 그리워하면 미련한 게 아니라 오히려 행복한 것이 아닐까 답해본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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