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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는 시 4]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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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는 시 4]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2016.02.27 18:00

빗자루 
                                               윤동주


요―리조리 베면 저고리 되고
이―이렇게 베면 큰 총 되지.
      누나하구 나하구
      가위로 종이 쏠았더니
      어머니가 빗자루 들고
      누나 하나 나 하나
      볼기짝을 때렸소
      방바닥이 어지럽다고―

      아니 아―니
      고놈의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그랬어
괘씸하여 벽장 속에 감췄더니
이튿날 아침 빗자루가 없다고
어머니가 야단이지요.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마음을 치는 시]의 네 번째는 윤동주 시인의 시입니다. 최근 다시 부각된 초판본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영화 「동주」까지 이어져 윤동주 시인과 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시」를 비롯해 「별 헤는 밤」, 「참회록」, 「자화상」 등의 시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소개하는 시는 다소 낯설 듯합니다. 「빗자루」라는 제목의 동시입니다. 동시(童詩)는 말 그대로 아이의 마음이 투영된 시입니다. 아이가 쓰면 현재의 마음이, 어른이 쓰면 유년의 마음이 담기는 시입니다.

 

자료에 의하면, 지금부터 80년 전인 1936년 9월 9일에 씌어졌고 그해 「카톨릭소년」 12월호에 발표된 이 시는 윤동주 시인의 유년 시절의 한 장면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1917년에 출생했으니 우리 나이로 스무 살에 쓴 시입니다. 비교적 초기 시에 해당되는 시죠. 아마도 시인이 어린 시절에 실제로 경험했던 일을 훗날에 그날을 추억하며 동시로 지은 듯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어릴 때 가위를 가지고 종이 오리기를 해보셨겠지요. 그 ‘종이 오리기’ 놀이를 하면서 어린 시인과 그의 누나가 놉니다. 누나는 저고리 모양으로 종이를 오렸을 테고, 사내아이인 시인은 (“큰 총”이라니) 장총의 모양을 오렸을 테지요. 재밌는 표현은 “요―리조리 베면” “이―이렇게 베면”입니다. 종이 오리기에 열중해 있는, 실수로 어긋나지 않게 심열을 기울여 종이를 오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요―리조리”와 “이―이렇게”는 꼬마 아이의 의태어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어깨를 움츠리고 작은 손으로 신중하게 종이를 오리면서 낮게 발성하는 아이를요. 실제로는 ‘요오오리조리’와 ‘이이이이렇게’로 발음되겠지요.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방바닥을 어지르는 일은 어른에게 야단맞을 일인가 봅니다. 종이를 오리면서 온통 어질러 놨으니 시인의 어머니께서 (아마도 수수 빗자루였을) 빗자루로 자녀들의 볼기(엉덩이)를 한 대씩 때리며 꾸지람을 하셨겠지요.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야단맞은 아이는 꾸짖는 어머니에게 섭섭합니다. 일부러 어질러 놓은 게 아니라 재밌게 놀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어지럽히게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이 시인은 그 섭섭함을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직접 겨냥하지 않습니다. 아니, 아이 시인은 자신과 누나가 어질러 놓은 종이 쓰레기를 치우게 될, 늘어난 일거리 때문에 화가 나서 나무란 어머니의 불편한 심리를 읽고 있지만, 단순히 ‘엄마 미워!’라고 하지 않고, 어린 시인은 그 탓(매질)을 빗자루에게 전가시킵니다. “고놈의 빗자루가 / 방바닥 쓸기 싫으니 / 그랬지 그랬어”라고요. 그러고는 “괘씸하여 (빗자루를) 벽장 속에 감”춰 버림으로써 어머니에게 장난기 있는 ‘복수’를 합니다.

 

매의 역할을 한 빗자루에서 매질을 한 야속한 어머니의 손을 일부러 분리시키려는 아이. 그 착하고 기발한 마음이 윤동주 어린이를 훗날 위대한 시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통절한 시대에 희생돼 비극적으로 요절한 그 시인은 한국 시의 영원한 ‘하늘과 바람과 별’이 되었습니다.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 ‘스페셜’ 코너에 [생활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 편집자 주
과학은 유용합니다. 문학은 쓸모가 없습니다. 하지만 쓸모없기에 문학은 삶을 억압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문학은 자유롭고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서 ‘있음’을 꿈꿉니다. 그것이 하등 쓸데없는 문학의 의미이고, 문학의 꽃인 시의 본질입니다. 우연히 얼핏 들은 어떤 노래가 온종일 귓가에 남듯이, 어느 날은 우연히 읽게 된 시 한 편이 우리의 허한 마음을 칩니다. 그 무용한 힘에 간혹 우리 마음은 속절없이 작동합니다. 그런 아이러니한 의미의 생명을 믿어, 시인이 소개하는 시 한 편과 그 시 속의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당분간 매주 연재합니다. 마음 놓고 독자인 당신의 마음의 행로를 뒤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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